반복 메뉴 건너뛰기 (컨텐츠영역으로 바로 이동)

"누구 맘대로!"…오세훈표 임대주택 공급계획 벌써부터 위태

    입력 : 2022.08.10 07:48 | 수정 : 2022.08.10 08:56

    [땅집고] 서울시의 임대주택 건설 사업을 반대하는 사업지 인근 주민들. 사진은 본문 내용과 관계 없음. /조선DB

    [땅집고] 오세훈 서울시장의 ‘싱가포르 구상’으로 알려진 새로운 형태의 임대주택 공급 계획이 첫발을 떼기도 전에 역풍을 맞고 있다. 서울시가 임대주택 공급대상지 지방자치단체와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계획을 발표하는 바람에 구상 단계에서부터 불협화음을 내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가 임대주택 공급을 반대하는 지자체 및 주민들과 갈등을 풀지 못할 경우 당초 계획했던 공급 시기가 무기한 연기되거나, 사업 자체가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골드빌리지·3대 거주형 주택’ 싱가포르 구상, 시작부터 삐걱
    [땅집고] 지난달 30일 싱가포르 주택개발청 주택전시관을 방문한 오세훈 서울시장. /연합뉴스

    지난달 30일 싱가포르에서 임대주택 단지를 여럿 방문한 오 시장은 서울시에도 이를 벤치마킹한 신개념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골드빌리지’와 ‘3대 거주형 주택’이 대표적이다.

    먼저 골드빌리지는 싱가포르 북부에 있는 실버타운인 ‘캄풍 애드미럴티’에서 영감을 얻은 공공주택 상품이다. 통상 실버타운이 인적이 드문 도시 외곽에 지어지는 반면, 캄풍 애드미럴티는 젊은층 주거 비율이 높은 주택 단지 10여곳 부지 한가운데 들어섰다. 노년층을 위한 의료시설을 갖췄으면서, 인근 주택에 거주하는 자녀들과 교류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오 시장은 골드빌리지를 도심 입지면서 주거·의료·편의시설을 갖춘 임대주택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땅집고] 오세훈 서울시장은 임대주택 단지인 골드빌리지를 공급할 첫 대상지로 은평구 서울혁신파크 부지를 꼽았다. /서울혁신파크 홈페이지

    골드빌리지 첫 공급 대상지로는 지하철 3호선 불광역 인근에 있는 은평구 서울혁신파크 부지가 꼽혔다. 서울시가 2015년 매입한 땅인데, 일부 부지에 복합문화공간인 서울혁신파크 건물이 들어서 있으며 현재 230여개 단체가 입주해있다. 오 시장은 “서울혁신파크는 꽤 넓은 편이고 복합적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부지이기 때문에 그 공간을 활용해 실험해보려 한다”며 “어르신이 입주할 공공주택을 100~200가구, 자녀들이 살 공공주택도 혁신파크 근처 주택가에 100~200가구 규모로 지을 예정”이라고 했다.

    ‘3대 거주형 주택’도 함께 제시됐다. 부모-자녀-손자녀 등 3대가 같이 거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이다. 한 집을 여러 가구로 쪼갠 세대분리 구조나 수평·수직조합 평면 등을 활용해, 3대 가족이 각각 독립적으로 생활하면서도 함께 거주할 수 있는 주택형을 선보이겠다는 방침이다. 서울시가 처음으로 재건축하는 영구임대주택인 노원구 ‘하계5단지’에 시범 적용할 계획이다. 현재 단지는 설계 공모 단계까지 마쳤다.

    ■서울시 일방적 발표가 ‘화근’…서울시 VS 지자체 갈등으로 사업 표류 가능성

    오 시장이 임대주택 공급 계획을 발표하자마자 지역사회에서 반대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당장 서울혁신파크 부지에 ‘골드빌리지’ 임대주택이 들어선다는 소식을 접한 은평구가 “주민들과 사전 소통 및 협의가 없었다”고 반기를 들고 나섰다.

