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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 당첨자 전원이 '계약 포기'…"집 남아돌아도 못 사요"

    입력 : 2022.08.04 07:42 | 수정 : 2022.08.04 07:43

    [땅집고] 최근 경기 성남시 중원구 하대원동에 공급되는 소형 아파트 ‘이안 모란 센트럴파크’의 청약 당첨자들 전체가 아파트 계약을 포기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 아파트는 총 74가구 규모 나홀로 단지다. 지난 5월 1순위 청약이 진행됐는데, 일부 주택형에서 미분양 물량이 나와 2순위 모집에서야 겨우 예비 집주인을 찾았다. 하지만 이후 74명의 청약 당첨자들이 전부 아파트 계약을 포기했다. 지난달 27일 다시 한번 74가구 전체에 대한 무순위 청약이 진행됐지만 신청자는 27명에 그쳤다.

    [땅집고] 경기 성남시 중원구에 들어서는 '이안 모란 센트럴파크' 단지. 청약 당첨자 전원(74가구 모집 중 74가구 전체)이 아파트 계약을 포기했다. /카카오맵

    최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미분양·미계약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 미분양 또는 미계약 물량이 나오면 시행사는 이른바 ‘줍줍(주워 담는다는 뜻)’으로 불리는 무순위 청약 방식을 통해 남겨진 아파트를 처분해야 한다.

    무순위 청약이란 일반분양 당첨자 계약 이후 계약 포기나 청약 당첨 부적격으로 주인을 찾지 못한 가구에 대해 청약을 받아 무작위 추첨으로 당첨자를 뽑는 것을 말한다.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100% 추첨제로 당첨자를 뽑아 가점이 낮은 청약자에게 인기가 많다. 하지만 최근 대출규제 및 금리인상으로 자금줄이 막히고, 집값 고점론이 확산하면서 시세보다 확연하게 저렴한 단지가 아니면 수요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수도권 미분양 반년 만에 236% 증가…청약 로또 ‘줍줍’도 안 통해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2만7910가구다. 전달보다 535가구(2%) 증가했다. 수도권의 경우 4456가구가 집주인을 찾지 못하고 남았는데 지난 5월(3563가구)보다 25.1%(893가구), 1월(1325가구)과 비교하면 236% 증가한 수치다. 집을 다 짓고도 집주인을 찾지 못한 주택은 수도권의 경우 5월 573가구에서 6월 말 기준 837가구로 264가구(46%) 증가했다.

    성남 아파트처럼 청약에 당첨되고도 아파트 계약을 포기하는 ‘미계약’ 사태도 급증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2년간 2회 이상 무순위 청약을 한 아파트는 47개 단지로 나타났다. 수도권이 24개 단지에 달해 절반 이상(51%)을 차지했다. 경기 수원시 매교동 만강아파트는 11회나 청약 공고를 냈다. 서울에서는 장안동 ‘브이티 스타일’이 9회, 신림동 ‘신림스카이’가 8회 순으로 청약 공고 횟수가 많았다.

    [땅집고] 지역별 미분양 주택. / 국토교통부, 조선DB

    무순위 청약이 반복되는 단지는 대부분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아 분양가가 비싼 아파트다. 주력 주택형인 전용 78㎡(32평) 분양가가 10억3840만~10억8840만원으로 중도금 집단 대출금지선인 9억원을 넘겨 고분양가 논란이 있었던 ‘칸타빌 수유 팰리스’는 지난 1월 초기 분양 당시 미분양·미계약 물량이 198가구에 달했고 결국 ‘분양가 할인’이라는 파격 세일에 나선 다섯번째 무순위 청약에서도 겨우 26가구의 예비 집주인을 찾았을 뿐이다.

    반면 분양가가 저렴한 아파트는 청약 과열 현상이 여전하다. 지난 5월 과천시 원문동에서 진행된 ‘과천위버필드’(과천주공2단지 재건축)의 무순위 청약에서는 4가구 모집에 총 8531명이 몰려 평균 2133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4가구 중 84㎡ 분양가는 10억원대로 20억5000만원에 거래된 인근 ‘과천 자이’보다 10억원 저렴했다.

    ■ “자금줄 ‘꽁꽁’ 묶인 서민들, 집 남아돌아도 못 산다”

    정부는 지난해 무순위 청약 자격을 해당 아파트 소재 시·도 무주택자로 제한했다. 또 본청약 경쟁률이 평균 1대 1을 넘은 아파트는 무조건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시스템을 통해 무순위 청약 방식으로 잔여 가구를 공급하도록 했다. 시행사 임의대로 선착순 분양에 나서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이 때문에 미분양 물량을 하루 빨리 해소하기 위해서는 무순위 청약 제도를 완화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미분양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자금줄이 막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실수요자를 대상으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를 80%까지 완화했지만, 막상 실수요자에게는 ‘그림의 떡’이라는 지적이다. 하반기부터 총 대출액 1억원을 넘는 차주를 대상으로 시행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와 대출 금리 인상 부담이 더 크기 때문이다. 분양가 상한제가 대부분 적용돼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청약 시장이라고 하지만, 웬만큼 저렴하지 않은 이상 무주택자들이 예전처럼 청약에 나설 수 없게 된 셈이다. 여기에 전반적으로 수도권 집값 상승 기대감도 낮은 상황이어서 매수세 확대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미분양·미계약으로 골머리를 앓는 단지들은 입지 조건이 우수한 편이 아니거나,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아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은 단지가 주를 이룬다”며 “최근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주택 자금 마련하기가 더 어려워져서 저렴한 청약 단지도 쉽게 도전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도 시세보다 분양가가 확연하게 저렴한 단지가 아니면 청약 흥행이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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