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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알짜'의 파격 선택…"이래서 공공재건축 했습니다"

    입력 : 2022.06.29 03:21

    [조합장에게 듣는다] ①황재홍 신반포7차 조합장 “공공재건축 하니 임대주택 줄고 사업성 크게 높아져”
    [땅집고]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7차' 공공재건축을 이끈 황재홍 조합장. /이지은 기자

    [땅집고] “공공재건축하면 임대주택이 늘어나 손해볼 것이란 생각은 다 편견이었습니다. 우리 신반포7차는 공공재건축으로 선회하면서 최고 40층, 총 1000가구 이상 대단지를 짓게 됐는데 되레 임대주택은 34가구 줄었고, 1인당 수억원 환급금까지 가져가게 됐거든요.”

    서울 지하철 3호선 잠원역에서 도보 3분 거리에 있는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7차’는 강남권 공공재건축 1호다. 1980년 입주해 최고 10층 3동, 총 320가구로 강남에서도 알짜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 때문에 신반포7차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함께 추진하는 공공재건축에 뛰어든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신반포7차가 공공재건축할 경우 36평 주택을 보유한 조합원이 새 아파트 36평 한 채와 함께 최소 5억800만원 환급금까지 거머쥘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오자, 신반포 7차의 행보에 업계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땅집고는 지난 23일 신반포7차 공공재건축을 주도한 황재홍(58) 조합장을 만났다. 한양대 도시대학원에서 도시공학 박사 학위를 수료한 그는 2021년 5월 조합장이 된 뒤 지금까지 1년여 동안 조합원들이 갖고 있는 공공재건축에 대한 편견을 타파하고자 부단히 노력했다고 한다. 그는 “신반포7차는 2002년 12월 최초로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는데, 이후 20년이 넘도록 재건축 사업이 지지부진했다”며 “조합장이 되고 재건축 속도를 높이면서 조합원에게 가장 이득이 될 방법이 공공재건축이라고 판단해, 수차례 설명회를 통해 조합원을 설득했다”고 밝혔다.
    [땅집고]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7차' 단지에 공공재건축 관련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지은 기자

    ―조합원들이 공공재건축을 심하게 반대하지 않았나.
    “사업 초기엔 조합원 사이에서도 반대가 엄청났다. 공공에 대한 신뢰가 없었고, 무엇보다 LH가 지난해 임직원 투기 사건으로 골머리를 앓으면서 사업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쏟아졌다. 그런데 조합원들이 공공재건축을 꺼리는 이유가 굉장히 막연했다. ‘LH 브랜드 아파트가 되는 것 아니냐’, ‘임대주택 폭탄을 맞는 것 아니냐’는 등이다. 이는 전부 사실이 아니다.

    지난 1년 동안 조합원에게 여러 차례 설명회를 통해 공공재건축은 하나의 사업 방식일 뿐이라는 점을 각인시켰다. 시공·설계·브랜드 모두 민간재건축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고, LH는 인허가청인 서울시와 업무 협의 정도만 돕는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공공재건축하면 용적률·층수 상향 인센티브와 교통·환경·교육 통합심의를 받기 때문에 이득이고 최근 둔촌주공처럼 시공비 문제가 터질 경우 LH 를 통해 갈등을 조율할 수도 있다고 설득했다. 그 결과 전체 조합원 71%가 동의했다.”
    [땅집고] '신반포7차'는 같은 필지에 묶여 있는 한신공영 본사 건물 때문에 민간재건축이 어려웠다. /이지은 기자

    ―공공재건축을 선택한 이유는.
    “바로 옆 한신공영 사옥과 토지를 공유하고 있는 것이 그동안 사업 추진에 걸림돌이었다. 신반포7차는 대지면적 2만2998㎡이고, 한신공영 사옥은 1만1623㎡인데, 두 건물이 한 필지로 묶여 있어 통합 재건축에 어려움을 겪었다.

    신반포7차가 현재 320가구인데, 한신공영 사옥과 통합 재건축해야 1000가구 정도 대단지가 될 수 있어 통합이 필수였다. 그런데 사옥을 기존 근린생활시설에서 주택으로 용도변경하면 기부채납 비율이 35%로 치솟는 반면 용적률은 250%에 그치고 층수도 15층으로 제한을 받는다. 최고 35층 재건축 계획을 세웠던 점을 감안하면 사업성이 확 떨어지는 셈이다.

