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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노른자 땅에 청년임대주택이라니" 양평동 시끌

    입력 : 2022.07.09 09:48 | 수정 : 2022.07.10 15:54

    [땅집고]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한신휴플러스 아파트 울타리에 롯데건설의 역세권 청년주택 건립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줄줄이 걸려 있다. /손희문 기자

    [땅집고] “30년간 양평동에 살았는데, 가뜩이나 원룸이나 빌라가 들어차 있는 동네에 청년들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임대주택만 지으려하니 주민들은 허탈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점점 사라지고, 청년들도 결혼해서 이 동네를 떠나면 여긴 누구만 남아서 살란 얘긴가요?”(40대 김모씨)

    최근 서울시와 롯데건설이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에서 가장 노른자땅인 롯데칠성 제과·차량정비공장 부지에 임대주택인 역세권 청년주택 건설을 추진하자,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은 “롯데는 집장사에 혈안이 됐고, 서울시는 임대주택 늘리기로 실적을 채우려는 ‘보여주기식 행정’을 하면서 건설사 배만 불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땅집고]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롯데칠성 부지 주변에는 지은지 30년 넘은 노후 불량 주택이 즐비하다. /손희문 기자

    영등포구 양평동5가 일대는 수십년간 공장과 주차장, 물류센터가 모여있는 공업지역이었다. 서울 지하철 9호선 선유도역 역세권에 한강이 가까워서 입지적으로 뛰어나지만, 배후에는 1996년 준공한 아파트 대단지 한 곳을 제외하면 노후 불량 다세대·다가구 주택이 밀집해 슬럼지역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 때문에 주거환경 개선과 주민 편의를 위한 인프라 시설에 대한 요구가 높다.

    그런데 최근 서울시와 롯데건설이 이곳에 지상 35층 11개동, 총 1400가구 이상의 대규모 임대주택(역세권청년주택)을 짓는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주민 반발이 거세졌다. 주민들은 “양평동 일대에는 1~2인 가구가 살 수 있는 소형 거주공간은 충분한데다, 임대주택을 지으면 주변 인프라가 더 악화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건물 규모 대비 주차장이 턱없이 부족(세대당 0.6대)해 불법 주차 문제가 야기되고, 공사 소음과 비산 먼지로 피해를 볼 것이 뻔하다는 주장이다.

    [땅집고]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롯데칠성 부지 위치. /손희문 기자

    무엇보다 주민들은 학령기 아동의 감소세가 뚜렷한 양평동 일대를 되살리기 위해선 문화시설이나 상업시설 등 인프라가 확충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최근 3년간 양평1,2동 학령기 아동(0~19세)의 인구수는 ▲2019년(12월 기준) 5966명 ▲2020년 5497명 ▲2021년 5296명 등 3년간 10% 이상 줄었다. 한 주민은 “오피스텔, 공장, 지식산업센터가 즐비한 양평동은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죽어가는 지역을 활성화하려면 청년들이 잠깐 머물다 가는 공간이 아닌 4인 가족도 충분히 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서울시와 롯데건설도 주민 반발이 거세자 고민에 빠졌다. 서울시 주택공급과 청년주택운용팀 관계자는 “집단 민원이 발생해 서울시 통합심의위원회 사전 자문에서 일단 부결된 상태”라며 “민간제안 사업인만큼 롯데측이 주민이 만족할만한 설득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방안이 마련되는대로 주민간담회를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땅집고]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롯데칠성 제과공장과 차량종합정비부지. /손희문 기자

    서울시는 향후 통합심의위원회 사전자문 절차를 다시 거쳐 사업계획을 접수한다는 계획이다. 사업계획 접수 이후 ▲주민 열람공고 및 관계부서 협의 ▲통합심의위원회 심의 ▲승인 및 고시 ▲착공 등 과정을 거치게 된다. 롯데건설은 “세부 사항은 논의 중이며 서울시와 공조해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등 조속히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협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역세권 청년주택 건립에 반대하는 선유도살리기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롯데가 제안한 35층 1400가구 임대주택에는 7평짜리 원룸만 자그마치 824가구가 계획돼 있다. 향후 일조권 문제 등 양평동의 주거환경이 파괴될 뿐만 아니라, 신림동이 ‘고시촌’이라는 이미지로 낙인 찍혔듯 양평동도 부동산 시장에서 원치 않는 오명을 쓰게 될 것이란 우려가 상당히 커 주민 거부감 역시 매우 크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개발 사업의 경우 사업계획 신청 이전에 주민 의견을 먼저 듣고 사업에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평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사업계획 접수 이후 주민 의견을 청취하는 것은 이미 구체적인 사업 계획이 다 짜여진 상태에서 형식적으로 진행하는 절차처럼 비칠 수 있기 때문에 주민들이 원치 않는 사업이라면 더욱 반발이 클 것”이라며 “개발 단계에서 필요에 따라 주민의견을 청취하는 절차를 앞당길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손희문 땅집고 기자 shm9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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