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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학교 때문에"…재건축 애물단지로 전락한 '초품아'

    입력 : 2022.08.09 07:09 | 수정 : 2022.08.09 11:31

    [땅집고]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 단지 중앙에 위치한 신천초 부지가 재건축 사업에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다./조인원 기자

    [땅집고] 초·중·고등학교를 품은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지에서 학교 부지 문제가 사업 추진을 가로막는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교육청과 일부 학부모는 학교 부지를 당초보다 더 늘리거나 빠른 휴교로 인해 학업에 방해를 받아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반면 조합 측은 학령 인구 감소 등으로 필요없는 학교 부지를 더 줄이거나 하루라도 빨리 학교 문을 닫고 사업을 추진해야 비용이 줄어든다고 주장하고 있다.

    ■잠실주공5단지, 신천초 논란에 사업 추진 중단

    지난 6월, 7년 만에 재건축 계획이 확정된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 재건축 사업이 중단 위기에 놓였다. 단지 내 신천초등학교 부지를 두고 서울시와 교육청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조합과 서울시는 신천초등학교를 허물고 초등학교 2곳과 중학교 1곳을 단지 내에 설립해 기부채납하기로 합의했다. 학교를 새로 지어 부지와 건물은 교육청에 넘기고 신천초등학교 부지는 가져오는 방식이다. 학교 부지를 국가가 아닌 교육청이 소유한 경우 통상 이 같은 맞교환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한다.

    문제는 신천초 부지가 교육부 소유 국유지라는 점. 1991년 지방자치제 도입 후 학교 건물 소유권은 지방교육청으로 넘어갔지만, 부지는 여전히 교육부 소유로 남아있다는 것이다. 교육청은 국유재산법상 교환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조합이 신천초 부지를 매입하는 동시에 새 학교도 지어서 기부채납해야 한다”고 했다. 이 경우 부지 매입비용과 기부채납 비용이 동시에 늘어 재건축 사업성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정비계획안 변경도 불가피해 사업 지연 가능성이 높다.

    [땅집고] 서울 강동송파교육지원청은 잠실주공5단지 내 신천초 부지 교환이 어렵다고 밝혔다. /잠실주공5단지 조합원 제공

    학교 부지 교환을 전제로 재건축 인허가를 내준 서울시는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법률 해석을 놓고 기획재정부와 교육청과 협의 중”이라며 “최악의 경우 초등학교를 존치시켜야 한다면 재건축 계획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조합원 A씨는 “학교 부지를 매입하면 결국 사업도 늦어지고 분담금만 더 늘어나는 것 아니냐”고 했다.

    현재 3930가구인 잠실주공5단지는 재건축을 통해 최고 50층, 전체 6815가구 초대형 단지로 거듭난다. 하지만 신천초 부지 문제로 발목이 잡혔다.

    ■ “학교가 더 필요한가?”, “학교 문닫고 공사 빨리 하자” 곳곳서 갈등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재건축 사업도 부지 내 반포중학교 재건축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당초 조합은 기존 반포중을 철거한 후 새로 지어 기부채납하기로 했다. 그런데 조합이 재건축 공사 일정을 조율하기 위해 휴교 시기를 앞당기려고 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조합 측은 “학교 철거와 개축 일정을 감안하면 공사기간이 촉박하고 사업 자체가 지연된다”며 2023년 휴교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재건축 공사 탓에 학생들이 전학가야 할 위기에 처하자 재학생과 학부모가 반발했고, 결국 교육청은 모든 재학생이 졸업하는 2024년 휴교하도록 휴교 시점을 1년 늦췄다.

    서울 은평구 갈현1구역 재개발 사업지에서도 학교 부지 확보가 논란이다. 조합이 당초 계획한 학교 용지는 7752㎡였다. 그런데 지난해 서울시 서부교육지원청이 교육부의 ‘학교신설비 교부기준’ 개정에 따라 초등 36학급과 병설유치원 3학급 규모의 적정면적인 1만5315㎡를 추가 확보하라고 조합에 요구했다.

    [땅집고] 서울 은평구 갈현동 '갈현제1구역주택재개발' 내 초등학교 설치를 요구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손희문 기자

    조합은 논란 끝에 학교 부지를 확보하지 않은 채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신청했다. 초등학교 부지 확보가 어렵고 재개발 사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였다. 은평구는 초등학교 부지 해제를 의결한 관리처분계획인가를 고시했고 조합은 이주 절차를 마치는대로 교육청과 협의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 측은 “교육청 요구대로라면 아파트 1개 동을 짓지 못하고 이에 따라 분양 물량이 최대 300가구 줄어 수용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조합이 교육청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오히려 조합 내 갈등이 커지고 있는 것. 이른바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를 기대했던 일부 조합원은 학교용지 해제 결정에 반대하며 ‘초등학교 지키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한 조합원은 “갈현 1동에는 초등학교가 없는데 재개발 후 4116가구가 입주하면 학생들은 갈 곳이 없다”고 주장한다. 교육부 학교 신설 교부기준이 개정된만큼 이를 감안해 당초 예정했던 부지에 학교를 설립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그는 “학교가 어쩌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에서 애물단지가 됐는지 안타깝다”고 했다. /박기홍 땅집고 기자 hong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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