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08.02 07:28
[땅집고] ‘8월 전세대란’은 기우였나.
2년 전 시행된 임대차3법 가운데 계약갱신청구권이 만료되는 8월부터 전세대란이 불거질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가 컸다. 하지만 현실은 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전세 매물이 쌓이는 형국이다.
임대차시장에서 물량은 넘쳐나고 수요가 급감하는 이 같은 현상은 전세금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업계 전망과 달리 전세대란은커녕 매물이 쏟아지는 입주대란이 벌어지면서 시장의 혼란이 가중되는 양상이다.
2년 전 시행된 임대차3법 가운데 계약갱신청구권이 만료되는 8월부터 전세대란이 불거질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가 컸다. 하지만 현실은 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전세 매물이 쌓이는 형국이다.
임대차시장에서 물량은 넘쳐나고 수요가 급감하는 이 같은 현상은 전세금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업계 전망과 달리 전세대란은커녕 매물이 쏟아지는 입주대란이 벌어지면서 시장의 혼란이 가중되는 양상이다.
■강남·용산마저도 전세금 하락…전세대란은 기우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보증금이 39개월 만에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26일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가격통계를 보면 이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금은 6억7788만원으로 지난달 6억7792만원보다 소폭 하락했다. 서울 아파트 월 평균 전세금이 떨어진 것은 2019년 4월 이후 처음이다. 강남과 대통령실 이전 호재가 있는 용산마저도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8월 이후 계약갱신청구권 사용이 만료된 임대주택의 경우 재계약을 할 때 임대인들이 4년 치 임대료를 한꺼번에 인상하면서 전세금이 폭등할 것이란 우려가 컸다. 하지만 정부가 계약 갱신을 유도하기 위해 상생임대인 확대와 기준금리 인상, 대출규제 등의 조치로 전세로 살던 임차인들이 월세로 전환하는 이른바 '전세의 월세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한국은행의 빅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으로 대출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전세 수요가 크게 줄었다. 이에 전세물량은 계속 쌓이고, 집주인들은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면서 전세금 하락으로 이어지는 추세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달(25일 기준) 서울 임대차 매물량은 4만9819건으로 전월(4만4625건)대비 11.6% 증가했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경기(5만1092건→5만9435건)와 인천(1만2678건→1만4591건)의 임대차 물량도 각각 16.3%, 15% 늘었다.
■입주대란 우려할 판…‘불 꺼진 새 아파트’ 흔할 듯
일부 지역에서는 입주대란 우려도 나온다. 29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다음 달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3만5282가구다.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많은 물량이다. 지역별로 경기가 1만1864가구로 가장 많고 ▲대구(4385가구) ▲충남(4135가구) ▲인천(2435가구) 순이다.
수원·인천·대구 등 입주물량이 줄줄이 대기중인 지역은 늘어나는 전세 매물로 홍역을 치를 판이다. 특히 입주 예정자들은 신축 아파트에 들어가려면 잔금을 치러야 하는데 기존 집이 팔리지도 않고 세입자도 구하지 못해 입주 자체가 불가능한 악순환도 우려된다. 전세수요가 없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잔금을 치르지 못한 집주인들도 경쟁적으로 가격을 내리고 있는 양상이다.
이달에 입주를 시작한 매교역푸르지오SK뷰는 900가구가 전월세 매물로 나와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체 가구 수의 4분의1에 해당한다. 총 3603가구에 달하는 공급폭탄에 인근 팔달구 아파트 전세금도 하락하고 있다. 수원 팔달구에 위치한 P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집주인들이 전세금을 2억원 이상 낮춰도 보러오는 사람 자체가 없다”며 “일부 전세 수요자들도 매수자가 우위인 시장 상황을 간파하고 관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 상황은 더 심각하다. 신축 아파트 가격이 분양가보다 싼값에 매매되고 있다. 대구 동구 신암동에 들어서는 '동대구해모로스퀘어웨스트' 전용 84㎡의 분양권이 최근 4억8160만원에 거래됐는데, 지난 2020년 분양가인 5억160만원보다 약 2000만원 낮은 가격이다.
업계에서는 ‘불 꺼진 새 아파트’가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지금처럼 거래가 얼어붙은 시장 빙하기에는 매매가보다 전세금이 더 큰 영향을 받게 돼있다”며 “집주인 입장에서는 전세는 어떻게든 맞춰야 하기 때문에 가격 조정 장세를 쫓아갈 수밖에 없고, 시장에선 금리 인상 공포에 매물도 쌓이고 있어 당분간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기홍 땅집고 기자 hong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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