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08.08 13:44
[발품 리포트] 우후죽순 생겨난 신축빌라 탓에…월계동 모아타운 사업 고꾸라지나

[땅집고] 서울시 노원구 월계동 534번지 일대는 영축산 뒤쪽 끝자락의 ‘달동네’로 불린다.
지난 1일 이곳을 찾았다. 주변에 마땅히 가까운 지하철역이 없어 광운대역 1호선에서 내려 31분이 걸려 도착했다. 하늘이 비를 잠시 멈추고 햇빛을 허락했지만 30도가 넘는 무더운 날이었다. 동네 어귀에 들어서자 숨이 턱 막혔다. 가파른 경사와 언덕으로 험한 고지대에, 좁은 골목길을 따라 올망졸망 낮은 높이의 노후한 다세대 연립주택이 밀집해 있었다.


이날 찾은 동네 곳곳에는 ‘월계동 534번지 모아타운 추진 동의서를 받고 있다’라고 쓴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주민 A씨는 “애초에 이곳은 재개발 재건축은 꿈도 못 꿨다”면서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모아타운 추진 소식은 반가운 일”이라고 했다. 좁은 골목에서 힘들게 주차 중이던 주민 B씨도 “그동안 골목이 좁아 주차난이 심하고 생활이 불편했는데 모아타운이 만들어지면 시설들이 확충될 테니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모아타운은 서울시가 대규모 재개발이 어려운 10만㎡ 이내의 다가구, 다세대 등 노후 저층 주거지를 하나로 묶어 대단지 아파트로 개발하는 사업이다. 모아타운은 정비계획 수립, 조합추진위 승인, 관리처분계획 인가 절차가 없다. 규모가 작은 정비사업이다 보니 재개발, 재건축과 달리 2~4년 안에 개발 사업이 마무리될 만큼 사업속도가 빠른 편이다. 또한 공공기여, 국·시비 지원 등을 받아 지하 주차장, 어린이집 등의 편의시설도 확충할 수 있다.
지난달 모아타운 대상지 첫 공모에 21곳이 최종 선정됐다. 자치구별로 중랑구 4곳, 도봉·마포·양천·구로·송파·성동구 각 2곳, 종로·강북·노원·서대문·강서구에서 각 1곳씩 뽑혔다. 또한 각 지역에서 주민합의체를 구성해 자체적으로 모아타운을 추진하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는데 월계동이 그중 한 곳이다.
■ 월계동 모아타운 ‘노후도 기준’ 미달로 첫발도 못 디뎌
추진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월계동 534번지 모아타운 추진은 올 2월부터 시작됐다. 구역 내 토지 등 소유자는 800명 정도다. 이 관계자는 3월부터 추진 동의서를 받기 시작해 현재 400장 정도를 받아 50%의 동의율을 얻은 상태다. 모아타운은 자치구에 공모신청서 제출 후 대상지 평가 70점 이상, 소관부서 검토를 거쳐야 모아 타운 대상지로 최종 선정된다.
하지만 월계 534구역의 모아 타운 추진이 ‘노후도’ 기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공모신청서 제출이 지연되고 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지난달 말에는 노원구청에 공모신청서를 접수해야 했지만 생각지도 못한 복병에 이마저도 미뤄진 상태다. 노원구청 관계자는 “월계동 모아타운 추진과 관련해 아직 구청 측에 들어온 신청서는 없다”며 “들은 바가 없고, 추진 현황도 아예 모르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 달동네의 모아타운 추진 발목을 잡은 새로운 복병은 다름아닌 동네 여기저기 짓기 시작한 신축 건물들이었다.
모아타운은 구역 내 20년 넘은 노후 주택이 57%만 넘으면 사업이 가능해 민간 재개발의 노후도 충족 기준인 67%에 비해 상대적으로 노후도 기준을 충족하기 쉽다. 하지만 월계동 534번지의 경우 노후도가 50%에 조금 못 미치는 비율로, 모아주택의 노후도 기준인 57%를 충족하지 못한다.

이날 둘러본 동네 한 귀퉁이에 신축 빌딩 한 곳이 공사 중이었고 이제 막 공사가 끝난 빌딩을 포함해 2~3채가량이 새로 지어지고 있었다. 신축 빌딩이 더 많아지게 되면 동 전체의 노후도가 낮아져 모아타운 해당 부지로 선정되기 어렵게 된다. 모아타운 추진위원장은 “신축 건물이 알박기해버리면 노후도 부분에서 점수가 깎여 모아타운 기준 충족이 어렵다”고 말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모아타운 추진시 신축빌라들로 인해 노후도 수치가 낮아지게 되면 추진을 반기는 주민들 입장에서는 불평불만이 많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모아타운 선정돼도 신축빌라 건축 가능…‘알박기’ 악용 우려 ↑
부동산 업계에서는 개발 이득을 노리고 모아타운 추진 지역에 신축빌라가 우후죽순 들어설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신통기획이나 공공재개발의 경우 신축 빌라는 권리산정기준일 이전에 완공 및 소유권 등기가 완료돼야 하지만 모아타운은 권리산정기준일 이전까지 신축 착공신고만 취득하면 된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모아타운 선정 직후 신축 빌라가 들어설 경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지 않기 때문에 개발 이득을 노리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월계동 534번지 모아타운 추진에 발목을 잡는 또다른 걸림돌은 개발에 대한 주민들의 의견이 여전히 분분하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부지 특성상 고지대에 있어 애초에 높은 아파트 등이 들어서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신축 빌딩 건축주 C씨는 “이 일대는 지대가 높은 편이라 2016년 월계 3구역 재개발 단지로 준공된 건너편의 SK뷰 아파트처럼 절대 높게 지어질 수가 없다”고 말했다. 모아타운 추진 구역 인근의 꿈의숲 SK뷰 아파트는 월계 3구역 재개발 단지로 2016년 1월 준공됐다.
모아타운 추진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추진이 지연되고 있지만 해당 구역 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토지공사(SH)의 보유분은 10% 이상이고 주민들의 반응은 전반적으로 적극적이다”며 “월계동에서 유일한 모아타운 추진 구역이라 이번이 아니더라도 성사될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김세린 땅집고 기자 lin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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