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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탁 "보유세 완화 지금이 적기…취득세 개편은 당분간 어려울 듯"

    입력 : 2022.08.03 06:00

    [땅집고] 윤석열 정부가 첫 세제개편안을 지난 21일 발표했다. 종부세 과세 기준을 현행 주택 수에서 가액 기준으로 바꾸고 다주택자 중과세율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에 수십억원짜리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한 사람보다 지방에 저렴한 아파트 여러 채를 가진 사람이 더 많은 종부세를 내는 구조를 개선해 세금을 합리적으로 매기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야당 등을 비롯해 일각에서는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을 대폭 깎아주는 ‘부자감세’로 규정하며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

    땅집고는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을 만나 종부세 인하 정책이 부동산 시장에 끼치는 영향과 세제개편안이 나온 배경, 세제정상화와 부자감세 등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원인 등을 짚어봤다. 우 팀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 급격하게 상승한 종부세를 낮추고, 과세체계를 단순화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양도세·종부세 중과 폐지로 다주택자의 숨통이 트인 것은 사실이나 집값 상승에 대한 피로감과 금리 인상 등으로 투기 수요가 붙어 시장이 불안해질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의 첫 세제 개편안이 발표됐다.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나.

    일단 다주택자와 1주택자 종부세 완화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할 수 있다. 최근 3~4년간 집값이 상승하는 과정에서 공정시장가액비율 상승이나 공시가격 현실화 등이 맞물리면서 보유세가 덩달아 급격하게 늘어났다. 더 비싼 집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 보유세를 더 내는 것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깔려있으나 보유세 상승 속도가 가팔랐다는 점이 문제였다. 이번 개편안으로 급격하게 늘어난 세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은 있다. 윤석열 정부는 장기적으로 재산세와 종부세 두 부분의 세금 체계를 하나로 합쳐서 적정 과세 수준으로 잡아가겠다고 밝혔다. 물리적으로 이에 대한 연구 용역이 진행되고 있고 아직 당장 발표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재산세와 종부세 통합, 적정 보유 과세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었다면 지금과 같은 야당의 반발을 조금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땅집고] 다주택자 종합부동산세 세율 조정안. /기획재정부


    -주택 수가 아닌 가액기준으로 과세체계가 완전히 바뀌었다.

    문재인 정부에서 세금 규제를 가하는 과정에서 과세 체계가 복잡해지면서 단순화하자는 지적이 많았다. 오죽하면 ‘양포세무사(양도소득세 세법이 자주 개정돼 수임을 포기하는 세무사)’라는 말이 나왔겠나. 주택 수가 아닌 가액기준으로 과세 체계를 단순화했다는 점도 이상적인 방향으로 선회했다고 본다. 보유세는 어쨌든 단순해야 한다. 그래야 납세자들도 어떤 구조로 얼마만큼 세금이 나온다는 걸 쉽게 파악할 수 있고 무엇보다 향후 부과될 세금에 대한 예측이 가능해진다.

    -종부세는 얼마만큼 줄어드나.

    사례별로 다르겠지만 평균적으로 산출한 데이터로는 규제지역에서 2주택 이상인 다주택자의 경우 재산세와 종부세를 합친 금액을 기준으로 75% 안팎으로 줄어든다. 1주택자는 다주택자만큼은 세금이 크게 줄지는 않지만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50%까지 원래 냈어야 하는 세금보다 줄어든다. 더 쉽게 말하면 전반적으로 세율은 2019년 수준, 재산세와 종부세 등 보유세는 2020년에 냈던 금액과 엇비슷할 것이다.

    -다주택자 종부세가 크게 줄어들면 시장에 나오는 매물이 더 줄어드는 것 아닌가. 지금 부동산 시장은 거래가 실종됐다.

