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06.13 07:28
[발품 리포트] 은평구 마지막 재개발 투자처 ‘갈현1구역’
[땅집고] 지난 9일 오전 서울 은평구 갈현1동. 박석고개 삼거리에서 은평장례식장을 끼고 약 200m 정도를 걸어가니 낮은 언덕지대와 함께 낡은 단독·다세대주택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주거단지가 나타났다. 최근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으며 재개발 9부 능선을 넘은 갈현제1구역주택재개발(이하 갈현1구역)이다. 이곳은 4000가구가 넘는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지만, 은평구 일대 다른 재건축·재개발 구역에 비해 속도가 늦어 투자자 관심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그러나 지난 5월 초 은평구로부터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얻으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구역 곳곳에 이주·철거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리면서 1억원 이상 호가가 급등했다. 특히 갈현1구역은 관리처분계획인가 이후에도 조합원 지위 양도가 가능해 ‘은평구 마지막 재개발 투자처’로의 투자 관심도가 높다.
■ 사업비 1조 ‘은평구 재개발 최대어’… 교통은 애매, 학군은 약점
갈현1구역은 은평구 갈현로41가길 36 일원 23만8966㎡을 지하6층~ 지상 22층 4116가구(임대 620가구 포함) 규모의 아파트 단지로 재개발하는 사업이다. 시공은 롯데건설이 맡았다. 총 사업비만 1조원 규모로 서울 강북 최대 정비사업지로 꼽힌다.
은평구에서는 불광5구역, 대조1구역 등 입주를 완료하거나 철거 후 착공에 들어간 정비사업지가 많다. 올해부터 2026년까지 불광5구역, 신사1구역, 대조1구역, 갈현1구역 등 4개 사업지에서만 새 아파트 1만여 가구가 줄줄이 공급될 예정이다.
갈현1구역은 뒤늦게 속도를 내고 있다. 2011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갈현1구역은 지난달 약 11년 만에 은평구청으로부터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았다. 현재 구역 내에서는 주거실태 조사가 한창이다. 오는 7월 이주, 내년 상반기 철거를 돌입해 2026년 준공 및 입주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한다.
은평구는 서울에서도 교통 환경이 열악하기로 유명하다. 서울 도심에서 먼 외곽인데다 강북 도심으로 오는 길이 외길(통일로)이어서 상습 정체로 유명하다. 그나마 지하철 노선이 있지만 출퇴근 시간 일산에서 태운 승객들이 늘 만원이다. GTX 노선이 건설 되고 있어 숨통은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구역은 단지 북쪽에 지하철 3호선 구파발역, 남쪽에 지하철 3·6호선 환승역인 연신내역을 이용할 수 있다. 현재 연신내역에서 종로3가와 강남역까지는 각각 17분, 40분 안팎이 걸린다. 향후 연신내역을 지나는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A노선을 이용하면 삼성역까지 20분 이내로 닿을 수 있어 다소 교통망이 개선될 전망이다. 다만 구파발, 연신내역은 모두 1km 안팎에 떨어져 있어 도보를 이용하기엔 멀다.
교육 환경은 다소 열악하다. 현재 갈현1동 내에는 유치원, 초등학교 등이 없다. 가장 가까운 초등학교인 갈현초는 도보로 1km 거리에 있다. 더구나 새로 생기는 아파트 단지 내에도 초등학교가 생기지 않을 확률이 높다. 주변 생활편의시설로는 롯데몰 구파발과 연서시장 등 구파발·연신내역 일대 상권 등을 이용할 수 있다. 고양 스타필드,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등이 인접하다.
■ 입주권 웃돈 7억원 중반대… “향후 15억갈 것” 예상도
갈현1구역은 84㎡(이하 전용면적) 입주권에는 프리미엄만 7억5000만원 안팎이 붙었다. 예를들어 대지지분 30㎡(약 10평) 빌라의 경우 전세금 약 2억원을 제외한 초기투자금으로는 7억원대 중반이 필요한 셈이다. 은평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통상 관리처분인가 직전에는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때문에 처분이 급한 집주인이 급매물을 종종 내놓기도 하는데, 갈현 1구역은 오히려 1달 사이 평균 1억원 이상씩 웃돈이 붙었다”고 했다.
갈현1구역을 두고 재개발 관리처분인가 이후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이 없어 투자자들의 수요가 몰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행 법상 투기과열지구 내 재개발 물건은 관리처분인가 이후 조합원 지위 양도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그러나 갈현1구역은 2018년 1월 24일 전에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해 예외를 적용받는다. 즉, 관리처분인가 이후에 매수해도 입주권을 받을 수 있다.
은평구 공인중개사들은 갈현1구역이 입주 시점에 GTX-A노선 개통 등 호재를 입어 15억원을 넘겨 거래될 것으로 내다본다. 은평구 내 신축 아파트가 희소한데다 인근에서 가장 비싼 신축 아파트 ‘녹번역e편한세상캐슬’(2569가구)이 지난4월 13억7000만원에 손바뀜했다는 점, 현재 이 단지 84㎡ 호가는 최고 15억원이라는 점 등이 근거다.
■ 4000가구 대규모 단지인데… 초등학교 건립은 ‘무산’
다만 갈현1구역은 ‘교육환경이 열악한 아파트’라는 평가를 피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4000가구가 넘는 대단지임에도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로 지어지지 않는 것, 갈현 1동 내에 교육시설이 전혀 없는 것이 상품성의 한계로 지적된다.
조합은 2017년 ‘초품아’를 짓기 위해 교육부 지침에 따라 초등학교 부지(7752㎡)를 확보했다. 그러나 지난해 서부교육지원청이 교육부의 학교 신증설 교부 기준에 따라 추가 학급 건립을 위해 이미 계획된 학교 부지를 최소 두배 이상(1만4220㎡) 늘릴 것으로 요구하면서 사업 지연 리스크를 맞았다. 조합 측은 “당시 이미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한 상황에서 학교 부지를 늘리라는 통보를 받아 황당했다”며 “설계부터 다시 수정하면 사업이 언제까지 연기될지도 모르고 사업성도 저해된다고 판단해 대의원회 등을 통해 학교 부지 확장에 반대하는 것으로 결론 냈다”고 밝혔다.
통상 단지 내에 초등학교 부지가 있으면 통학여건이 좋아져 학령기 아동을 자녀로 둔 학부모들의 수요가 유입된다. 이에 따라 단지 가치 상승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조합은 ‘초품아’를 포기하는 대신 속도와 사업성을 위해 학교 부지에 기타 시설을 짓거나 해당부지를 매각하는 등 방안을 택해 사업을 진행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최진성 재개발마스터키 대표는 “갈현1구역은 도심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예정인데다, ‘초품아’가 아니더라도 비싸진 서울 집값을 고려했을 때 새 아파트로 수요자들의 주목을 받게될만한 위치”라며 “투자 관점에서 재개발 입주권은 매수 후 2년 이상 보유했다가 준공 전에 매도하면 다주택자도 양도세 중과가 없고, 건물 철거 이후 보유기간 동안에는 토지분에 대한 재산세만 부담하면 되기 때문에 절세 효과에 있어서 유리하다”고 했다. /손희문 땅집고 기자 shm9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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