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06.17 07:46 | 수정 : 2022.06.17 07:56
[땅집고] “이런 집은 처음 살아봅니다. 매일매일이 지옥과 같네요. 전생에 무슨 죄가 많아 이런 집을 배정해준 건지….”
2020년 제 3차 SH공사 국민임대주택 모집에 신청해 예비대기자로 선정된 A씨. 운 좋게도 순번이 돌아와 지난해 10월 계약을 진행하고 올해 초 입주했다. A씨가 배정받은 임대주택은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에 있는 ‘수명산파크7단지’ 49㎡ 주택. 2008년 입주해 올해로 15년째인 총 643가구 규모 아파트다.
벽지와 장판을 새로 도배한 A씨의 집은 입주 직후에는 매우 깨끗했다. 그런데 입주한 지 한 달 정도가 지나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거실, 안방, 작은방, 화장실 앞, 부엌 등 곳곳에서 누수가 발생하는 바람에 온 집안에 곰팡이로 도배되고 있는 것.
A씨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런 집에 삽니다ㅠ.ㅠ’란 제목의 글을 올리며 “전생에 무슨 죄가 많아 (SH공사가) 이런 집을 배정해준 건지 이젠 한숨도 안 나온다. 숨을 쉬면 지독한 곰팡이 냄새가 목구멍까지 치고 들어온다”며 “하도 (곰팡이) 냄새가 나서 임시방편으로 냄새를 막고 곰팡이 포자를 덜 흡입하기 위해 비닐로 마감해뒀다”고 호소했다. 그가 올린 사진에 따르면 집안 벽면과 천장 곳곳이 누수 자국을 따라 누렇게 변색돼있으며, 검푸른 곰팡이도 줄줄이 피어있다.
이 글을 접한 네티즌들은 ‘SH공사 측에 하자보수를 요청하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A씨는 이미 누수 문제에 대해 SH공사에 알렸으며, 직원이 직접 주택을 방문한 적도 있다고 했다.
이 주택은 과거부터 ‘문제’가 있는 집이었다. A씨는 “SH직원이 말하기를, 하청업체가 ‘윗층에서 해마다 (누수를) 고친다며 짜증낸다’고 알려줬다. 그래서 이전 세대 보수 이력을 찾아보니 1년마다 벽지·도배 교체를 한 적이 있더라”라며 “이런 집은 공가로 남겨둬야 하는 것 아닌가. SH공사가 굳이 재임대를 하는 것이 이해 가지 않는다”고 했다.
SH공사 관계자는 땅집고와의 통화에서 “임대주택에 하자가 발생했을 경우 보수가 가능하다면 수리를 마치고 임대하고, 보수가 영 불가능한 집이라면 동호수변경을 해주고 있다. A씨의 주택 역시 입주 전 보수 완료 처리됐기 때문에 재임대를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해당 주택에 다시 누수 하자가 발생해 보수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런데 윗집이 사정상 협조해주지 않아 A씨에 대해서는 이사비를 지원하고 동호수변경을 해주기로 결정했다”며 “A씨가 퇴거하면 방수처리 등 공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편 일각에선 ‘SH공사 임대주택에 당첨돼 사전점검한 뒤, 집 상태가 마음에 들지 않아 계약을 포기하면 대기순서가 맨 끝으로 밀린다’며 ‘이 때문에 당장 집이 급한 사람들은 SH공사가 배정한 주택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울며 겨자먹기로 계약을 서두르다가 A씨 같은 일을 겪는 일이 종종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SH공사에 확인한 결과 국민임대주택 계약을 포기할 경우 순번이 밀리는 것이 아니라, 입주자 자격이 아예 박탈된다. SH공사 관계자는 “계약 이후 A씨처럼 주택 상태가 제대로 거주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불량하거나, 입주 후 큰 장애를 얻어 거동이 불편해지는 등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면 동·호수 변경을 해주는 등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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