    세 부담이 크게 줄어든 만큼 주택 매도를 계획했던 다주택자는 관망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양도세 중과 유예도 내년 5월까지 시행하고 있지 않는가. 내년 초까지는 지켜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서울 등 일부 지역에서는 급매를 내놓았던 이들이 기존에 내놓은 가격보다 금액을 조금 더 높여서 매물을 내놓는 현상도 국지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직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한시적으로 유예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매물을 유도한 정책인데 종부세를 대폭 줄여주면 다주택자가 매물을 거둬들이는 것 아닌가. 상충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은데.

    그렇다. 논리적으로 분명 상충하는 부분이 있다. 금전적인 이득이 있는 다주택자에게 1년간 빨리 매물을 처분하라는 시그널을 줬는데, 이번 종부세 감세가 급하게 처분할 이유를 사라지게 만들었다. 정부의 입장에서는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고 신규로 주택을 매입하려는 수요가 당분간 급격하게 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보유에 대한 부담을 낮추더라도 이로 인해 부동산 시장이 불안해질 가능성은 낮다고 본 것 같다. 보유세 부담을 언젠가 완화시켜야 한다면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적어도 올 연말까지는 부동산 거래 절벽 현상이 지속하는 것 아닌가.

    그렇다. 세금 제도 개편보다 현재 더 심각한 문제는 거래량 급감이다. 보유세 부담을 크게 낮춰 서울·수도권 지역에서는 가격 하락 부분이 단기적인 조정으로 끝날 수도 있다. 일부 다주택자 사이에서는 단기간 가격 조정을 받고 재상승 반전이 이뤄지지 않을까하는 기대감도 깔려 있다. 다만 이런 매도자와 가격 고점으로 인식하는 수요자간 가격 괴리감이 큰 상황이라 이게 좁혀지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격이 올라가든 떨어지든 적정 수준의 거래량을 유지하는 것은 부동산 산업 측면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전후방으로 미치는 효과가 굉장히 크기 때문이다. 어떤 식으로든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

    [땅집고] 서울의 부동산 중개업소에 붙어있는 양도세·종부세 상담 문구./연합뉴스

    -양도세·종부세 감면에 이어 결국 남은 건 취득세다. 취득세 개편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나.

    부동산 투자자나 추가로 주택을 매입하려는 다주택자 입장에서는 취득세가 여전히 부담이다. 종부세와 양도세 규제를 완화했지만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가 남아있어 신규로 새 집을 구매하려는 수요가 억제되고 있다. 최근 발표한 개편안에 따라 보유세를 큰 폭으로 줄였기 때문에 취득세 중과까지 했을 경우 투기 수요가 불 붙는 등의 시장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논의가 있을 수는 있으나 시장 불안 우려 측면에서 완화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번 세제개편안을 두고 부자감세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이 줄어드는 부분만 놓고 보면 부자감세라는 비판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 그동안 다주택자 종부세 인상 속도가 1주택자에 비해서 빠르고 많이 올랐다. 특히 문제가 됐던 부분은 지방의 저가 주택 두 채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똑같은 값을 가지고 있는 서울의 한 채, 말씀하신 1주택자의 경우보다 금액은 같은데 훨씬 더 많은 세금을 내는 이런 역차별 현상이 많았던 점을 감안해서 다주택자 세금을 낮춘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개편안도 결국 국회를 통과해야하는데 진통이 예상된다.

    세율과 과세 표준에 대한 개정이기 때문에 국회 통과가 필요한 사안이다. 1주택자에 해당하는 부분은 어느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큰 이변이 없을 것이다. 문제는 다주택자다. 다주택자 세금 감면은 이번 세제개편안대로 통과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진다. 만약 통과하더라도 과표율에 대한 추가적인 조정이나 세율 인하 폭을 조정해서 상대적으로 비싼 집을 보유한 사람이 조금 더 내는 방향으로 일부 수정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주택자는 향후 세법 개정안이 어떻게 통과하는 지에 대해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박기홍 땅집고 기자 hong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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