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06.30 05:19
[땅집고] “전세 계약 기간이 끝나 집을 옮기려는데, 집주인이 ‘돈이 없다’며 ‘대출을 받아 전세금을 돌려줘야 하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문제는 은행에서 집주인에게 ‘전입 세대 열람 서류에 세입자가 없어야 한다’며 전입신고부터 빼라고 했다는데요. 집주인으로부터 아직 전세금을 못 받은 전입신고를 빼줘도 될까요?”
세입자의 전세금을 활용해 다른 곳에 투자했거나 현금이 부족해 세입자들에게 전세금을 바로 못 돌려주는 집주인들이 수두룩하다. 이런 경우 집주인이 대출을 받아 전세금을 반환해줄 때가 있다. 그런데 은행에서 대출 조건으로 주택에서 전입신고를 빼야 한다고 요구하더라도 세입자가 이를 받아들였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전입신고는 세입자가 해당 주택에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법적으로 세입자의 우선변제권과 대항력을 유지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특히 집주인의 재산 상황이 악화돼 집이 경매로 넘어가는 경우 중요하게 사용된다. 만약 세입자가 전입신고를 뺀 뒤 집주인이 대출을 받아 정상적으로 전세금을 돌려준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집주인 채무 때문에 집이 경매에 부쳐진다면 세입자가 돈을 돌려받는 순위가 뒤로 밀리게 된다.
부동산 전문 변호사들은 “원칙대로라면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전세금을 돌려받은 후, 이사할 곳에 전입신고를 하는 게 맞다”라며 “만약 세입자가 현재 거주하는 곳에서 전입신고를 빼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후순위로 밀리기 때문에, 집주인에게 금전적인 문제가 발생했을 때 세입자가 손해를 입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만약 집주인이 대출을 받아 전세금을 돌려주는 조건으로 전입신고를 빼달라고 나온다면 세입자들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일단 이 같은 요구를 꼭 들어줄 필요는 없다.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줄 돈이 없는 것은 집주인의 일방적인 사정이라고 봐야 한다. 또 세입자가 전입신고를 빼달라는 요구를 세입자가 들어주지 않는 바람에 대출이 불가능해 전세금을 못 돌려주겠다는 것도 법률상 근거도 없다.
세입자가 전입신고를 빼기 전 집주인이 대출을 문의한 은행에 대출금이 어느 계좌로 송금되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엄정숙 법도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만약 은행이 세입자 계좌로 대출금을 송금해 줄 수 있다고 한다면, 은행장 승인이나 은행의 보증을 거친 근거자료를 확보해 대출금이 세입자의 계좌로 입금되도록 설정해야 한다”며 “혹은 집주인에게 이 같은 기능을 하는 전세보증금반환 대출 상품을 이용하도록 설득하는 방법도 있다”고 했다.
만약 집주인이 전세금을 끝까지 못 돌려주겠다고 나온다면 전세금반환소송 절차를 밟으면 된다. 통상 평균 소송 기간은 4개월 정도 걸린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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