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06.22 07:52
[발품 리포트] 미군 떠난다고 좋아했는데…대통령실 이전에 망연자실한 동후암동
[땅집고] “언제까지 동후암동만 개발에서 소외시킬 건가요. 후암동은 용산이 아닙니까.”(서울 용산구 동후암동 주민 A씨)
대통령실이 서울 용산 옛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면서 용산구 동후암동 일대가 예기치못한 유탄을 맞고 있다. 용산 미군 잔류기지를 당초 드래곤힐 호텔에 두기로 했는데, 이곳이 대통령실과 가깝다는 이유로 전쟁기념관과 용산고 사이 미대사관 예정지와 가까운 동후암동 주변에 두는 방안이 거론되는 탓이다. 미군기지 이전으로 그동안 묶였던 건물 고도제한(20m)이 풀릴 것이란 기대감에 부풀었던 주민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주민들은 미군기지 때문에 수십년간 개발이 묶이고 재산권 행사가 힘들었다며 고도제한 자체를 완전히 풀기 어렵다면 적어도 10층 이상으로 완화해 달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동후암동 일대는 남산과 붙어 있어 경관보호 차원에서 고도제한 해제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고도제한에 묶여 재개발 안돼…신축 빌라만 난립
현재 용산구 후암동은 후암대로 기준으로 서후암과 동후암으로 나뉜다. 두 지역 모두 워낙 낙후된 곳이어서 오래전부터 개발을 추진해 왔지만 사업 진척이 더디기로 유명하다. 그나마 사업성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서후암동 일대는 ‘후암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된 지 20년이 넘었다. 그나마 사업성이 높다는 점에서 대지지분 1평당 7000만~1억원에 육박할 정도로 가격이 강세다.
반면, 동후암동은 북측이 남산과 맞붙어 있어 고도제한을 강하게 받는다. 여기에 동후암동 남측에는 미군기지가 있어 이중으로 규제를 받아왔다. 고도제한 탓에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진행해도 5층을 넘기기 힘들어 사업성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때문에 동후암동 일대는 구역지정조차 되지 않은채 빌라(다세대주택)만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다. 시세는 서후암동의 절반 이하로 대지지분 1평당 3000만원 안팎이다. 동후암동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동후암동은 구역지정이 안돼 건축행위제한이 많지 않아 신축 빌라가 많이 들어섰다”며 “서후암동에 비해 실거주하기는 괜찮은 편이지만 결과적으로 재개발에 필요한 노후도 기준을 충족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나 동후암동 일대는 지난해부터 오세훈 서울시장이 신속통합기획·모아주택 등 민간 재개발을 추진하면서 개발 기대감이 높아졌다. 지난해 가칭 '동후암3구역'이 신속통합기획에 공모해 노후도 64%로 노후도 충족 기준(66.6%)에 다소 모자라 아쉽게 떨어지기도 했다. 동후암3구역 주민들은 올해 다시 한번 신속통합기획에 공모할 예정이다. 추진위 측은 모아주택 사업에도 공모할 예정이다.
■미군 잔류기지 오면 고도제한 완화 힘들듯
그러나, 미군기지 잔류 기지가 동후암동 옆으로 이전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면서 동후암동 주민 사이에서 고도제한 완화가 물거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측은 미군 잔류기지를 현재 용산 미군기지 북쪽(미대사관 부지 인근)으로 옮기기로 했는데, 이 부지가 동후암동과 맞닿아 있다. 김승용 동후암3구역 추진준비위원장은 “미군기지가 완전히 반환되면 3구역 남측이라도 일부 고도제한이 풀려 사업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다”면서 “미군 기지가 잔류하면 또 다시 발을 묶인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토지이용 측면에서는 용산공원 북측으로 미군기지를 이전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평가한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용산공원 한가운데 호텔을 남기는 것보다 미대사관 인근으로 옮기는 것이 미군이나 토지이용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동후암 일대 주민들은 “왜 우리만 피해를 봐야 하느냐”고 항변한다. 김승용 위원장은 "억대의 분담금을 부담하더라도 일단 구역지정이 돼야 빌라가 난립하는 악순환을 막을 수 있다"며 "미군기지 이전이 불가피하다면 고도제한을 일부라도 완화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현재 20m 높이 제한으로는 5층까지 밖에 못 짓는데 10층까지만이라도 짓게 해달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미군기지 이전과 상관없이 동후암동 개발이 쉽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동후암은 미군기지와 관계없이 남산 자연경관구역으로 묶여 고도제한을 강하게 받고 있다”면서 “동후암동은 서후암동 개발이 끝난 시점에야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드디어, 종부세 폭탄 터졌다. 아파트 사고팔기 전 재산세, 종부세 확인은 필수. ☞클릭! 땅집고 앱에서 전국 모든 아파트 세금 30초만에 확인
▶돈버는 부동산 실전 투자 전략을 동영상으로 만나보세요. [증여편] [재개발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