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06.23 03:03
최근 물가 급등과 잇따른 금리 인상 등으로 주택 시장이 안갯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땅집고는 전문가 20명 대상으로 하반기 시장 전망에 대해 긴급 설문조사했다. 집값과 전셋값 추이, 바람직한 투자 전략 등으로 나눠 설문조사 결과를 싣는다.
[기로에 선 2022 하반기 주택 시장] ②정부 전월세시장 보완책 내놨지만…전문가 75% 전세값 상승 우려
[기로에 선 2022 하반기 주택 시장] ②정부 전월세시장 보완책 내놨지만…전문가 75% 전세값 상승 우려
[땅집고] 정부가 지난 21일 임대차 시장 안정방안을 내놨지만, 전문가들은 하반기 전세시장이 불안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한다.
땅집고가 부동산 전문가 20명 대상으로 실시한 하반기 주택시장 전망 설문조사 결과, 전체 20명 중 15명(75%)이 전세값이 오를 것이라고 응답했다. 평균 상승률은 3~5% 정도로 예상했다. 수치상 전셋값 상승률은 높지 않겠지만 전세입자가 실제로 체감하는 주거비 상승률은 상당할 것이란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전세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이른바 임대차2법에 대한 근본적인 개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임대차법 개선을 위한 여야정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전세 수요 늘었지만 공급 부족…매수 전환도 힘들어”
현재 전세시장은 비교적 안정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둘째주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지수 변동률은 -0.01%에서 -0.02%로 하락폭이 더 커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8월 이후 전세시장을 다르게 보고 있다. 하반기 최대 이슈로 전세시장 불안을 꼽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가격이 이미 워낙 많이 올라 세입자들이 집을 살 수 있는 여력이 되지 못한다”며 “전월세 물량은 한정적이고 계약갱신청구권 만료로 수요는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 전세난이 가중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2년 전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세입자는 오는 8월부터 4년치 상승폭을 감안한 보증금을 한꺼번에 내지 못하면 다른 집을 구해서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집주인들은 그동안 올리지 못한 전세금을 신규 계약 때 받으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금은 올 5월말 기준 6억7709만원으로 2020년 7월(4억9922만원) 이후 평균 35.6% 상승했다. 집을 사는 것도 힘들다. 집값이 그동안 너무 많이 오른 데다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하반기에는 서울 입주 물량 감소로 전세시장이 임대인 우위로 바뀔 공산이 크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하반기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8326가구로 예상된다. 올해 상반기 1만 3766가구, 지난해 하반기 1만4000가구와 비교해 급감한 수치다. 홍춘욱 리치고 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전세는 입주물량이 부족하면 답이 없다”며 “이미 전셋값이 많이 올라서 2020년과 같은 급등은 아니겠지만 서울 등 입주가 없는 지역에서는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통계상 전세 상승률은 낮을 것…실질 주거비 부담은 더 커질 듯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도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 때문에 통계상 전세금 상승률은 시장 체감보다 상당히 낮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그러나 세입자 실질 주거비 부담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전체 임대차 계약 가운데 월세 비중은 이미 50%를 넘었다. 서울에서는 2월부터 4개월 연속 월세 거래량이 50%를 넘었다. 지난달에는 전국 17개 시·도에서 이뤄진 임대차 거래 중 월세 거래량이 전세를 모두 추월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전세보증금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그동안 오른 전세금 시세 일부를 월세로 추가 지급하는 계약 형태가 더 늘어날 것”이라며 “보증금만 보면 상승 폭이 눈에 띄지 않을 수 있으나 전세시장에서 세입자의 실질적 부담은 상당히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전월세 세입자 관점에서는 통계 이외에 실제 전세난 체감의 강도가 과거 어느 때보다 클 수 있다는 이야기다. 서울 전세살이가 힘들어지면서 입주물량이 많은 인천, 경기로 이동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전셋값 하락을 전망하기도 했다. 한문도 연세대 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계약갱신청구권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전혀 없을 것”이라며 “8월초 계약이 끝난다면 전세 수요자는 통상 3개월 전인 5월부터 이사할 집을 찾아서 계약했을텐데 5월 내내 전세금은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서울 강남·서초구 등 일부 지역에서 물량 부족으로 전세금이 상승할 수 있으나 서울 20개 구에서는 하락세가 확연해질 것이라고 했다. 박원갑 KB 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도 “2년 동안 이미 전세가격이 오를만큼 올랐기 때문에 추가 상승 여력은 제한적”이라고 했다.
■ “임대차3법 개정없이 시장 안정 어렵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21일 임대차 시장 안정 방안을 내놓은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시장에 끼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임대차법 개정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함영직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정부가 국회 관련법 개정 없이 시행령을 통해 준비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놨지만 임대차 시장 불안 우려를 잠재우기는 어렵다”며 “상생 임대인 양도소득세 특례를 다주택자에게 확대해도 다주택자가 실질적 혜택을 체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주택자를 임대인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폐지한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을 부활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민간임대사업자 제도 폐지로 저렴한 임대 물량이 크게 줄어 세입자 주거 불안 해소를 위해 부활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권대중 교수는 임대차3법과 관련해 “여야 협의가 어려워 전면 수정이 어렵다면 현행 5%인 전월세 인상 상한선을 10% 전후로 확대하고 전셋값을 낮게 올린 임대인에게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확대해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며 “계약갱신청구권제는 ‘2+2년’이 아닌 학군 수요를 고려해 ‘3년’ 단일화로 조정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박기홍·이지은 땅집고 기자 hongg@chosun.com, leejin0506@chosun.com
[설문조사 응답자(가나다순임)]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 김기원 리치고 대표,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실장, 김제경 투미부동산 소장,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 두성규 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 심형석 미국 IAU 교수,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 우병탁 신한은행 투자자문센터,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이현철 아파트 사이클연구소장, 한문도 연세대 금융부동산학과 교수,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 홍춘욱 리치고인베스트먼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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