    은평구는 당초 서울혁신파크 부지를 상업·업무·쇼핑시설 및 공원·쉼터 등 주민편의시설로 개발해 지역 인프라를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을 서울시에 제시했는데, 오 시장이 사전 소통 없이 이 땅에 임대주택을 건설하겠다고 일방적으로 밝혀 당황스럽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미경 은평구청장은 지난 1일 “혁신파크는 은평구에서 상업개발이 유일하게 가능한 대규모 부지로, 강북 균형 발전을 위한 최적의 유일한 장소다. 그간 서울시와 함께 검토한 계획안처럼 신경제 성장 동력 클러스터로 조성돼야 한다”며 “서울시민이 은평구민이고 은평구민이 서울시민인 만큼, 은평구와 소통 및 협의로 갈등 없이 추진돼야 할 것”이라는 목소리를 냈다.

    [땅집고] 경기 과천시 정부종합청사 유휴부지 위에 설치된 주택 공급사업 반대 현수막. /뉴스1

    임대주택 공급사업의 경우 구상 단계부터 지자체 및 주민들과 마찰을 빚기 시작하면 사업이 지지부진하거나, 결국 무산되는 일이 적지 않다. 2020년 정부가 발표한 8·4 공급대책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공공주택 공급 대상지로 ▲서울 용산구 용산정비창에 1만가구 ▲서울 노원구 태릉CC부지에 9800가구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유휴지에 4000가구 등이 제시됐는데, 각 대상지마다 지자체장과 주민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혔다. 결국 과천시에선 정부과천청사 유휴지 대신 과천갈현지구로 공공주택 공급지가 변경됐으며, 용산정비창(1만가구→6000가구)과 태릉CC부지(9800가구→6800가구)에선 공급량이 각각 수천가구씩 축소됐다.

    최근에는 서울시와 롯데건설이 서울 영등포구 롯데칠성 제과·차량정비공장 부지에 임대주택인 역세권 청년주택 건설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사업이 속도를 못 내고 있다. 송파구에서도 서울시가 옛 성동구치소에 토지임대부 및 장기전세 공공임대주택을 짓겠다고 해 주민들 반대가 극심한 상황이다.

    [땅집고]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한신휴플러스 아파트 울타리에 서울시와 롯데건설의 역세권 청년주택 건립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줄줄이 걸려 있다. /손희문 기자

    임대주택사업은 지역 부동산 시장에서 아주 예민한 문제다. 이에 전문가들은 임대주택사업을 진행할 경우 중앙정부와 지자체, 시청과 구청이 유기적으로 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일방적으로 임대주택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가는 구상 단계에서부터 갈등이 불거지면서 결국 사업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오 시장이 앞으로 서울형 임대주택을 노른자땅으로 꼽히는 도심 역세권에 짓겠다고 공표한 만큼, 각 사업지마다 주민들 반발이 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임대주택을 고품질로 지어, 앞으로 임대주택 건설사업에 대한 시민들의 부정적인 인식을 뒤집는 것이 목표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선수 서울시 주택정책과장은 “그동안 임대주택은 철거민이나 수급자 등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만 거주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해, 임대주택 건설에 대한 인근 주민들 반대가 심한 편이었다. 하지만 서울 집값이 폭등해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진 만큼 서울시는 임대주택 공급 대상을 중산층까지 확대했고, 앞으로 임대주택을 누구나 살고 싶어할 만큼 고품질로 짓는 것이 목표”라며 “서울시가 분양주택만큼 품질이 좋은 임대주택을 짓는다면, 앞으로 임대주택 건설에 대한 시민들의 생각도 자연스럽게 바뀔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 건물·토지는 ‘땅집고 옥션’으로 사고 판다. 부동산을 투명하게, 제값에 거래하는 기술. ☞이번달 땅집고 옥션 매물 확인하기

    ▶ 우리집 재산세·종부세·양도세 땅집고 앱에서 단번에 확인하기. ☞클릭!



    이전 기사 다음 기사
    sns 공유하기 기사 목록 맨 위로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