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08.09 14:36
[땅집고] 80년 만의 기록적 폭우에 서울이 ‘물바다’가 됐다. 8일 하루 100~300mm 물폭탄이 쏟아지면서 한강 이남 지역을 중심으로 주요 도로가 침수되고 차량 수백 대가 물에 잠기는 등 대란이 빚어졌다. 서초·강남 등 저지대가 많은 일부 지역에서는 수십억원에 달하는 고가(高價)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잠기고 정전이 발생하는 등 도시 기능이 사실상 마비됐다. 반면, 이촌·용산·종로 등 한강 이북 지역은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어 큰 대조를 보였다.
서울에서 물난리가 나면 반복되는 현상이다. 물론 저지대가 많은 강남의 지리적 특성이기도 하지만 일각에서는 ‘풍수지리’로 그 이유를 풀어내기도 한다.
8일 서울 서초구에서는 반포자이 지하주차장이 침수하고 강남 신세계백화점이 잠기는 등 반포 일대 침수 피해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포동은 최근 부동산업계에서 실수요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최상급지로 꼽힌다. 한강 조망이 가능하고 인프라가 뛰어난 데다 재건축 사업이 활발히 추진하면서 아크로리버파크 등 주요 단지에서는 서울 아파트 최고가를 잇따라 경신하기도 했다.
그러나 반포는 예로부터 물에 잠겨있던 지역이라 불린다. 반포의 과거는 지명에서 유추할 수 있다. 반포(盤浦)의 앞 글자인 ‘소반 반(盤)’자는 물받이 대야라는 뜻이다. 그만큼 항상 물로 가득 차있는 상습 침수지역이었음을 의미한다. 반포동 주민 박주호(57) 씨는 “지금 SNS로 더 알려진 것 뿐이지 반포는 원래 지대가 낮아 늘 침수 피해가 컸다”며 “과거엔 호우주의보만 내려도 잠겼었다”고 말했다.
강남역·대치역 등도 마찬가지다. 8일 강남역 일대에서는 빗물이 역류하면서 인근 도로·상점이 물에 잠겼다. 강남역 일대 지형은 주변보다 12m가량 낮다. 물이 고이는 항아리 지형인 데다 반포천 상류부의 통수능력 부족 등으로 인해 집중호우 시 순식간에 침수 피해가 발생한다. 이러한 지형 특성 때문에 2010년~2011년에도 극심한 피해를 겪기도 했다. 서울시는 수해를 막고자 2015년부터 1조4000억원을 투입해 강남역 종합배수 대책을 내놨지만 여전히 침수 사태가 반복되고 있다. 특히 도심 대부분 지역은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포장돼 빗물이 빠른 속도로 강남역, 대치역과 같은 저지대 부근으로 흘러내려와 도시 홍수가 발생한다.
서울 4대문 안은 북악산~인왕산~남산 등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시내 중심에 하천이 흘러 예로부터 최고의 입지로 꼽혀왔다. 그러나 강남 지역은 1960년대만 해도 장마 때면 침수가 되는 저지대 구릉지로 농사와 과수원이 있는 지역이었다. 실제 풍수지리학에서 명당으로 꼽히는 한남동·이태원동·이촌동·성북동 등은 침수 피해가 거의 없었다. 흔히 알려진 배산임수 지형으로 지대가 높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번 폭우로 또다시 강남이 물바다가 되자 SNS등에는 풍수지리에서 꼽는 강북 명당 지역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서초동에 사는 유모씨는 “강남이 매번 침수 피해가 반복되는 반면에 강북 지역은 큰 피해가 없는 것 같다”며 “대비가 안 되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온라인에서도 “결국 조상들의 풍수지리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이럴 땐 강북이 확실히 낫다”는 등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전항수 한국풍수지리연구원장은 “전통적으로 명당이라고 불리는 곳은 다른 지역보다 지형이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 자연적으로 배수가 가능해 침수 피해를 겪을 일이 적다”면서 “반면, 반포, 대치동 등 강남 일부 저지대 지역은 물이 모일 수밖에 없어 홍수가 났을 때 상습침수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기홍 땅집고 기자 hong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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