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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가구 공사 대금 23억 미지급"…현대리바트 공정위 조사

    입력 : 2022.06.09 07:26 | 수정 : 2022.06.09 16:13

    [땅집고] 가구회사인 ㈜현대리바트가 하청업체에 줄 약 35억원의 공사대금을 미지급했다는 신고가 들어와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를 시작했다. 리바트는 2011년 현대백화점그룹에 편입된 이후 ‘현대리바트’로 이름이 바뀌었다.

    [땅집고] 한 가구 제작업체가 지난해 9월 현대리바트를 불공정거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독자제공

    8일 업계에 따르면 가구제조사인 A사는 지난해 9월 현대리바트를 불공정거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A사는 2020년 3월부터 1년간 현대리바트 하청을 받아 서울·수도권 일대 아파트와 오피스텔 분양 현장에 주방가구, 일반가구를 납품·설치하는 공사를 진행했다. A사는 현대리바트 측이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지난해 3월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현대리바트, 가구 공사 시켜놓고 23억 안줬다” 공정위 제소

    현대리바트와 A업체는 경기도 화성동탄 L건설 오피스텔, 경기 구리수택 H건설 재건축 아파트, 서울 서대문구 S건설 현장 등 총 10개 사업장에서 싱크대, 주방 팬트리 수납장 등 주방가구와 침실 붙박이장, 화장대 등 일반가구 제작·설치를 진행했다.

    A사 관계자는 “10개 사업장에서 총 계약금액 87억원 중 계약해지 시점까지 공사대금으로 62억원이 투입됐으나 리바트 측은 공사 대금으로 39억원만 줬고 23억원은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리바트는 다른 사업장에서 ‘마진율’이 좋은 공사를 수주하면 손실 금액을 보전해주겠다고 했지만 추후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했고, 기성 공사 대금도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통상적으로 국내 가구업계에선 대형 가구회사가 ‘브랜드’를 앞세워 수주한 뒤 실제 공사는 주문자 상표를 부착해 협력업체가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형 가구회사가 직접 공사 비율은 10~20%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입찰 방식으로 진행되는 아파트·오피스텔 등 대형 사업장에서 브랜드 가구회사들은 수주를 하기 위해 저가 입찰을 하고, 협력업체에 단가를 더 낮게 책정해 공사하도록 하는 일도 벌어진다.

    대기업 협력업체인 B사 관계자는 “수주는 대형 가구업체가 하기 때문에 협력업체 입장에선 몇 개 현장은 손해보더라도 공사를 진행할 수 밖에 없다”며 “다른 현장에서 손해를 보전해주겠다고 대기업 담당자가 얘기하면 울며 겨자먹기로 공사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A사는 공사대금 외에 리바트가 기존 물품 납입 청구서에 기재한 금액을 일방적으로 낮춰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등 실제 받아야 할 정산금은 훨씬 많고, 접대비 지출도 만만치 않았다고 주장한다. A사가 추산한 정산금은 총 34억원이다. A사 관계자는 “리바트가 원가를 낮춰 계약한 것도 모자라 실제 투입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 결국 회사가 파산하게 됐다”며 “원만하게 해결이 되지 않을 경우 손해배상청구소송 등 민사 소송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땅집고] 현대백화점에 입점한 현대리바트 매장.

    ■“마진율 낮은 가구업계, 하청업체 쥐어짜기 심각”

    현대리바트는 계약 해지 시점의 기성률(완성된 부분에 소요된 공사비가 차지하는 비율) 기준으로 책정한 공사대금은 모두 지불했다고 반박했다. 리바트 관계자는 “가구 공사대금은 제작·납품까지 마치면 비용을 지급하는 것이 원칙인데 해당 업체는 납품하지 않고도 제작비용을 요구하는 등 공사 대금을 뻥튀기하고 있다”며 “계약해지 귀책 사유도 A사에 있기 때문에 실제 투입한 공사대금 이외에 비용을 지불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리바트 측은 A사 파산으로 가구 납품이 수차례 지연돼 건설사와 A사 협력사로부터 클레임이 많아 오히려 피해를 입었고, 법률 검토 끝에 계약 해지했다는 입장이다.

    공정거래위원회 분정거래조정실은 지난해 9월부터 정산금 지급을 두고 양측과 분쟁조정을 시도했다. 리바트는 계약해지에 따른 도의적 차원에서 2억원을 지급하려고 했으나 A사가 주장하는 정산금과 차이가 커 조정에 실패했다. 공정위는 지난달부터 현대리바트와 A사를 상대로 거래 내역 등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가구업은 수익률이 낮기로 유명한 업종이다. 실제 코로나 사태로 가구 수요가 폭발하며 가구 업계 매출이 크게 성장했지만, 수익률은 처참한 수준이다. 현대리바트의 경우 올 1분기 매출은 3687억원인데, 영업이익은 29억원에 불과하다. 영업이익률은 0.78%다. 가구업계 1위인 한샘 역시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이 1.9%(매출 5260억원, 영업이익 100억원) 수준이다. 대기업 수익률이 낮다보니 협력업체에 대한 ‘단가 후려치기’가 일상적이다.

    A사 사례는 대기업 하청을 받아 가구를 제작하고 있는 수도권 외곽의 영세 가구업계에선 꽤 유명한 사건이다. 중소 가구제조업체 B사 관계자는 “김포나 남양주 마석 같은 곳에 공장을 두고 대기업과 거래하는 영세 가구 회사들이 모두 이 사건을 알고 있고, 어떻게 결론이 날지 지켜보고 있다”며 “다른 업종에 비해 유독 가구업계는 대기업의 ‘가격 후려치기’ ‘협력업체 쥐어짜기’가 심해 어떤 식으로든 정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기홍 땅집고 기자 hong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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