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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부동산?…안전한 미술품 투자, 이런 작품 골라라"

    입력 : 2022.08.01 11:50 | 수정 : 2022.08.01 13:12

    [아트 컬렉터를 만나다] 김정환 GB투자자문 대표 “초보는 위작인지도 모르고 구매…판화부터 시작해라”
    [땅집고]증권사 애널리스트이자 아트 컬렉터로 활동 중인 김정환 GB투자자문 대표는 "작품을 고를 때는 100년 이후에도 살아 남을 작품인지를 잘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GB투자자문

    [땅집고] “미술품 수집을 취미와 투자처로 동시에 생각하는 분들이 늘어나면서 그림을 사려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초보자는 어떤 작품을 사야 하느냐고 물어보십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이자 아트 컬렉터, 화가를 겸하고 있는 제 경험을 바탕으로 보면 ‘100년 후에도 살아남을 만한 작품’을 고르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김정환(53) GB투자자문 대표는 “반짝 떴다가 지는 작가는 수도 없이 많다. 실패 없이 아트 컬렉팅을 하고 싶다면 미래 가치가 있는 작품을 고르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1994년부터 2019년1월까지 증권사에서 애널리스트를 지낸 샐러리맨이다. 낮에는 회사원으로, 밤에는 화가와 서예가, 아트 콜렉터 등으로 활동한 재미난 이력의 소유자다.

    한국과 일본 고베 등지에서 총 8번 개인전을 연 대한민국서예대전 초대 작가이며, 아주대학교에서 서예 강의도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오는 8월 16일 열리는 ‘대체투자를 위한 아트 컬렉팅 2기’ 강연에서 ‘아트 컬렉터가 들려주는 미술 공부법’을 주제로 강연에 나설 예정이다. 김 대표를 미리 만나 초보 아트 컬렉터가 알아야 할 점에 대해 들었다.

    ―‘100년 후에도 살아남을 작품’은 어떻게 골라야 하나.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한 1994년부터 미술품을 사들이면서 깨달은 건 오래 가는 작가는 정말 적다는 점이다. 당시 반짝 떴던 작가 대부분은 시장에서 사라졌다. 아무리 유명세를 얻었어도 작가 개인의 사정이나 가치관, 작품 스타일의 변화 등 다양한 이유로 인해 끝까지 살아 남는 작가는 극히 드물다. 그래서 찾은 작품 선택 기준이 바로 ‘아들, 손주 시대에도 인정받을 만한 작가의 작품’을 찾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은 작가를 찾아 그의 철학이나 사상을 잘 들여다 봐야 한다. 물론 작가를 검증하기 전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취향을 아는 것이다. 앤디 워홀 풍의 화려한 스타일을 좋아하는 데 남들이 좋다고 해서 차분하고 정적인 마크 로스코 스타일의 작품을 살 필요는 없다. 취향에 따라 작품을 골라야 작품대로 즐기고 가치가 오르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유명 작가의 작품은 비싸다. 부담 없이 시작할 방법은 없을까.
    “판화, 드로잉, 포스터 등은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살 수 있다. 처음부터 무리하게 1000만원 넘는 원화를 살 필요는 없다. 가용 예산을 정해놓고 그 안에서 작품을 사면 된다. 일단 판화부터 사보는 것을 추천한다. 300점 이내에 작가의 사인이 들어간 판화를 산다면 작품 가치를 어느 정도 인정받을 수 있다. 귀한 작품의 경우, 소장가가 풀어 놓지 않으면 볼 수 없기 때문에 포스터를 통해 사는 것도 방법이다. 일부 포스터 중에는 작가의 사인이 들어간 경우도 있다. “

    [땅집고] 지난 5월 12일 제11회 아트부산이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개막해 입장한 미술애호가들이 작품들을 감상하고 있다. /김동환 기자

    ―초보 아트 컬렉터가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생각보다 미술 시장에 ‘가짜’가 많다. 최근 기사만 봐도 유명 작품의 위작(僞作) 문제로 업계가 시끌시끌하다. 이건 국내외 미술시장 모두에서 흔하게 겪는 일이다. 특히 초보 아트 컬렉터는 가짜를 사고도 모르고 넘어갈 확률이 높다. 대부분은 잘 모르지만, 옥션 계약서에 명시한 환불 가능 기간은 6개월 이내다. 6개월 이내에 작품의 진품 여부를 파악한 뒤 가짜일 경우 환불받을 수 있다.

    미술계에서는 위작 여부를 구매자가 증명해야 한다. 진품을 따지는 일이 복잡한 탓이다. 그래서 작품을 사려고 마음먹었다면 해당 작가 작품을 최대한 많이 보는 수밖에 없다. 화면으로만 보면 놓치는 것들이 있다. 많이 보다 보면 작가 작품을 따지는 눈이 어느 정도 생긴다.”

    ―투자처로서 미술시장은 어떤가.
    “미술시장은 이미 주식, 부동산, 비트코인 다음으로 투자의 영역으로 들어왔다고 본다. 경기에 영향을 받는 주식시장과는 전혀 다르다. 미술품 시장 투자자는 대부분 자산가들이어서 경기 영향을 덜 받는다. 자산가들은 경기가 나빠진다고 미술품을 쉽게 경매로 내놓지 않는다. 귀한 매물은 한 번 들어가면 소위 수장가가 사망해서 유족이 처분하기 전까지 볼 수 없을 정도다. 주식, 부동산보다 안정적인 투자처라고 볼 수 있다.”

    ―글로벌 미술품 시장에서 한국 작가 몸값은 어떤가.
    “그동안 국제 시장에서 한국은 무시당하는 작은 시장이었다. 매년 3~4월 홍콩에서 ‘아트 바젤’ 행사가 열리면 한국에서 보기 힘든 작가들 정모(정기모임)가 이뤄질 정도로 국내 시장은 열악했다. 그런데 지금은 한국 아트 컬렉터 손이 커지고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국외 대형 아트페어나 갤러리가 너도나도 한국에 들어오려고 한다. 한국 주식시장이 저평가됐다고 하는데 미술시장도 마찬가지다.

    한국 미술시장이 뜨면서 작가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작년 9월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아트페어에 작품을 걸어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요즘은 이렇게 SNS를 통한 해외 전시 초청이 흔한 일이 됐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전혀 아니었다. 요즘 한국이 문화적으로 국가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면서 작가 몸값도 함께 오르고 있다. 김환기 작가 그림은 한 점당 몇 백억원 수준으로 오르면서 천장이 깨지고 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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