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06.07 07:31 | 수정 : 2022.06.07 18:16
[땅집고] “아파트 분양 원가 공개, SH도 하는데 LH가 못 할 이유가 없지 않나요?”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지난해 김헌동 사장 취임 이후 그동안 분양했던 아파트의 ‘분양 원가’를 낱낱이 공개하고 있다. 단지별로 건설원가 61개 항목과 택지조성원가 10개 항목을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있다. SH공사 관계자는 “1000원짜리 볼펜도 가격 대비 성능을 고려해서 구매하는 세상인데, 10억원을 호가하는 주택은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며 “공기업으로서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분양 원가를 공개하고 있다”고 했다.
이 같은 SH공사의 행보에 비슷한 기능을 하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분양 원가를 공개할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다. 하지만 LH는 SH와 달리 분양 원가를 공개하는 데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때문에 “땅값이 비싼 서울에 주택을 공급하는 SH도 하는데, 유사 공기업인 LH가 못할 이유가 무엇이냐”, “LH가 그동안 분양 원가 대비 분양가를 높게 책정해 수익을 뻥튀기한 사실을 숨기려는 것 아니냐”는 식의 비판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분양 원가 까발린 SH공사…“2.7억짜리 아파트, 3.5억에 분양”
SH공사는 지난해 12월 강동구 ‘고덕강일4단지’를 시작으로 ▲올해 1월 오금지구 1·2단지 ▲2월 세곡2지구 1·3·4·6·8단지 ▲3월 내곡지구 1·2·3·5·6·7단지까지 총 4차례에 걸쳐 분양 원가를 공개했다.
예를 들어 SH공사가 2013~2014년 분양한 강남구 ‘세곡2지구’ 아파트 4개 단지(1·3·4·6단지)의 3.3㎡(1평)당 평균 분양가가 1404만원이었는데, 분양 원가는 80% 수준인 1119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곡 2지구 25평 아파트 한 가구를 짓는 데 든 돈이 2억7975만원인데, 민간에는 이보다 비싼 3억5100만원에 분양했다는 얘기다.
SH공사는 분양 수익금을 임대주택 공급, 노후 주택 수리 등 주거복지 사업에 대부분 활용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사용 내역 역시 SH공사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김헌동 SH공사 사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민간건설사에 분양 원가를 공개하라고 강요할 생각은 없다. 다만 LH 등 다른 공기업에는 제안할 수 있지 않느냐”라며 “LH의 경우 3기신도시 등 아파트에 대한 사전 청약을 받으면서도 달랑 추정분양가 한 줄만 공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LH “우린 SH와 달리 전국구 사업…원가 밝히면 사회적 혼란 올 듯”
LH는 분양 원가 공개 요청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현재는 수분양자들과 행정소송 등이 불거졌을 때 소송 결과에 따라 당사자에 한해서만 공개하고 있다.
LH가 분양 원가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 이유가 뭘까. LH 는 크게 4가지 이유를 들고 있다. ▲사회적 혼란 우려 ▲참여 건설업체의 영업비밀 침해 우려 ▲분양 원가에 대한 객관적 기준 부재 ▲분양 원가 공개에 대한 실효성 부재다.
먼저 LH는 서울에만 주택을 공급하는 SH와 달리 전국 곳곳에 주택을 짓고 있어, 분양 원가를 무턱대고 공개하면 우리 사회와 건설업계에 큰 혼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적정 분양가가 얼마인지에 대한 합의가 없는 상황에서 분양 원가를 공개할 경우 지구별·단지별로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으며, 국민들에게 ‘공공분양 아파트는 무조건 싸야 좋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시행사인 LH가 분양 원가를 공개하면 건축 금액도 공개해야 하는데, 이는 참여 건설업체의 영업 비밀을 침해할 우려도 있다.
LH는 분양 원가 공개가 실익이 없다고 보고 있다. 어차피 공공주택 분양가는 현행 분양가상한제로 산출한 금액 이하에서 주변 시세와 분양성 등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결정하고 있다는 것. 즉 LH 공공분양 아파트 분양가는 적법하게 책정하고 있으므로, 분양 원가를 별도로 공개하기 위해 시간과 인력을 투입할 경우 사회적 비용만 증가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SH공사 “분양 원가 공개로 부정적 효과 없더라”
하지만 업계에선 LH 주장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LH가 경영 투영성을 지향해야 하는 공기업보다 민간기업에 가까운 답변을 내놓고 있다는 것. LH는 앞으로 정부와 협의 등을 통해 분양 원가 공개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한다는 입장이지만 별 다른 진척이 없어 결국 면피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공기업이 주택 분양 원가를 공개하는 경우 국민 알권리가 충족될 뿐 아니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며 “멀리 보면 민간 건설사들이 분양가를 부풀리는 행위를 어느 정도 견제하는 효과도 낼 수 있다”고 했다.
SH공사도 “지난해 말 이후 매달 아파트 분양 원가를 공개했지만 지금까지 사회적 혼란을 야기했다거나 건설사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는 지적을 받지 않았다”며 “담당 직원 업무가 일부 가중된 부분은 있지만 다른 부정적 효과는 전무하다”고 밝혔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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