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07.20 11:35
[땅집고] “올해 봄까진 꼬마빌딩 시장이 괜찮았거든요. 낡은 건물 사서 좀 수리한 뒤 되팔면 돈이 됐어요. 좋은 물건 나왔길래 급하게 사들였는데 이렇게 공사비에 이어 금리까지 갑자기 치솟을 줄 알았나요. 손해만 안 보고 팔면 소원이 없겠습니다.”
A씨는 지난 3월 말 서울 중구 역세권 입지에 있는 2층짜리 노후 건물을 23억원에 매입했다. 요즘 트렌드에 따라 신축 후 임차를 완성해 최대 3배 가격에 다시 매각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5월부터 공사비와 금리가 크게 뛰면서 매각 계획을 대폭 수정해야 했다. 건축 인허가만 받은 상태로 31억원에 건물을 급매로 내놨다. A씨는 “팔리지 않을까봐 계속 가격을 낮추고 있다”고 말했다.
■‘핫’ 했던 꼬마빌딩, 부동산 침체에 직격탄
19일 상업용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경제상황이 급변하면서 꼬마빌딩 시장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작년부터 올해 초까지만 해도 꼬마빌딩은 각광받는 투자상품이었다. 아파트 등 주택과 달리 대출 한도가 높아 진입 장벽이 낮은 까닭에 부동산 호황기 동안 꼬마빌딩은 아파트의 대체 투자처로 인기를 끌었다. 특히 최근 꼬마빌딩 시장이 숙성하면서 저렴한 구축을 매입해 리모델링·신축한 뒤 2, 3배 가격에 되팔아 큰 시세차익을 남기는 트렌드가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올해 상반기를 지나면서 꼬마빌딩 시장 트렌드는 완전히 바뀌었다. 공사비에 이어 설상가상으로 금리까지 급등하면서 보유 현금이 적고 대출이 큰 물건이 급매물로 시장에 풀리고 있는 것이다. 전하나 에이트빌딩부동산중개법인 이사는 “목표치보다 낮은 금액에도 팔리지 않자 금액을 계속 내리는 건물주가 점점 늘고 있다”며 “반면 매수자는 시장 흐름을 읽고 급매물을 기대하며 관망세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공사비 인상·빅스텝에 휘청…급매물 쏟아지지만 거래 ‘뚝’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금리를 0.5%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하면서 꼬마빌딩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꼬마빌딩은 매입 시 대출 비율이 높은 경우가 많아 금리가 오르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출이 잔뜩 끼어 있고 입지가 나쁜 물건을 중심으로 올 하반기부터 급매물로 쏟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꼬마빌딩 등 거래량 감소 추세는 뚜렷하다. 토지건물 전문업체 벨류맵에 따르면 6월30일까지 신고한 올해 서울 업무·상업시설 거래 건수는 1459건이다. 업무·상업용 부동산에는 오피스, 상가, 숙박시설 등을 포함한다. 상반기 거래건수는 집계 전이지만, 지난해 전체 거래건수(4356건)와 비교하면 턱없이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3.3㎡당 단가는 큰 폭으로 늘었다. 2019년 5935만원에서 올해 8594만원으로 44.8%가량 올랐다.
■ 업계 “최대 3~4년 부침 겪을 것”
업계에서는 올해 하반기부터 입지나 상품성이 애매한 상품부터 급매물이 나오기 시작하며 꼬마빌딩 시장이 급격히 위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빌딩 매매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임차 시장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이창동 밸류맵 팀장은 “이자율이 너무 높고 가격 상승세가 멈췄기 때문에 꼬마빌딩 시장은 적게는 1~2년, 많게는 3~4년 이상 부침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강민 알스퀘어 리서치센터장은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둔화와 설비 투자 감소로 오피스 수요 증가가 둔화할 수 있다. 임차인은 운영 비용을 줄이기 위해 강남 등 핵심 지역에서 여의도 같이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저렴한 지역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수요가 줄어드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시기가 지나는 2, 3년 후쯤 상업용 부동산 시장도 다시 회복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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