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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값 1900억이 어쩌다…" 난장판 된 1조원 지주택 사업

    입력 : 2022.07.25 07:11 | 수정 : 2022.07.27 11:16

    [땅집고] 원미아파트 철거 이전의 통합사우스카이지역주택조합 사업구역 전경./사우스카이타운지역주택조합

    [땅집고] “전 조합장이 재임할 때 업무대행사가 조합 머리 꼭대기에 있다는 말이 돌 정도였는데…살다살다 이런 ‘눈 뜨고 코 베이는 격’의 어이없는 사기를 당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통합사우스카이타운 지역주택조합 관계자)

    전국 최대 규모의 지역주택조합 사업으로 주목받은 경기 김포시 ‘통합사우스카이타운’이 조합과 업무대행사의 갈등으로 삐걱대고 있다.

    통합사우스카이타운은 작년 초 사업 승인을 눈앞에 뒀지만, 느닷없이 토지 소유권과 추가 분담금 문제가 발목을 잡으며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조합은 이번 사태를 ‘대장동 게이트’에 빗대 ‘대장동보다 더한 김포게이트’라고 주장한다. 이에 업무대행사인 청일건설은 “조합이라면 손해보는 장사를 하겠느냐”고 맞서며 조합을 압박하고 있다.

    분양 당시 이 아파트를 두고 “완공되면 지주택 사업의 역사를 쓸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지만, 지금은 사업 자체가 순항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실정이다.

    ■ 사업비만 1조원… 전국 최대 규모 지주택 사업 ‘파국사태’

    통합사우스카이타운 지역주택조합(이하 사우스카이지주택) 사업은 김포시 사우동 300번지 일대 사우도시개발사업지 5A 구역 19만4000㎡(약6만평)을 도시개발방식으로 개발하고 그 중 10만4014㎡(약3만1460평)에 지하2층~지상35층 18개동 총 2908가구의 대규모 공동주택을 지역주택조합 방식으로 짓는 사업이다. 2015년부터 진행된 사우스카이지주택 사업은 사업비만 1조원이 넘는데다 조합원이 2500여명에 달해 ‘역대급 규모 지주택’ 사업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4월 사우스카이지주택 조합이 김포시에 공동주택 사업계획 승인을 신청하면서 사업이 순항하는 듯 했다. 그러나 같은해 6월 임시총회에서 조합에게 날벼락 같은 소식이 떨어졌다. 조합 명의로 확보되어야 할 토지가 업무대행사인 청일건설 명의로 되어 있고, 청일건설은 조합에 사업에 필요한 토지 전체를 매입하라며 4000억원 이상의 추가 분담금을 요구하는 등 소유권 이전을 거부하고 있다. 이에 일부 조합원들이 7월부터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청일건설에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토지 매입비 1900억원 행방 오리무중…근데 4000억을 더 내라고?”

    갈등의 시작은 작년 6월 조합 임시총회에서 발생했다. 조합원들이 수년간 납입한 분담금 1900억원으로 매입한 사업부지가 지주택 조합이 아닌 업무대행사인 청일건설 명의로 되어있는 사실이 밝혀지면서다. 지주택 조합원들은 2015년부터 사업부지 내 공공주택부지 매입을 위해 1인당 평균 1억원씩, 약 1900억원에 달하는 토지 매입비를 부담한 상태였다. 하지만 이날 임시총회에서 정작 조합원 소유의 토지는 1평도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통상 조합이 업무대행사에게 토지 매입을 위탁하는 경우, 대행사는 실질적인 토지 소유주인 조합의 명의로 계약을 체결하거나 조합 소유권 보존을 위해 매입한 토지를 신탁사 등에 위탁해 관리하게 된다. 그러나 사우스카이지주택 사업은 이러한 절차가 전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청일건설이 조합의 자금을 활용해 청일건설 명의로 토지를 매입해버린 셈이다.

