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06.28 07:36
[지방 주택시장 지금은] ⑤다시 미분양 늪에 빠진 대구…집값도 3억씩 뚝뚝
[땅집고] “(경북) 구미에 살고 있는 집주인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한시적 중과 배제가 발표되자마자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집을 서둘러 팔았어요. 시세보다 1억원 이상 저렴하게 팔았지만 불만이 없었죠.”
지난 17일 ‘대구의 강남’으로 불리는 수성구 범어동에서 만난 Y모 공인중개사는 “요즘 집주인들 사이에 대구는 최소 2~3년간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고 했다. 그가 주로 취급하는 범어동 ‘두산위브더제니스’ 아파트도 상황이 좋지 않다.
이 아파트는 대구 최대 학원가와 지하철이 가까워 범어동 시세를 주도하는 이른바 대장 단지다. 그런데 이날 이 아파트 주변 공인중개사사무소를 돌아본 결과, 매물 안내판마다 ‘급매’ 또는 ‘가격조정’ 가능한 매물로 꽉 채워져 있었다. 실제 지난해 25억원에 거래했던 이 아파트 전용 170㎡는 현재 23억9000만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대구 주택 시장이 급격하게 침체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작년 11월부터 7개월 연속으로 집값이 떨어지면서 주택 거래가 사실상 실종 상태다. 1년 새 2억~3억원씩 떨어진 곳이 부지기수다. 분양시장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미분양 주택이 6500가구를 넘어 1년 새 10배 가까이 폭증했다. 새 아파트 청약도 줄줄이 미달 사태가 나면서 또 다시 미분양의 무덤이 되는 것 아니냐는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
■1년 새 집값 2억 하락…미분양 8배 급증
대구는 2017년부터 지난해 5월까지 누적 집값 상승률이18.45%로 지방 대도시 중 세종시(47.5%)에 이어 두번째로 높았다. 특히 수성구는 같은 기간 41.31% 폭등했다.
하지만 2020년 11월 정부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한 이후 주택 시장이 급격하게 침체의 늪에 빠졌다. 실제 대구 아파트값은 지난해 11월부터 7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다. 달성구 월성동 협성휴포레 전용 84㎡는 지난해 6월 6억6000만원에 팔렸다가 지난달 4억 7000만원에 거래되며 전고가 대비 2억원쯤 급락했다. 수성동 수성롯데캐슬더퍼스트 전용 84㎡ 는 지난해 8월 10억6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지난 4월 8억원, 지난 6월 11일 7억5000만원에 각각 거래되며 3억원 이상 떨어졌다. 지난달에는 수성구 최고가 아파트인 범어동 ‘두산위브더제니스’ 전용 84㎡가 18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20억원에 거래된 것에 비해 1억5000만원 하락한 금액이다.
대구 아파트 거래량은 2020년 8506건이었는데 지난해 2307건으로 4분의 1 토막이 났다.
현지에서는 집주인들 사이에 주택 경기가 더 나빠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범어동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집값이 오르기 힘들 것 같다고 본 집주인들이 다주택자 양도세 한시적 완화를 기회로 보고 종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매물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1주택자들이 잔금일까지 기존 집을 팔지 못해 급매물을 내놓고 있는 것도 대구 아파트 하락 요인 중 하나로 꼽는다. 월성동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올해 대구에서 입주 물량이 가장 많았던 달서구의 경우 오래된 아파트에 살다가 새 아파트로 이사하려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잔금일까지 기존에 보유하던 집이 팔리지 않자 시세보다 가격을 낮춰 집을 팔았다”고 말했다.
미분양도 급증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작년 3월 기준 대구 미분양 주택은 153가구에 불과했지만 바로 다음달인 4월 897가구로 늘었고, 1년 후인 올 4월 말엔 6827가구로 8배 가까이 늘었다. 실제 올해 대구에서 분양한 아파트 10곳 모두 줄줄이 미분양 사태를 빚었다. 지난달 분양한 수성구 ‘수성포레스트스위첸’은 748가구 모집에 58명만 신청했다. 수성구 만촌동 '만촌자이르네' 역시 3개 주택형 중 2개가 미달했다. 같은 달 달성군에서 분양한 '태왕아너스 더힐'도 5개 주택형 중 3개가 미달했다.
■대구도 옥석가리기 시작…입주 물량 많아 당분간 집값 약세
대구에서도 수도권처럼 일부 우량 아파트는 오히려 가격이 오르면서 옥석가리기가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범어동 두산위브더제니스는 지난달 전용 204㎡가 25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전고가 대비 1200만원 올랐다. 만촌동 수성2차 e편한세상 전용 173㎡는 18억원에 거래되며 2020년 7월 13억6000만원에 거래된 것에 비교해 4억4000만원 올랐다. 힐스테이트 황금동 전용 111㎡ 역시 이달에 14억4000만원에 거래되며 2021년 4월 12억원에 팔렸던 것보다 2억4000만원 정도 올랐다. 범어동 C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범어동에는 대형 주택이 희소한데,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시세 하락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같은 수성구에서도 지하철역이나 우수 학교와 거리가 멀어 입지가 떨어지는 곳은 가격이 떨어지고 미분양도 늘고 있다. 정성훈 대구카톨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최근 미분양 난 아파트는 행정구역상 수성구여도 사실상 외곽에 해당하는 곳으로 상업시설이나 교통편이 좋지 않다”며 “최근 분양가도 상승해 시세와 별 차이가 없어지자 청약 메리트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구 입주 물량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에 조정대상지역을 해제하더라도 당분간 경기가 살아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올해 대구 아파트 입주물량은 1만9812가구로 적정 수요(1만1892가구)를 넘어선다. 게다가 내년에는 3만3752가구, 2024년에도 2만804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범어동 C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대구가 조정대상지역에서 풀려도 임대차법까지 개정하지 않으면 거래가 늘어날 것 같지 않다”면서 “정치권에서 임대차법을 개정하지 않는다면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공산이 크다”고 했다. /대구=전현희 땅집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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