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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폭락…대장 아파트 급급매도 안 팔리는 세종시

    입력 : 2022.06.24 12:10 | 수정 : 2022.06.24 14:39

    [지방 주택시장은 지금] ①‘급급매’도 안 팔리는 세종시…“매매 거래 씨가 말랐다”
    [땅집고] 세종시 새롬동 한 공인중개사사무소에 붙어있는 급매물 안내문. /박기람 기자

    [땅집고] “급매물이 늘고 있지만 매수 문의가 완전히 끊겼어요. 세종시에 공인중개사사무소가 1300개 정도 되는데 한 달에 실제로 이뤄지는 거래는 10건도 안 될 겁니다. 지금은 매수자가 ‘갑’인 상황이라 가격이 크게 낮은 급급매(아주 급하게 처분하려는 매물)가 아니면 거래 물꼬도 못 틉니다.”

    지난 22일 오후 ‘세종시의 강남’으로 불리는 새롬동 일대 D 공인중개사사무소에서는 계약서 작성이 한창이었다. 하지만, 이는 매매가 아닌 임대차 계약이다. 오후 내내 매수 문의 전화는 한 통도 없었다. D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간간이 이뤄지는 계약은 다 전월세뿐이고 매매는 씨가 말랐다”고 했다.

    실제로 세종시 곳곳에서 급매물을 알리는 전단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적게는 수천만원부터 많게는 억 단위로 떨어진 단지까지 다양한 급매물이 쏟아지며 집값은 2년 전 수준으로 회귀했다. 3억~4억원씩 떨어져 집값 폭등 직전 가격으로 돌아갔다는 것. 세종시 중개업계에서는 호황기에 치솟은 집값 거품이 급속하게 빠지고 있고, 올 하반기까지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땅집고]세종시 새롬동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에 붙어있는 급매물 안내문./박기람 기자

    [땅집고]세종시의 강남으로 불리는 새롬동 일대 아파트./박기람 기자

    ■2년 전 집값 상승률 1위였는데…이젠 모든 지표 ‘전국 최악’

    세종시는 불과 2년 전만해도 연간 집값 상승률이 44.9%로 전국에서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대통령 집무실·국회의사당 이전 등 각종 호재와 저금리에 따른 유동성이 몰리면서 세종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그런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었다. 현재 50주 연속으로 내림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한국부동산원

    각종 지표를 봐도 세종시 부동산 시장 상황은 전국 최악 수준이다.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에 따르면 지난 5월 세종시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87.6으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소비심리지수가 95 미만이면 하강 국면을 의미한다.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6월 전국 아파트분양전망지수에서도 세종시 지수는 지난달 100에서 이달 56.3으로 추락했다.

    한국부동산원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를 봐도 세종 집값은 작년 하반기 들어 내림세로 돌아섰다. 매매 거래량은 2020년 정점을 찍은 뒤 작년부터 대폭 줄었다. 다만 세종시 미분양은 지난 4월 기준으로 14가구로 적은 편이다. 신축 아파트 분양가가 시세보다 낮아 매수자들이 청약 시장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

    매매 시장에 따라 전세값도 낮아지고 있다. 세종시에 입주 물량이 꾸준히 풀리는 데다 매매 가격이 떨어져 영향을 받는 셈이다. 현지 중개사는 “임대차 3법 등의 영향으로 이사를 안 가려는 사람도 많고 새 아파트 공급이 계속 이뤄지고 있어 세종시 전월세 가격은 계속 하락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땅집고]세종시 새롬동 새뜸마을10단지 아파트./박기람 기자

    세종시 아파트값은 작년 하반기 이후 3억~4억원씩 떨어진 단지가 수두룩하다. 이른바 대장 아파트에서도 급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전용 84㎡ 기준 한때 평균 12억원까지 올랐지만 이제는 8억원대로 내려갔다. 새롬동 ‘새뜸마을10단지 더샵힐스테이트’ 전용 98㎡는 지난 4월 10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이는 2020년9월 기록한 최고가 15억원에서 4억2000만원이 빠진 것이다. 이 단지는 주변에 학원가와 학교를 끼고 있어 새롬동에서 대장 중 대장 아파트로 꼽힌다.

    이 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 있는 S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증여나 특수거래가 아닌 정상적인 매매 거래였다”며 “처음엔 12억원에 급매물로 나와11억원에 거래하기로 합의했는데 계약 직전 매수자 요구로 2000만원 더 깎아 최종 거래됐다”고 했다. 세종시 핵심지역 중 하나인 다정동 ‘가온4단지e편한세상푸르지오’ 전용 85㎡는 2020년11월 11억2000만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이후 지난 4월 8억원에 거래돼 3억원 넘게 떨어졌다.

    [땅집고]세종시 어진동 엠브릿지 상가에서 바라본 한뜰마을 아파트./박기람 기자

    세종시 아파트는 매수세가 꺾이면서 시장 흐름이 완전히 매수자 우위로 돌아선 상태다. 나성동의S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요새 워낙 거래가 적고 매수자가 귀해 공인중개사들은 급매물을 거래할 때도 마음을 졸인다”면서 “정말 싼 가격이 아니면 계약서 작성을 앞두고 매수자가 마음을 바꿔 계약을 깨거나 가격을 더 낮추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했다.

    ■“집값 아직도 높다”…반값 분양가에 청약 시장은 호황

    거래가 끊긴 매매시장과 달리 세종시 분양 시장은 후끈하다. 최근 무순위 청약으로 나온 이른바 ‘줍줍’ 2가구 모집에 1만명 가까이 몰렸다. 세종 집값이 여전히 높아 상대적으로 저렴한 분양가에 나오는 청약 시장은 꾸준히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15일 진행한 세종시 집현동 ‘세종 더휴예미지 L1블록’ 무순위 청약 2가구 모집에 9747명이 몰렸다. 평균 4873.5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총 338가구로 지난해 11월 입주했다. 분양가는 전용 84㎡D 타입이 3억4200만원, 전용 59㎡C 타입이 2억5900만원이다. 최근 분양했던 ‘엘리프세종 6-3’, ‘어울림파밀리에 센트럴 M4블록’, ‘세종자이e편한세상’, ‘세종 하늘채 센트레빌 L3블록’ 등도 최고 수천 대 1의 경쟁률로 완판했다.

    D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집값이 떨어졌다고 해도 신규 청약 아파트 분양가는 기존 아파트 시세 절반 수준”이라며 “세종시 부동산 시장은 신규 분양에만 수요가 대거 몰리고, 매매시장은 꽁꽁 얼어붙는 양극화 장세로 굳어지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에도 세종 집값 내림세가 이어질 것으로 봤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세종 집값은 최근 3년간 너무 급격하게 올라 지금은 바닥 다지기에 들어간 상태”라며 “각종 지표가 좋지 않고 집값 하락을 방어할 재료도 부족해 최소한 올 연말까지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세종=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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