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08.08 11:55
[땅집고] “X 치우느라 수십만원 들여 청소하고, 냄새 빠지는 동안에도 영업을 못해서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경기 김포시 구래동 소재 1층 상가에 무인 인형뽑기방을 운영하는 A씨. 지난 6월 매장을 방문한 손님으로부터 ‘가게 안에서 냄새가 너무 많이 난다’는 전화를 받았다. 평소 매장을 깨끗하게 관리해 왔다고 자부했던 A씨는 손님의 말이 의아했지만, 내부 CCTV를 돌려보고선 경악했다. 전날 저녁 한 젊은 여성 B씨가 다급하게 가게로 들어오더니, 구석에서 대변을 보는 장면이 적나라하게 찍혀 있었던 것.
‘큰일’을 마친 B씨는 거울을 보며 옷차림새를 확인한 뒤, 배설물을 치우는 등 조치는 전혀 취하지 않고 유유히 매장을 떠났다. 인형뽑기방 바닥에는 인분만 덩그러니 남아있게 됐다.
B씨를 경찰에 신고한 A씨는 “CCTV 화면을 보면 B씨가 술에 취한 모습은 전혀 아니었다. 이후 들어오려던 손님들은 냄새 때문에 그냥 나가는 분이 많더라”며 “급한 마음에 볼일을 봤더라도 치웠어야 하는 것이 맞지 않냐. 그 후에라도 연락을 줬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했다. A씨는 배설물을 치우기 위해 청소업체를 불렀는데 무려 50만원을 지출했으며, 냄새가 빠질 때까지 매장 운영을 못하면서 추가적인 손실까지 입었다고 호소했다.
결국 B씨는 지난 2일 경찰서에 출석해 잘못을 시인했다. B씨는 “용변이 급해서 그랬다”며 “생각이 짧았다, 죄송하다”고 진술했다.
전국 곳곳에서 상가를 운영하면서 A씨 같은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들이 적지 않다. 매장에 몰래 배설물을 남기거나, 저녁에 음주 후 구토하고 달아나는 취객들 때문에 다반사로 일어나는 일이다. 점주들은 오물을 치우는 데 드는 청소비를 써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악취를 제거하는 동안 영업이 어려워 금전적인 손해도 피할 수 없다. 이런 경우 어떤 죄목으로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을까.
경찰은 B씨에게 적용할 죄명이 모호해 고심 중이다. 당초 재물손괴 혐의를 고려했으나 청소로 매장이 원상복구 된데다, 인형뽑기 기기가 파손된 정황도 없어 해당 혐의를 적용하기는 어려워서다. 실제로 2005년 대구시에서 30대 남성이 금융기관 현금입출금기(ATM)에 소변을 봐 재물손괴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적이 있는데, 이 때는 ATM기기가 고장났기 때문에 재물손괴를 적용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인형뽑기 매장이 무인점포기 때문에 B씨에게 위계나 위력으로 점주의 업무를 방해할 때 적용하는 업무방해죄를 들기도 애매한 상황이다.
변호사들은 B씨에게 처벌 수위가 낮은 경범죄처벌법 적용이 유력하다고 했다. 길이나 공원, 그 밖에 여러 사람이 모이거나 다니는 곳에서 함부로 대·소변을 보는 행위, 즉 노상방뇨하는 경우 경범죄처벌법에 따라 10만원 이하 벌금형을 내릴 수 있다.
땅집고 자문단은 “민사소송이라면 A씨가 B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가능하다”며 “A씨가 지불한 청소 비용을 비롯해, 일정 기간 영업을 하지 못하면서 발생한 손실까지 손해배상청구액에 산입할 수 있다. 이때 영업손실 금액은 실제 매출자료를 참고해서 책정하면 된다”고 했다.
김포경찰서는 “B씨의 진술 내용 등 정확한 경위를 조사해, 죄명과 입건 여부를 조만간 결정할 것”이라며 “다만 B씨가 입건되더라도 적용 죄명과 수사 결과에 따라 사건이 검찰에 불송치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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