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07.13 07:24
[발품 리포트] 역세권 재개발 기대감에 효창공원 일대 집값 들썩
[땅집고] 작년 2월 신혼집 마련을 위해 서울 지하철 6호선 효창공원앞역 인근 ‘썩빌’(오래된 구축 빌라)을 매입한 30대 현모씨. 아파트를 사기엔 자금이 부족해 당시 재개발 가능성이 보이는 대지지분 45㎡(약14평)짜리 빌라를 4억5000만원에 매입했다. 1년이 지난 지금 이곳엔 ‘효창동 역세권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효창역세권재개발)이 추진되면서 집값이 2배 이상 뛰었다. 현재 현씨 집과 비슷한 빌라 매물 호가는 10억원이 넘는다. 현씨는 “당시 공인중개사가 재개발이 안될 수도 있다고 말해서 실거주 목적으로 매입했는데, 이후 추진위원회가 발족하고 현수막이 걸리더니 집값이 갑자기 올랐다”고 했다.
최근 서울 용산구 효창역세권재개발 사업이 구역 지정을 앞두고 집값이 들썩이고 있다. 그동안 효창공원앞역 북측 일대는 노후 불량 주택이 밀집한 데다 언덕이 많아 주택 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재개발 사업이 급물살을 타면서 집값이 1년 사이에 2배로 뛰는 곳들이 줄줄이 나오고 있다. 다만 구역 내 곳곳에 짓고 있는 신축 빌라가 준공하면 구역 내 토지등소유자가 크게 늘어 사업성이 나빠질 우려도 있다.
■ 역세권·초품아에 3300여가구 대단지
효창동 5-307 일대 효창역세권재개발 사업은 지하철 6호선과 경의중앙선이 지나는 효창공원앞역 북측 9만332㎡(약2만7300평)이 대상이다. 용산구 한복판 금싸라기 땅인 데다 지하철역과 초등학교를 끼고 있어 입지가 뛰어난 곳으로 평가받는다.
역세권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으로 용적률 438% 이하를 적용해 지상 35층, 3342가구로 개발을 추진 중이다. 역세권 도시정비형 재개발 사업은 민간 사업자가 사업을 신청하면 구역 일부가 준주거지역으로 종(種) 상향돼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적용해 주고, 완화된 용적률의 절반은 임대주택으로 공급한다. 효창역세권재개발 사업의 경우 조합원과 일반분양 물량 1938가구, 공공임대 858가구, 임대주택 546가구, 기부채납 44가구를 각각 지을 예정이다.
효창역세권재개발 사업은 지난해 12월 서울시 사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이달 18일까지 정비구역 지정을 위한 주민 공람이 진행 중이다. 효창역세권재개발 추진준비위는 “올 7월 초 기준 주민 85% 동의를 확보했다”며 “올해 안으로 구역 지정까지 속도를 내고 내년부터 추진위원회 구성 등 사업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했다.
■ 대지지분 10평짜리 매물, 프리미엄만 ‘5억’
재개발 기대감이 커지면서 예정지 내 거래가능한 매물에는 프리미엄(웃돈)이 5억원 이상 붙었다. 준공 30년 안팎 대지지분 30㎡(약10평) 다세대주택 매물이 8억5000만원에 나와있다. 전세보증금 2억원을 제외하면 초기투자금으로 6억5000만원이 필요한 셈이다. 효창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지난해 주민 동의율 확보를 진행하면서 기대감이 높아져 평균 2억~3억원 뛰었다”면서 “지금은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여 거래가능한 매물은 거의 없다”고 했다.
효창역세권재개발 사업이 완료되면 역세권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로 탈바꿈해 지역 랜드마크 아파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효창동 대성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효창동에서 가장 비싼 ‘용산롯데캐슬센터포레’가 19억원에 팔렸고 현재 호가는 최고 21억원 수준”이라며 “효창역세권재개발 신축 아파트는 비슷하거나 더 높은 가격을 형성할 것”이라고 했다.
■ 과도한 지분쪼개기로 사업성 나빠질 우려도
효창역세권재개발 구역은 언덕과 경사지가 많다는 것이 한계로 지적된다. 역과 가까운 구역 초입부에서 효창운동장과 가까운 북측으로 갈수록 경사가 급해지고, 구역 중앙부에도 가파른 언덕이 적지 않다. 효창역세권재개발 사업 부지 면적이 워낙 넓어 향후 조합원 분양 과정에서 지하철역에서 먼 언덕 위 동·호수를 배정받을 가능성도 높은데, 그렇게 되면 실제 시세 차익이 예상보다 적어질 수도 있다. 현지 공인중개사들은 “입주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 만큼, 사업 초기부터 매물 호가가 너무 높아지면 매수세가 붙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효창동 주민들은 “구역 내 과한 ‘지분쪼개기’로 사업성이 나빠질까 걱정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개발행위제한일 이전부터 효창역세권재개발 구역 곳곳에는 도시형생활주택, 다세대주택, 근린생활시설 등 각종 건물 신축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용산구는 효창역세권재개발 구역의 개발행위 제한일을 지난 4월 26일로 정했다.
최진성 재개발마스터키 대표는 “행위제한 이전에 인가받은 빌라가 준공을 마치면 구역 내 최종 토지등소유자가 수십 명 가량 늘어 사업성이 나빠질 수 있다. 또한 도시정비형 재개발의 권리산정일은 구역 지정을 받는 다음날로 정해지는데, 향후 확정될 권리산정일 이후 이 구역에서 신축 빌라를 취득한다면 현금청산 대상이 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손희문 땅집고 기자 shm9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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