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메뉴 건너뛰기 (컨텐츠영역으로 바로 이동)

"우린 왜 대출이 안돼?"…'9억'에 발목잡혀 새 집 날릴 판

    입력 : 2022.06.24 07:43

    [땅집고] 정부가 신규 분양가에 이주비 대출이자와 상가 영업손실 보상비, 조합 운영비 등을 포함하기로 하면서 분양가가 1.5~4%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공사비 인상과 분양가 상한제 개편 등에 따라 분양가 9억원 초과 물량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분양가 상승이 불가피해졌지만 정부는 중도금 대출 규제선인 ‘9억원’은 그대로 유지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주택 시장에선 “새 정부 들어 분양가는 오르는데, 중도금 대출 규제는 그대로여서 현금이 부족한 실수요자들은 내집 마련이 더 힘들어졌다”는 불만이 나온다.

    김영한 국토교통부 주택정책관은 21일 분양가상한제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중도금 대출 기준인 9억원 상향에 대해서는 전혀 검토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주택건설업계에선 “분양가만 올리고 9억원 이상 중도금 집단대출 불가 규제만 유지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다. 상한선을 조금이라도 조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땅집고]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인위적인 대출 금지선 ‘9억’…시장왜곡 부작용 속출

    통상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면 수분양자는 계약금으로 분양가 10~20%를 지불하고 이후 분양가 60%를 중도금을 내게 된다. 나머지 30~40%는 잔금이다. 분양가 9억원 이하 주택은 규제지역 여부에 따라 중도금 대출을 40~60%까지 받을 수 있다. 9억원 초과 주택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한국주택금융공사(HF) 등 공기업의 중도금 대출 보증이 불가능하다. 대출이 불가해 수분양자는 중도금을 전부 현금으로 마련해야 한다.

    정부의 이러한 규제 탓에 그간 분양시장에서는 꼼수 분양이 크게 늘어났다. 대출 규제는 분양가가 기준이 돼 공급가격은 9억원 미만으로 책정하되 옵션 비용을 늘리는 방식이다. 지난해 1월 분양한 인천 연수구 '송도자이 크리스탈 오션'은 전용 98㎡까지는 분양가가 9억원에 못 미쳤다. 그러나 가구당 발코니 확장 비용이 무려 3000만원으로 책정했다. 당시 수분양자들 사이에서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격”이라는 말이 나왔다. 고덕강일 제일풍경채, 파주 힐스테이트 더 운정, 송도 럭스 오션SK뷰 등 최근 서울·수도권 신규 분양단지의 일부 주택형들도 일반분양가가 8억9000만원에 맞춰졌었다.

    [땅집고] 금액별 전국 아파트 청약 경쟁률./부동산R114 제공


    9억원 초과 주택 중도금 대출 규제는 지난 정부가 2016년 7월부터 약 6년간 유지해온 제도다. 이후 분양가 9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가 늘어나고 청약 대출 규제는 유지되면서 고가주택의 청약 경쟁률은 떨어지고 있다. 올해 전국에서 공급된 9억원 초과 단지 평균 청약 경쟁률은 작년 7분의 1수준으로 떨어졌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억원 초과 아파트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9.4대1로 나타났다. 작년 연평균 경쟁률(64.7대1)의 7분의 1 수준이다. 같은 기간 6억원 초과~9억원 이하 아파트(31.3대1→20.9대1), 6억원 이하 아파트(17.3대1→9.2대1)도 경쟁률이 낮아졌지만 9억원 초과 아파트의 경쟁률이 급감했다.

    청약 시장이 시들해지자 일부 시행사는 직접 보증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4월 분양한 한화포레나 미아는 분양가 9억원이 넘는 주택을 자체보증으로 중도금 대출을 알선해 9억원 초과분은 20%까지 대출을 허용했다. 이 경우 대게 HUG의 중도금 대출보다 대출 금리가 높아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금리 경쟁력이 떨어진다.

    ■구축 대출은 완화, 청약은 여전히 규제…무주택자 혼란 가중

    정부는 16일 새정부 경제정책을 발표하면서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에 한해 지역·집값·소득에 상관없이 대출을 80%까지 해주기로 했다. 대출 한도는 6억원이다. 매입가가 시세 15억원을 넘어도 LTV 80%를 적용해 대출이 가능하다. 집값이 크게 오른 점을 고려해 대출 규제를 완화한 것이다. 반면, 무주택자가 새 아파트를 살 때 만큼은 분양가 9억원 이상인 경우 중도금 대출금지를 유지해 신축과 구축간 차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예비청약자 30대 이모씨는 “무주택자면 같은 똑같은 처지인데, 신축은 대출 안 해주고 구축은 대출해 주는 것은 어떤 기준에 따른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땅집고] 분양가상한제 개편에 따라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예상 분양가. 전용 59㎡ 일반분양가는 9억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시장 전문가들은 신축과 구축을 딱히 차별할 이유가 없다면, 중도금 대출 기준을 상향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정부가 구축 주택매입에 대한 대출 규제는 완화해준 반면 청약시장 신축 단지의 중도금 대출은 여전히 규제에 묶여있어 매입의 형평성 측면에서 문제”라며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중도금 대출 보증 기준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기홍 땅집고 기자 hongg@chosun.com

    ▶재산세, 종부세 확 준다는데, 올해 우리 집 세금은 얼마나 줄어드나. ☞ 땅집고 앱에서 바로 확인




    이전 기사 다음 기사
    sns 공유하기 기사 목록 맨 위로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