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07.08 09:44 | 수정 : 2022.07.08 11:57
[땅집고] 부동산 시장의 열기가 식으면서 외지인 갭투자가 몰렸던 지방 중소 도시 지역에서 ‘깡통 전세’ 위험이 커지고 있다. 작년 말부터 대출 규제와 금리 상승으로 주택 매수 수요가 줄고, 집값 상승세가 꺾인 반면 전세 수요는 꾸준히 유지되는 것이 전세가율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통상 전세가율이 80%를 넘으면 추후 집을 팔아도 대출금이나 전세보증금을 충당하기 어려운 ‘깡통 전세’가 될 위험이 높은 것으로 본다.
8일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전남 광양의 전세가율이 85%를 기록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은 전세가율이 85%로 나타났지만 매매가와 전세가가 동일한 '무갭'이나 전세가격이 매매가 보다 더 높은 '마이너스 갭투자(역전세)'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광양 중동의 한 공인중개사는"1000만원 이하로 단지를 골라서 살 수 있고 소형 아파트는 아예 돈을 들이지 않고 무자본 갭 투자도 가능하다"며 "가지고 있는 주택을 처분하려는 집주인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부동산 빅데이터 아실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 443건이던 광양 아파트 매물은 이달 들어 693건까지 56.4% 급증했다. 지난해에도 400건 내외였을 정도로 변동이 없던 매물 수가 급격하게 늘어난 것이다.
매물이 나오면서 가격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광양 집값은 지난해 말부터 6개월 넘게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올해 하락분만 1.8%를 기록하고 있다. 개별 단지들에서도 하락 거래가 부쩍 늘었다. 일례로 지난해 1억2500만원까지 올랐던 중동 '태영2차' 전용 59㎡는 지난달 1억500만원에 거래됐다.
매매가가 낮아지며 전세금이 더 높은 역전세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광양 '성호3차' 84㎡(이하 전용면적)도 지난달 1억4000만원에 거래되며 지난해 최고가보다 3200만원 내려왔다. 이 단지 동일 평형의 최근 전세금은 1억4500만원으로 매매가보다 높다. 1억45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된 집 가운데는 계약 직전 1억3000만원에 매매된 경우도 있다. 이웃한 '성호2차' 39㎡ 역시 지난달 5200만원에 매매된 집이 6700만원에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 인근 '금광1차' 59㎡는 지난달 1억1000만원 전세를 끼고 1억1000만원에 '무갭'으로 거래됐다.
전문가들은 지방의 전세가율은 수도권보다 높은 것이 정상이라면서도 깡통전세에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수도권은 전세가율이 70%를 넘으면 위험하다고 하지만, 공장이나 항구 등이 있어 노동자 수요가 많은 지역은 70~80%도 흔한 편"이라며 "전세가율이 높으면 비싸더라도 주택도시보증공사(HUG), 한국주택금융공사 등의 전세 보증보험을 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도 "집값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전국적으로 전세금이 집값보다 더 높은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역전세이면서 집값이 하락하는 경우에는 행여 집이 경매로 넘어가고 유찰까지 된다면 임차인은 전세보증금을 떼일 우려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전세 계약을 할 때 해당 주택의 깡통전세 여부를 유심히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손희문 땅집고 기자 shm9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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