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07.18 07:30 | 수정 : 2022.07.29 16:40
[수도권 주택시장 긴급진단] ②올해 경기권 집값 하락지 1위로 전락한 화성 동탄신도시
[땅집고] “지난 2~3년 동안 동탄 아파트값이 폭등한 이유가 GTX 호재 하나뿐이었잖아요. 사실 정상적인 부동산 시장이었다면 집값에 악영향 미쳤을 지표들이 더 많거든요. 입주량이랑 분양 물량 모두 많지, 전셋집 모자람이 없으니 전세가율도 30~40%로 낮지, 그러다 보니 투자수요가 더 이상 들어오기 힘든데 그렇다고 실수요자들이 지난해 최고가에 매수하기에는 자금 부담이 너무 크지…. 급등한 가격을 수요가 못 받아주니 집값이 2억~3억원씩 빠질 수밖에 없는 거죠.” (경기 화성시 청계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
‘8억원→14억4000만원→13억원→11억원’
최근 3년여간 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에 있는 34평 아파트의 실거래가 추이다. 집값이 2019~2021년 두 배 가까이 뛰었는데, 올해 들어서는 다시 낮아져 ‘역 브이(V)’ 형태를 띠고 있다. 동탄신도시 일대 대부분 아파트가 비슷한 집값 추이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정권에 ‘GTX 호재’를 업고 화성시 집값을 견인했던 동탄신도시 아파트마다 최근 최고가 대비 2억~3억원 정도 낮은 실거래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지역 핵심 교통망인 SRT 동탄역에 동탄신도시와 서울을 직결하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이 추가로 개통한다는 소식에 2018년까지만 해도 5억~6억원대이던 34평(전용 84㎡) 아파트 실거래가가 지난해 15억원 턱 밑까지 올랐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집값이 수억원씩 뚝뚝 떨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화성시는 올해 들어 7월 첫째주까지 집값 상승률이 -2.77%로, 경기도에서 ‘집값 하락 1위 지역’으로 이름을 올렸다.
■’동탄역 GTX 호재’ 누렸던 동탄2신도시 집값, 2억~3억씩 ‘뚝뚝’
그동안 동탄신도시에서 집값이 과열됐던 아파트는 대부분 동탄역 동쪽에 있는 동탄2신도시 입지다. 동탄2신도시에선 새로 개통될 GTX-A노선 동탄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GTX 호재가 집값 상승을 부추긴 것이다.
반면 동탄역 서쪽인 동탄1신도시는 지구를 남북으로 가르는 경부고속도로에 막혀 동탄역과 단절된 상황. 동탄역에 가려면 걸어서 1시간 이상, 버스로도 15~20분 정도 걸려 접근성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최근 ‘폭락 거래’도 집값이 단기간 급등했던 동탄2신도시에서 주로 나오고 있다. 동탄역까지 도보 10분 거리인 ‘동탄역 시범 우남퍼스트빌’ 전용 84㎡는 2019년 8억원대에서 지난해 7월 14억4000만원 신고가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2월 13억원으로 떨어졌고, 지난 6월 11억원까지 낮아졌다. 1년만에 최고가 대비 집값이 3억4000만원 하락한 것이다.
인근 ‘동탄 시범 한화꿈에그린 프레스티지’ 84㎡도 지난해 8월 14억5000만원에서 올해 6월 11억7000만원으로, 실거래가가 1년여 만에 2억3000만원 떨어졌다.
화성시 청계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현재 단지마다 최고가보다 높은 금액인 15억원대에 등록된 매물도 여럿 있지만, 하나같이 거래가 안된다. 올해 들어서는 11억~12억원 급매에 나온 집들만 겨우 주인을 찾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분양·입주 폭탄 맞은 동탄, 급매물 많아 시세 급락…‘빅스텝’에 집값 더 떨어질수도
동탄신도시 뿐 아니라 GTX 호재로 집값이 급등했던 수도권 외곽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GTX-C노선 인덕원역을 끼고 있는 안양시와 의왕시, GTX-B노선 송도역이 들어서는 인천 송도국제도시 등에서도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집값 고점 인식 확산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프리미엄을 포기하는 속도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동탄신도시의 경우 분양·입주물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도 집값을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2017~2018년까지만 해도 동탄신도시에는 분양가 3억~4억원대 새아파트 분양이 줄을 이었고, 연간 입주량도 1만~2만가구에 달하는 등 ‘집이 귀한 지역’이 아니었다.
실제로 동탄신도시 일대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율)은 단지마다 30~40% 수준으로, 전국 평균(63.8%)의 절반에 그친다. 전세가율이 낮은 것은 급등한 매매가격을 전세가격이 못 따라온 영향도 있지만, 주택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은 탓도 있다는 설명이다.
앞으로 2025년까지 화성시에 3만5600여가구가 추가로 입주할 예정인데, 동탄신도시에만 ‘신동탄롯데캐슬나노시티’(2022년 11월·999가구)나 ‘동탄역디에트르퍼스티지’(2025년 2월·854가구) 등 대단지가 수두룩하다.
‘동탄역 시범 우남퍼스트빌’ 단지 내 공인중개사 B씨는 “집값이 계속 오르려면 투자수요와 실수요 모두 꾸준해야 하는데, 현재 동탄신도시는 전세가율이 너무 낮아 갭(gap)이 크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더 진입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GTX 호재로 차익을 먹은 투자자들은 이미 싹 빠지고,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영향을 많이 받는 실거주 수요만 남으니 이들이 집값을 감당 못해 거래가 얼마 없다. 이런 상황에서 비과세를 노린 급매거래만 나오면 시세 하락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동탄신도시 집값이 현재 하락세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동탄역에 GTX-A노선이 개통하는 2024년쯤 다시 반등할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한다. 땅집고 자문단은 “GTX 중 A노선이 유일하게 착공한 확실한 호재인 점을 감안하면, 그동안 급등한 동탄신도시 아파트 가격이 다소 조정기를 거치더라도 2019년 이전 가격까지 폭락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이달 13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추가로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함에 따라 매수 심리가 더 위축돼, 실거래가가 수억원 더 떨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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