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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 1개에 주인 3명…'둔촌주공 사태' 기막힌 전말

    입력 : 2022.07.24 10:04 | 수정 : 2022.07.24 17:18

    [땅집고]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이 3개월째 멈춰있다. 공사비 증액 문제로 촉발된 재건축 조합과 시공사업단 갈등이 조합장 사퇴에도 좀처럼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공사 중단 장기화 조짐에 집을 급매물로 내놓는 조합원도 나오고 있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으로 불리는 둔촌주공에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걸까.
    [땅집고] 지난 4월15일부터 공사가 중단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박상훈 기자

    업계에서는 둔촌주공 아파트의 기존 단지 내 상가 조합원들 사이에 이뤄진 이른바 ‘지분 쪼개기’ 관행이 공사 중단 사태 해결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한다. 상가 1개에 주인이 최대 3명이나 된다. 이 때문에 둔촌주공 전체 조합원 6123명 중 상가 조합원만 540명에 달하게 됐고, 약 9%에 해당하는 상가 조합원의 지분 쪼개기로 1만2000가구에 달하는 국내 최대 재건축 사업이 . 시공사업단은 상가와 관련된 분쟁이 종결되지 않으면 공사를 재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상가 1개에 주인 3명…‘지분 쪼개기’ 관행이 부른 갈등

    서울시는 최근 둔촌주공 조합과 시공사 간 중재상황 중간 발표를 통해 “9개 쟁점 사항 중 8개 조항에 대해 합의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조합과 시공단은 5600억원 상당 공사비 증액, 설계 계약 변경 등에 대해서는 합의에 이르렀으나 마지막으로 상가 분쟁 관련 중재안이 미합의 상태다. 상가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는 PM(건설사업관리)사 리츠인홀딩스와 조합 분쟁 탓이다. 시공단 측은 조합과 상가대표 기구, PM사가 합의하고 총회 의결을 거쳐야 공사재개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둔촌주공 단지 내 상가는 총 7개동에 309개가 있다. 상가 소유주는 285명이다. 여기에 공유지분제를 통해 540여명의 지분권자가 등록돼 있다. 전체 상가 중 187실만 단독 소유다. 나머지 122실은 350여명의 지분권자가 공유 중이다. 1개 점포당 평균 3명이 주인인 셈이다.

    갈등은 상가 조합원 무상지분율을 높이려는 과정에서 촉발했다. 무상지분율은 조합원이 현재 지분에서 추가 분담금 없이 얻을 수 있는 신축 상가의 지분 비율을 말한다. 무상지분율이 200%라면 20㎡ 상가를 소유한 조합원은 40㎡ 신축 상가를 무상으로 분양받을 수 있다.

    상가 조합원들은 2012년 무상지분율 190%를 받는 조건으로 PM사인 리츠인홀딩스와 계약했다. 그러나 2018~2019년 상가 ‘지분 쪼개기’가 늘면서 점포 숫자보다 많은 530여명이 상가 지분권자로 등록하며 문제가 생겼다. 이들은 재건축 조합이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후 각 호실의 원래 주인으로부터 지분의 6분의1, 4분의1, 2분의1 등의 쪼개기 방식으로 집중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사람이 소유한 지분 면적은 4㎡부터 20㎡까지 다양하다.

    [땅집고] 상가집행부인 통합상가위원회가 소유한 둔촌주공 상가 지분현황. 집행부 상당수가 상가 지분 쪼개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조합원 제공

    ■무상지분율 높이려는 조합 vs ‘유치권 행사’로 맞선 PM

    둔촌주공 단지 내 상가 소유주들은 무상지분율을 270%까지 높여 조합원이 분양받을 점포 면적을 넓히는 작업을 추진했다. 리츠인홀딩스 측은 상가 공유지분자가 장악한 통합 상가위원회 집행부가 무상지분율을 높이기 위해 PM사를 내쫓았다고 주장한다.

    PM사는 상가 설계·분양 등에 투입하는 비용을 먼저 지불하는 대신 조합원 지분을 뺀 나머지 신축 상가를 분양해 수익을 가져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상지분율이 올라가면 리츠인홀딩스 수익이 적어지기 때문에 양측 간 분쟁이 벌어진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갈등을 빚자 조합은 계약해지를 통보했고, 리츠인홀딩스는 이에 맞서 유치권을 행사하는 상황이다. 리츠인홀딩스 관계자는 “10년간 상가 재건축에 이미 100억원 상당을 투입했는데, 통합상가위원회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해 큰 피해를 입고 있다”고 했다.

    시공단은 상가 유치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공사 재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새로 짓는 상가 위로 주상복합 아파트 2개동을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시공사업단 관계자는 “PM사와 합의가 끝나 유치권을 해제하기 전까지 개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사퇴한 김현철 조합장은 “상가 문제는 상가대표 단체가 모든 법률적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협상하겠다”며 “시공사업단에게 상가공사비에 대한 확실한 지급을 약속하며, 상가문제로 인한 법적인 문제 발생시 모든 책임을 상가대표 단체가 지는 조건 하에, 조속히 협상을 진행하겠다"고 조합원에게 문자를 보냈다.

    둔촌주공 사태를 계기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른 재건축 단지 내 상가에서도 최근 지분 쪼개기가 늘면서 제2, 제3의 둔촌주공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분양 일정이 지연될수록 조합원 뿐 아니라 청약 대기자들도 손해다. 업계 관계자는 “재건축 사업은 이해관계자가 많을수록 사업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며 “규제지역에서 상가 지위 양도는 불법이어서 지분 쪼개기가 불가능하지만 비규제지역에서는 상가 지분 쪼개기가 성행해 사업이 더딘 경우가 잦다”고 말했다. /박기홍 땅집고 기자 hong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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