    이 때문에 조합원 분담금도 한 명당 10억원 이상으로 부담스러운 수준이었다. 신반포7차 조합원의 85%가 퇴직자라 연금으로 생활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사업성이 낮은데 민간재건축을 고집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땅집고]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7차' 재건축 방식별 사업성 비교. /이지은 기자

    ―공공재건축을 하면 사업성이 좋아지나.
    “용적률과 층수가 올라가고 종 상향 인센티브도 적용받아 사업성이 크게 개선된다. 예를 들어 민간 재건축할 경우 3종일반주거지역에 용적률 299%, 35층 이하, 총 810가구(조합 및 분양 649가구·임대 161가구)를 지어야 한다. 반면 공공재건축하면 준주거지역으로 종상향 혜택을 받으면서 모든 조건이 나아진다. 용적률 425%, 40층 이하, 총 1045가구(조합 및 분양 918가구·임대 127가구)가 된다. 1000가구 이상 대단지가 돼 일반분양이 늘어 사업성이 개선되고, 조합원이 걱정했던 임대주택은 되레 줄어드는 것이다.

    환급금도 받을 수 있다. LH가 한국부동산원에 사업성을 의뢰한 결과 기존 36평을 가진 조합원이 동일 평수를 분양받는다면 5억800만원을 추가로 받으며, 46평 보유 조합원 역시 4억9700만원을 더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강북권에도 중랑구 망우1구역 등이 공공재건축을 진행하고 있지만 2종7층 지역에 해당하기 때문에 신반포7차(3종→준주거)만큼 사업성 개선 효과가 크지 않아 수억대 환급금이 나오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땅집고] 한국부동산원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신반포7차'가 공공재건축을 마칠 경우 각 조합원마다 환급금을 챙길 수 있다. /이지은 기자

    ―앞으로 사업 걸림돌은 없는가.
    “공공재건축 자체가 문재인 정부 정책이어서 새 정부가 들어오면 사업 동력을 잃을까봐 걱정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도 수도권에 새 아파트 250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점을 고려하면 신반포7차 공공재건축 과정에 적어도 국가가 제동을 걸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대신 인허가청에서 환급금을 받으면서 재건축하는 신반포7차를 어떻게 판단할지가 관건인 상황이다.

    신반포7차와 부지를 공유하는 한신공영 협조도 필요하다. LH에 따르면 사업성이 높아지면서 조합원 지위를 가진 한신공영이 아파트 한 가구와 대지지분에 따른 환급금 3000억원 이상을 가져갈 수 있게 됐다고 한다. 금액 변동 가능성이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 공공재건축에 참여해 재무 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실제로 현재 한신공영이 공공재건축 동의서를 내지는 않았지만 같이 가자는 입장은 보이고 있다.”

    ―앞으로 사업 추진 일정은.
    “지난 3월 LH와 공동시행사업자 협약을 맺은 후 현재 사전기획안을 마련하고 있다. ▲2023년 사업시행인가 ▲2024년 관리처분계획 ▲2024년 12월 이주·철거 ▲2025년 12월 착공 ▲2028년 입주 순으로 진행하는 것이 목표다. 2016년 이미 시공사를 DL이앤씨(옛 대림산업)으로 선정했기 때문에 단지명에 ‘아크로’를 적용할 예정이다. 단지 외관에 스카이브릿지, 커튼월 등 특화설계를 적용하고, 현재 한강 조망이 가능한 한신공영 사옥 부지 쪽 주택을 조합원에게 전부 배정할 계획이다.”

    ―공공재건축을 다른 조합에도 추천하겠나.
    “공공재건축이 모든 면에서 좋은 것은 아니다. 용적률이 크게 올라가면 주거 쾌적성이 낮아지는 단점도 분명히 있다. 다만 사업기간 단축, 인센티브 적용 등 장점을 고려하면 속도가 지지부진한 민간재건축을 굳이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사업을 하루라도 빨리 앞당기고 조합원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방법이 무엇인지 판단해 참여 여부를 저울질해 보는 것도 좋다고 본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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