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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바뀌고 반대 들끓고…'주택 공급' 동력 잃은 태릉CC

    입력 : 2022.07.12 14:50

    [땅집고]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골프장. /이명원 기자

    [땅집고] 문재인 정부에서 발표했던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골프장(CC) 택지개발 사업을 두고 윤석열 정부가 딜레마에 빠졌다. 당초 1만가구 규모 주택 공급을 계획했지만 환경 파괴와 교통난 등을 이유로 주민들이 강하게 반대해 2년째 사업 추진이 제자리걸음이다. 부동산 시장 여건도 2년 전과는 크게 달라졌다.

    국토교통부는 일단 “입장 변화는 없다”며 개발 강행 의지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태릉골프장 개발 자체를 취소하기는 힘들겠지만 달라진 시장 상황과 주민 의견 등을 반영해 개발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택 1만→6800가구로 축소…주민 반대로 사업 지지부진

    문재인 정부는 2020년 8·4대책에서 태릉골프장 부지 82만5000㎡를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해 주택1만여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 계획 발표와 동시에 지역 주민과 시민단체는 택지개발은 안된다며 강력 반대하고 나섰다. 주민들은 ▲태릉·강릉 세계문화유산 지정 취소 가능성 ▲태릉 일대 생태계 훼손 ▲교통난 등을 이유로 사업 전면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4일 개원한 제11대 서울시의회에는 ‘태릉골프장 일대 공공주택지구 지정 반대에 관한 청원’이 1호 청원으로 접수됐을 정도다.

    노원구 주민 모임인 ‘초록 태릉을 지키는 시민들’ 관계자는 “태릉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왕릉이 있고, 환경부 2급 보호동물이자 법정보호종인 맹꽁이가 사는 생태적 가치가 높은 지역”이라면서 “베드타운인 노원구에 상업·복합시설이나 공원 등 주민을 위한 시설이 아닌 아파트를 짓겠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국토부는 주민 의견을 일부 반영해 당초 계획보다 주택을 6800가구로 대폭 줄이기로 했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개발 자체를 반대하고 이다.

    [땅집고] 택지개발을 추진 중인 태릉골프장과 육군사관학교 위치도./조선DB

    ■국토부 “꼭 필요한 사업”…환경영향평가도 아직 통과못해

    국토부는 태릉골프장 택지개발을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전 정권에서 추진했더라도 필요한 사업은 승계해서 발전시키는 것이 원칙”이라며 “정부는 문화재, 환경, 교통 문제를 계속 검토·보완하면서 부작용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태릉골프장 개발 사업을 ‘왕릉뷰 아파트’ 사태의 모범 사례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7월 세계문화유산이자 사적 202호인 김포 장릉 인근에 허가없이 3400여 가구 아파트를 지은 건설사 상대로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렸다. 법원이 최근 1심 판결에서 건설사 손을 들어주면서 태릉골프장 개발이 약간 힘을 받을 가능성이 생겼다.

    국토부는 문화재청과 함께 태릉골프장 일대에 대한 유네스코 사전영향평가를 진행 중이다. 법적 요건은 아니지만 사전에 대외적 인정을 받아 우려를 불식시키겠다는 의도다. 국토부 관계자는 “태릉지구 개발이 김포 장릉에서 문제됐던 여러 부분을 해결하는 모범 사례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땅집고]2020년 8월 9일 서울 롯데백화점 노원점 앞에 모인 '초록 태릉을 지키는 시민들' 회원들이 태릉 그린벨트 훼손을 반대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박상훈 기자

    하지만 아직까지 초기 관문도 넘지 못하고 있다. 국토부와 사업시행자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지난 11일 서울 노원구 주민 상대로 태릉지구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 2차 공청회를 열었다. 4시간이 넘도록 마라톤 회의를 가졌지만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다음 회의를 2차 공청회 연장이나 주민간담회 형식을 통해 진행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원만하게 주민들을 납득시키겠다는 입장이나 반대 의견이 워낙 강경해 설득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사업 멈출 수 없다면 복합개발 검토해야”

    전문가들은 태릉골프장 부지의 경우, 주민 의견을 반영해 주택 개발에만 치우치지 않고 균형있게 복합 개발하는 방향으로 틀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하던 사업을 멈추긴 쉽지 않으니 결국 지역 사회와 주민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야 한다. 사업 속도가 느려지고 방향이 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진희선 연세대 도시공학과 특임교수(전 서울시 행정2부시장)는 “정책을 발표할 때와 달리 지금은 주택시장이 가라앉고 있고 3기 신도시도 점점 가시화하는 시점”이라면서 “태릉의 지역적 특성을 살려 일자리, 문화, 자연, 주택이 어우러진 복합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태릉은 경기도는 물론 강원도로 이어지는 길목인만큼 강원도의 관광 수요와 연결하고, 강서구 마곡지구처럼 복합 개발해 서울 강동권의 핵심 거점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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