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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깨졌으니 물어내!"…제주서 길 잘못 들었다 봉변

    입력 : 2022.07.21 13:57

    [땅집고]사유지 주인과의 분쟁 원인이 된 도로 모습. /보배드림


    [땅집고] 여행 중 길을 잘못 들어 사유지를 침범했다가 땅주인으로부터 “도로가 깨졌으니 물어내라”는 요구를 받았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황당한 이야기 같지만 실제 제주도에서 일어난 일이다.

    지난 16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게시판에는 ‘제주도 여행 시 조심하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씨에 따르면 분쟁은 지난 9일 발생했다. A씨는 “가족들과 여행 중 초행길이라 길을 잘못 들었다. 잘못 들어온 걸 인지하고 후진해서 나오던 중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아저씨와 70대 할머니가 나와서 ‘도로가 까졌으니 물어내라’고 하더라”고 했다. 이어 “들어갔던 도로는 아저씨와 할머니의 개인 사유지였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사유지 주인의 요구에 A씨가 보험사와 경찰을 불렀지만 헛수고였다. 보험사 직원은 “여기 여러 번 왔었는데, 다른 방법이 없다”고 했고, 경찰도 “대인사고가 아니어서 어떻게 해줄 수 없다”고 했다는 게 A씨 주장이다. A씨가 이용한 렌트카 업체 직원도 “보험으로 해결하면 금전적 피해가 없으니 그냥 원만하게 해결하라”고만 했다.

    A씨가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금이 여러 갈래로 난 바닥 군데군데 풀이 나 있고, 흙과 낙엽 등이 잔뜩 끼어있다. A씨는 “방금 도로가 꺼졌는데 낙엽이 저렇게 많이 들어가는 게 이해가 되냐”며 “사유지 주인이 합의하자고 하는 태도가 너무 능숙해서 이런 요구를 한두 번 한 게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2020년 7월 촬영된 로드뷰를 보면 해당 위치의 땅에 이미 금이 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땅집고] 2020년 7월 촬영된 사유지 로드뷰. /보배드림

    글을 접한 네티즌들은 분노했다. 이들은 “이미 바닥이 깨져서 안에 낙엽이 다 들어가 있다” “딱 봐도 깨진 지 한참 된 것으로 보이는데 무슨 보상 요구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 네티즌은 “광주에서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는데 로드뷰 들이미니까 해결됐다. 그냥 본인에게 피해 입증하라고 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다만 A씨는 “보험처리로 인해 금전적인 피해는 없었다”며 별다른 신고 조치를 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최근 들어 제주도에 여행 갔다가 현지인으로부터 지나친 금전적 요구를 받은 관광객이 늘고 있다. 지난 14일에는 B씨가 제주 우도에서 삼륜 전기바이크를 대여한 뒤 경계석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가 228만원의 수리 비용을 요구받았다는 사연을 SNS에 공유하기도 했다.

    [땅집고] 제주 우도에서 삼륜 전기바이크를 대여했다가 경계석을 들이받는 사고를 낸 뒤의 모습. /보배드림

    B씨를 더 화나게 한 건, 한국소비자원 문의 결과 비슷한 삼륜 전동자동차 판매가가 200만원 정도였다는 사실이다. 사연을 공유한 B씨는 “대여 당시부터 바이크 상태는 좋지 않았고 뒷바퀴는 구멍 나 있었다. 하단부에도 흠집이 나 있었다”며 “해당 모델은 신차 가격 검색해도 나오지도 않는 모델”이라고 주장했다. B씨의 항의에 당시 제주시청 측은 “자율등록업체라 안타깝지만 방법이 없다. 이런 일이 많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부동산 전문 변호사들은 기존에 하자가 있는 부동산·동산의 상태를 속여 돈을 편취할 의도가 있었다면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고, 최악의 경우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다만 위 사례의 경우처럼 시비를 따졌을 때 소요되는 시간, 비용 등을 감안하면 법적 분쟁으로 치닫는 경우 사실상의 실익이 없는 경우도 빈번하다.

    김예림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피해를 당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당황스러운 경우가 닥쳤을 때 현장에서 최대한 동요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과실 여부가 애매한 상황이라면 상대방이 ‘즉시 배상하라’고 주장한다고 해서 곧바로 금전 등을 건넨다면 이후 억울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합의에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고 사진이나 녹취 등 자기 과실 여부가 아니라는 것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사실을 확보해두는 것이 생활 예방책이 될 것”이라고 했다./손희문 땅집고 기자 shm9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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