    [땅집고] 조합원들이 "문석배 통합사우스카이 지주택 전 조합장이 청일건설과 불법적으로 토지매매계약을 작성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은 문 전 조합장과 청일건설이 체결한 토지 매매계약 약정서./통합사우스카이 지역주택조합

    청일건설이 조합원 자금으로 토지를 매입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청일건설과 사우스카이지주택 전 조합장과의 부적절한 거래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게 조합 측 주장이다. 최초에 김포 사우도시개발사업지 5A 시행사로 참여한 청일건설이 도시개발사업지 내 사우스카이지주택 업무대행사로도 손을 뻗었고, 이 과정에서 전 조합장을 포섭해 지주택 사업을 입맛대로 좌지우지했다는 주장이다. 조합원들은 “청일건설이 당시 그들에게 우호적이었던 전 조합장과 공모해 조합원들이 모르는 사이에 불법적인 계약을 체결하고 청일건설의 명의로 토지를 매입했다”며 항의하고 있다.

    소유권이 청일건설로 넘어가면서 조합은 사업에 전혀 관여하지 못한 채 손발이 묶인 상태다. 조합은 “청일건설은 토지 매입 당시 지주택 사업승인 신청 시 조합명의로 토지를 이전하기로 약정했지만, 이제는 명의이전을 거부하면서 토지를 매입하려면 추가로 4100억원을 내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청일건설의 이 같은 요구에 조합원들은 “평당 359만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애당초 청일건설이 사우스카이지주택 조합 업무대행사로서 조합원에게 확정분양가를 약속했던 사실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반발하고 있다.

    조합원들은 지난 4월 청일건설을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이후 지난 8일 사우스카이지주택조합원 300여명은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토지 반환 집회를 열고 전 조합장과 업무대행사인 청일건설에 대한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인천지검 부천지청 앞에서 후속 집회를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땅집고] 조합은 토지 반환 집회를 열고 전 조합장과 전 업무대행사에 대한 수사 및 처벌을 관할 행정당국에 지속적으로 요구한다는 방침이다./통합사우스카이 지역주택조합

    청일건설 측은 조합의 요구가 부당하고 주장한다. 조합이 추가비용 부분은 깡그리 무시하고 ‘왜 1900억원이나 납입했는데 그 땅을 다시 6000억원에 사라고 하느냐’고 반발하고 있다는 것. 조합이 종후자산평가를 토대로 한 토지대금을 납부하기로 사전에 합의했으며, 이 과정에서 토지대금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는 점 역시 조합 측이 인지하고 있었다는 지적이다.

    청일건설 관계자는 “환지방식으로 조성되는 사업 특성상 최종적으로 감정평가된 자산 금액 기준으로 토지비 대금을 받기로 되어있다”며 “2020년 기준 등기부 등본상 토지비만 약 3800억원이었으며, 최종 금액인 종후자산 감정평가금액은 작년 4월 기준으로 6000억원으로 산정됐다”고 했다. 원가로 산정되는 토지비에 토지조성비용, 도시개발사업지 설계 비용, 명도 및 철거 비용, 영업비용 등을 더하면 약 6000억원에 달한다는 계산이다. 청일건설은 조합이 분담금으로 낸 1900억원은 전체 토지비의 일부에 불과하며, 추가분담금을 내야 소유권 이전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조합원들이 청일건설 측에 토지비 매입 내역 자료 공개를 지속적으로 요구하는데도 청일건설 측은 “공개할 이유가 없다”며 거부하고 있어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김예림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지주택 사업의 경우 조합 가입계약 전 조합원 모집 신고 여부 등을 꼼꼼히 짚어봐야 한다. 토지 확보 실패와 도시관리계획 변경 등이 원활하지 않아 사업이 지연되거나 무산될 가능성이 있고, 사업계획 변경 등으로 추가 부담금 발생도 빈번하다”며 “일반 분양주택과는 사업방식이나 사업절차 등에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을 이해하고, 사업이 지연되거나 무산될 경우 조합원의 정신적·경제적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도 충분히 인지하고 접근하기를 당부한다”고 했다./손희문 땅집고 기자 shm9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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