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07.12 07:41 | 수정 : 2022.07.12 09:57
[2022 달라지는 상권 지형도] 개성있는 창업주 몰려드는 ‘대구의 을지로’ 동대구역 상권
[땅집고] 지난달 17일 오후 3시 대구광역시 동구 동대구역 인근의 한 동남아 음식점. 평일 점심 식사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점포 앞에 대기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방문객 A씨는 “점심시간이나 주말에는 손님이 몰려 적어도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 기다려야 하는데 평일 점심이라 그나마 한가한 편”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침체했던 동대구역 상권이 최근 엔데믹을 맞아 기사회생하고 있다. 저렴한 임대료에 젊은 창업주들이 모이면서 특색있는 거리를 형성하고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매출이 늘고 임대료 상승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동대구역 일대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지난해 4분기 21.6%에서 1분기 8%로 줄었다. 매출도 회복세다. 올 1~2월 동대구역 상권 전 업종 추정매출액은 7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2.3% 늘었다. 임대료도 상승세다. 동대구역 인근 B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지난해 66㎡(20평)짜리 1층 상가 월세가 80만~100만원이었는데 올해 160만~200만원으로 두 배 가까이 올랐다”면서 “권리금도 2000만~3000만원에서 두 배 정도 뛰었다”고 했다.
동대구역 상권은 2016년 복합환승센터와 신세계백화점이 개장하면서 포항·구미는 물론 수도권 손님까지 일부 끌어들이며 대구시 대표 상권으로 성장했다. 동대구역 상권은 KTX(고속철도)와 SRT, 고속버스, 시내버스, 도시철도 등 대중교통 수단이 집결된 복합환승센터를 포함해 대구 동구 신천동 360~390 일대를 이른다. 최근엔 근린생활시설 1층 점포가 밀집한 건널목 주택가가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2020~2021년 코로나19가 확산하며 침체기를 겪어야 했다. 지난해 동대구역 상권 전 업종의 추정 매출액은 1647억원으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 3770억원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 ‘을지로 감성’ 갖춘 상권…엔데믹에 유동인구 늘며 회복세
현지에서는 동대구역 상권이 살아난 첫째 이유로 유동인구 증가를 꼽는다. KTX와 대구지하철, SRT 등이 지나는 등 복합환승센터가 있고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이 있어 지역내 고정 수요층 보다 외지인 유동인구가 주 고객층인데 코로나 19가 꺾이면서 방문객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실제 동대구역 인근 카페인 ‘유어프레젠트’ 관계자는 “캐리어를 끌고 잠깐 방문했다가 열차 시간에 맞춰 급하게 나가는 손님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대료도 상권 회복을 이끈 요인 중 하나다. 최근 자금이 부족한 젊은 창업주들이 지은 지 30~40년된 임대료가 싼 건물 중 비어있는 곳에 카페나 바 등을 잇따라 개업했다. 이런 분위기가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뉴트로’ 유행과 맞물려 특색있는 거리가 형성된 것.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최근 임대료가 올랐지만 여전히 수성구 범어동이나 동성로와 비교하면 저렴한 수준”이라며 “사업을 시작하는 젊은이들이 창업하기에 좋은 조건을 갖춰 코로나 엔데믹 이후 점포를 찾는 문의가 더욱 늘었다”고 말했다.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도 이 일대 상권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실제 이 일대는 SNS를 통해 홍보가 이뤄진 점포가 대다수다. 동남아 음식점인 ‘사파키친’ 관계자는 “동대구역 상권을 방문하는 고객은 개인 SNS 계정에 올릴 사진을 찍기 위해 오는 것 같다는 착각이 들 정도”라며 “인스타그램에서 인기가 많은 아이스크림 가게는 겨울에도 방문객으로 북적인다”고 말했다.
■교통 상권만으로는 한계…외지인 유인할 정책 개발이 관건
동대구역과 같은 이른바 ‘일일생활권’을 표방하는 지방의 교통중심지 상권은 인구를 유입할 만한 유인이 없는 경우 한계에 봉착한다는 전망도 있다. 교통이 발달할수록 오히려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이동해 소비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부산처럼 관광 목적으로 방문하기도 하는 지역에서는 교통이 발달하면서 상권 유입 인구를 늘리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하지만 대구나 천안처럼 특별히 인구를 유입할만한 행정기관이나 거점이 없으면 오히려 서울·수도권으로 인구를 유출시키는 효과가 커 교통 발달은 되레 상권 발달에 부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동대구역이 대구 관문인 만큼 일자리 유치와 관광육성 정책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지면 상권 확장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김영갑 한양사이버대 호텔외식경영학과 교수는 “매출 전체 비중에서 재방문 고객보다 새로 들어오는 손님이 많은데 이는 오히려 상권이 활기있다는 증거”라며 “실제 멀리서 찾아오는 신규 유입 고객은 자주 오기 힘들다보니 객단가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현재 대구 내수 시장이 갑자기 커질 일은 없겠지만 향후 정책에 따라 외지인 유입 호재가 생긴다면 대구의 관문인 동대구역이 상권이 더욱 확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대구=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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