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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 몰려와 2~3채씩 싹쓸이 쇼핑…100주 연속 집값 오른 광주

    입력 : 2022.07.01 04:36

    [지방 주택시장은 지금] ⑦100주 연속 집값 상승세 이어가는 광주광역시, 무슨 일이…

    [땅집고] 광주시 북구 일곡동 청솔4차 아파트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에 나붙은 매물 안내문. 이 아파트는 매매가와 전세금 차이가 1000만원 내외다. /전현희 기자

    [땅집고] “준공 20년차 청솔4차 전용 48㎡는 매매가가 1억1000만원인데, 전세보증금이 1억원입니다. 사실상 1000만원 있으면 집 한 채 살 수 있는 셈이죠. 작년 8월부터 서울과 경기도 젊은 투자자들이 우르르 몰려와 2~3채씩 쇼핑하듯 집을 사갔습니다.”(광주광역시 북구 일곡동 황정인 솔로몬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

    최근 전국 집값이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광주광역시 아파트값이 2020년 7월 이후 101주째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아파트값이 100주 연속 상승한 곳은 광주와 경남 뿐이다. 그런데 최근 집값 상승을 주도한 곳은 광주에서도 인기 주거지역이 아니다. 외곽이면서 오래된 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광주 북구와 광산구다. 현지 공인중개사들은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아파트가 많아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를 피할 수 있고, 전세금과 매매가 차이도 1500만~3000만원에 불과해 외지인 갭(gap) 투자자가 대거 몰려든 것 같다”고 한다.

    [땅집고] 광주지하철 2호선 노선도와 주요 주거지역 현황. /광주시

    ■준공 20년차 1억원대 아파트에 투자 몰려

    지난해까지만 해도 ‘광주의 대치동’으로 불리는 남구 봉선동과 수완지구, 상무지구 등 신축 아파트 밀집 지역이 많이 올랐다. 하지만 올 5월 이후에는 매매가가 1억원 대인 북구와 광산구 일대 오래된 아파트 거래량이 폭증하면서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

    북구 일곡동의 경우 지난 4~5월 아파트 거래량이 200여건에 달했다. 지방 도시의 동단위 주택 거래량으로는 이례적으로 많다. 일곡동 ‘청솔4차’는 지난4월 이후 두 달여 동안 42건이나 거래됐다. 이 아파트는 2000년 준공한 입주 22년차 노후 단지로 2년전만해도 7000만~8000만원에 거래되던 전용 48㎡가 지난달 1억3000만원으로 2배 가까이 치솟으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2001년 준공한 광산구 운남동 ‘운남주공7단지’도 최근 두 달 간 100여건 거래가 이뤄지며 집값이 상승했다. 전용 39㎡가 2020년 8000만~9000만원에 거래됐다가 최근 1억3000만원까지 올랐다. 일곡동 A공인중개사는 “광주 도심 아파트보다 아직 저평가됐다고 보고 법인 투자자들이 많이 매수하고 있다”면서 “운남지구는 주거 선호도가 높은 수완지구와 맞붙어 있어 각종 생활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는데 집값은 3분의 1이상 저렴해 인기가 높다”고 했다.

    [땅집고] 광주 광산구 운남동 '운남주공7단지'와 '삼성아파트'. 단지 인근에 병원이 있다. /전현희 기자

    최근 투자 수요가 몰리는 일곡동과 운남동 일대 아파트는 가격도 저렴하지만 실거주에도 좋은 조건을 갖췄다. 운남동 운남7단지는 초·중·고등학교를 끼고 있고, 건널목만 건너면 대형병원이 있다. 운남7단지 인근 박재희 미래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운남7단지는 병원이 가깝고 가격 부담이 없어 노인 수요가 많다”며 “전용 39㎡는 공시지가도 1억원 미만이라 투자자에게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북구 일직동도 투자자들이 많이 찾는 지역 중 한 곳이다. 일직지구는 계획도시로 조성한 만큼 단지 바로 앞에 상권이 좋고 북구에서 학원(69개)이 가장 많아 학부모 선호도가 높다. 학원가와 가까운 청솔4차가 광주에서 거래량이 가장 많았다. 일곡동 우림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북구에서 전세금을 제외한 실투자금 2000만~3000만원으로 투자할 수 있는 지역은 매곡동, 오치동, 삼각동 등이 있는데 이 지역들은 계획도시가 아니라 상권이 모여 있지 않다”며 “청솔4차는 어차피 투자자가 없어도 기본 수요가 있는 곳이어서 가격이 견고하다”고 말했다.

    이 단지들은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도 높은 편이다. 북구 일직동이나 광산구 운남동 아파트는 매매 가격과 전세금 차이가 1000만~3000만원 내외여서 소액으로 매입할 수 있다.

    최근 상승한 아파트의 또 다른 공통점은 광주 지하철 2호선 예정지 인근이라는 것. 북구의 경우 지하철이 없어 대중교통 불모지에 가까웠다. 하지만 오는 2024년 2호선이 개통할 예정이다.

    [땅집고] 광주시 북구 일직동 학원가. /전현희 기자

    [땅집고] 광주시 북구 일곡동 학원가 위치. /호갱노노

    ■“입주 줄어 당분간 강세…구매력 약해 집값 유지 의문”

    내년부터 광주에서는 신규 공급이 급감하는 만큼 전문가들은 당분간 집값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광주는 조정대상지역인데 거래가 활발하다. 이런 경우는 드물다”며 “광주의 올해 입주 물량은 1만5000여가구로 적정 수요량(7000여 가구)에 비해 2배 이상이지만 2023~2025년 신규 공급은 2000~3000가구도 채 되지 않아 시장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크게 나빠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광주 주택시장이 안정적이라고 보기만은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광주는 대기업이 들어선 산업단지가 있는 지역이 아니라 실수요자 구매력이 높지 않아 투자자가 계속 유입되지 않으면 집값을 유지하기 어려운 곳”이라며 “만약 법인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매물을 시장에 내놓으면 집값이 순식간에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광주=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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