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급매, 34평 배정'…둔촌주공 조합원 탈출 러시

[땅집고]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과 시공사가 사업 정상화를 합의했지만, 공사 중단 장기화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다. 지난 4월부터 공사가 멈춰 천문학적인 손실 비용을 결국 조합원이 분담해야 할 상황이다. 여기에 입주 시기조차 불투명해지면서 입주권을 매물로 내놓는 조합원도 늘고 있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단지라고 불리며 청약 1순위로 꼽혔던 둔촌주공에서 이른바 ‘손절 매물’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3일 둔촌주공 재건축 시공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에 따르면 오는 11월 공사가 재개된다 하더라도 약 7개월여 사업 중단에 따른 손실 비용만 1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추산액에는 이미 투입히한 공사비(1조7000억원)에 대한 금융 비용을 비롯해 타워크레인 등 장비 임대료, 현장 관리비, 물가 상승분이 포함됐다.

재건축 공사비는 기존 약 3조2293억원에서 시공단이 추산한 추가 비용 1조원을 더하면 4조원대로 늘어난다. 공사비 지출 증가분이 분양 수입 증가분보다 많은 경우 부족한 금액은 조합원이 추가로 분담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시공단 관계자는 “추가 공사비는 발생 원인이 조합에 있는 만큼 조합이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합원이 6068명으로 1인당 분담금이 2억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재건축 조합과 정상화위원회, 시공사업단, 강동구청은 4자 대면을 통해 새 집행부를 선임하고 11월 공사 재개를 합의했다. 그럼에도 공사 중단에 따른 사업 리스크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급매’로 입주권을 내놓는 조합원도 늘고 있다. 현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급매로 처분하겠다는 매물만 130건에 달한다. 재건축 후 30평대를 배정받을 수 있는 매물이 20억원 이하로 나오고 있다. 가장 저렴한 매물은 17억원이다. 이주비(약 3억원) 승계를 감안하면 초기 투자비가 14억원에 불과하다. 64평 펜트하우스도 매물로 나와있다.

하지만 급매물조차 팔리지 않고 있다. 둔촌동 S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집주인들이 호가를 낮추고 있지만 추가분담금이 얼마나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어떤 사람이 매수에 나서겠냐”고 말했다.

원칙적으로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원 중 1세대1주택에 한해 10년 보유 5년 실거주하면 조합원 지위를 양도할 수 있다. 예외 조항도 있다. 재건축 사업이 3년 이상 지연될 때 3년 이상 보유자도 매매거래를 통해 지위 양도가 가능하다.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은 2019년 12월3일 착공해 오는 12월이면 거래가 가능해진다. 현재 시장에 나온 매물 대다수가 이에 해당한다. 사실상 12월 이전에는 매매할 수 없기 때문에 12월에 잔금을 지불해도 된다는 조건을 붙여 매물로 내놓고 있다. 매수자가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배려하는 듯하지만, 실상은 조합원 지위 양도를 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다. 둔촌동 H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잔금 기한이 여유있더라도 사업 정상화와 현금 청산 우려가 많기 때문에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합원 탈출 러시가 이어지는 현상을 두고 일각에서는 결국엔 폭탄 돌리기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분담금이 얼마나 늘어날지, 공사가 언제 재개할지 불투명하기 때문에 입주권 매매는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급매 가격을 보면 기존 호가에서 현재 예상되는 추가분담금만큼 뺀 금액으로 나와있다”며 “일정 지연에 따라 추가 분담금은 더 늘어날 수도 있기 때문에 매수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기홍 땅집고 기자 hong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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