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06.29 16:42
[지방 주택시장은 지금] ⑥투자자·실수요자 몰려 집값 불붙은 마산·창원
[땅집고] “외지 투자자들이 몰려와서 집값을 끌어올린다는 얘기를 들어보기는 했지만 마산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건 상상도 못했는데….”
지난 6월27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남쪽 끝자락에 있는 ‘창원월영 마린애시앙’. 이 아파트는 서울에서도 보기 드문 4298가구 대단지다. 총 38동에 월영동 인구 3분의 1에 해당하는 약 1만5000명이 거주하고 있다. 2016년 첫 분양 당시 전체 4298가구 중 95%인 4121가구가 통째로 미분양났던 이 단지가 최근 경남 부동산 시장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분양 폭탄으로 창원·마산 일대 주택시장을 붕괴 직전으로 몰고 갔던 이 단지 집값이 6개월 사이 2억원 이상 오른 것. 전용 84㎡는 지난 1월만 해도 3억원에 거래됐는데 지난달 5억2000만원까지 뛰었다. 분양가(2억8000만원) 대비 2배 수준이다. 김정은 세경부동산 소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산·대구·대전 투자자들이 대거 몰려와 마산 일대 아파트를 집중 매입했고 상반기엔 현지 실수요자까지 붙어 가격이 크게 올랐다”고 말했다.
전국 부동산 시장이 확연한 침체 국면에 빠졌지만 창원·마산 시장은 속칭 불장이다. 창원과 마산 지역의 집값 상승 이유는 조금 다르다. 규제지역인 창원 성산구와 의창구는 신규 주택 공급 부족, 마산합포구와 회원구는 비규제지역이어서 이른바 ‘풍선효과’로 각각 집값이 크게 올랐다.
그러나 현지 부동산 전문가들은 하반기 시장 전망은 다소 어둡다고 본다. 외지인 투자가 사실상 끝물인데다 부동산 가격도 고점을 찍어 거품이 많다는 인식이 퍼져있기 때문이다.
■ 마산에서 우째 이런 일이…전국서 집값 가장 많이 올라
KB부동산 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마산합포구 아파트 가격은 지난해 12월 대비 지난 27일까지 누적 6.7% 상승했다. 6%대 상승률은 전국에서 마산합포구가 유일하다. 마산회원구도 3% 이상 올랐다. 마산합포구 M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비규제지역이라 투자수요가 몰린 영향도 컸지만 마산 집값이 창원 중심지와 비교하면 절반도 안돼 구축 단지들이 소위 키 맞추기를 하면서 가격이 따라 올랐다”고 했다.
외지 투자자들은 마산 일대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아파트를 집중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시가 1억 미만 아파트는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 규제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월영동에 있는 해운두산아파트, 월영마을 동아·현대아파트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30평대 기준으로 시세 1억 중반대였던 이 아파트들은 1억원 이상 올라 최근엔 2억5000만원~3억원에 거래되고 있다.
바다 조망이 가능한 아파트 가격도 크게 올랐다. 마산합포구 신포동 마산만 아이파크 35평은 지난해 하반기에 4억원 후반대에 거래됐다. 그러나 올해 거래한 9건은 모두 5억원 이상에 계약했다. 최고가는 5억3700만원이다. 하재갑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경남지부장은 “마산 앞바다 인공섬에 개발하는 마산해양신도시 호재로 해안가를 따라 늘어선 중저가 아파트 가격이 크게 올랐다”며 “다만 지금은 집값이 너무 올라 투자자들이 고점으로 인식하고 팔고 나가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공급부족 탓에 규제지역 창원 성산·의창도 상승
창원 성산구와 의창구는 규제지역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올랐다. 두 지역 모두 올 들어 2%가량 상승했다. 두 지역은 2020년 12월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으로 각각 묶였다.
그런데도 집값이 오른 이유는 공급 부족 탓이다. 올해 창원시 신규 아파트 입주물량은 1045가구에 불과하다. 올 3월에 입주한 성산구 사파정동 ‘성산반도유보라아이비파크’가 유일하다. 2018년 1만3000가구, 2019년 1만 가구가 공급된 것에 비하면 1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다. 2020년과 2021년에도 각각 4570가구, 1970가구 수준으로 연간 적정 입주물량인 6500가구에 크게 못 미쳤다. 입주물량 부족으로 매매가격 뿐만 아니라 전셋값도 덩달아 올랐다.
창원에서도 중저가 단지 위주로 거래가 활발하다. 주거 선호도가 높은 단지는 최근 몇 년새 이미 가격이 많이 올라 투자하기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창원 대장 아파트로 꼽히는 용호동 용지아이파크와 더샵레이크파크는 34평 기준 실거래 가격이 10억원이 넘는다. 두 단지는 합쳐서 2000가구가 넘는데 올해 매매건수는 6건에 불과하다. 가격도 석 달 새 1억원 가까이 하락했다. 용지동 주민 이범석(58·가명)씨는 “최근 집을 사려는 사람이 없어서 저를 포함한 매도인들이 조금이라도 더 높은 가격에 먼저 팔려고 눈치싸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창원·마산 부동산 시장도 하반기부터 조정 장세에 돌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성산·의창구는 중고가 아파트 매매가 꽉 막혀있고 저가 단지만 일부 거래되면서 집값 상승률만 높았을 뿐, 시장 전반적인 분위기는 침체 조짐이 나타났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실제 전국적으로 물가·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침체기를 겪고 있는데 창원만 호황을 누리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하재갑 지부장은 “젊은층은 창원 집값이 너무 올라서 김해 장유·진영 쪽으로 빠지고 있고, 전반적인 매수 심리도 완전히 꺾여있어 당분간 약보합세 또는 조정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창원=박기홍 땅집고 기자 hong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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