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올 들어 소위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중 유독 송파구 집값만 떨어져 눈길을 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송파구 집값은 올 1~4월 평균 -0.04％ 하락했다. 같은 기간 서초구가 0.25％, 강남구가 0.16％ 각각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재건축 불패’라는 말도 있지만 송파구 재건축 최대어로 꼽히는 잠실주공 5단지조차 지난해보다 집값이 수억원씩 내렸다. 업계에선 이른바 ‘똘똘한 한 채’를 찾는 현금 부자들의 주택 쇼핑 리스트에 송파구는 제외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강남3구 중 유일하게 하락…리센츠 84㎡ 4억 떨어져

송파구 잠실동에서 이른바 ‘엘·리·트’라고 불리며 몸값이 가장 높았던 엘스, 리센츠, 트리지움 아파트가 올 들어 수억원씩 가격이 추락했다. 리센츠 84㎡(이하 전용면적)는 지난 4월 26억5000만원(17층)에 팔려 신고가를 기록했지만 한 달도 안 된 5월18일 22억5000만원(29층)에 거래돼 4억원 하락했다. 레이크팰리스 84㎡도 올 5월 22억2000만원(5층)에 거래돼 지난 2월 23억8000만원(24층)에 팔린 것보다 1억원 이상 떨어졌다. 엘스와 트리지움도 수억원씩 내렸다.

심지어 재건축 이슈가 살아있는 잠실주공5단지도 지난해보다 약세다. 잠실주공5단지 76㎡는 작년 11월 28억 7000만원(9층)에 거래됐다. 하지만 올 들어선 지난 3월 27억1000만원까지 하락했고, 평균적으로 작년보다 9000만원 낮은 27억8000만원 선에 실거래하는 모습이다. 송파구 가락동에 2018년 입주한 9510가구 대단지 헬리오시티는 84㎡가 지난해 9월 22억8000만원에 매매계약했지만 올해는 20억6000만원까지 미끄러졌다.

■서초·강남은 계속 신고가 경신…아크로리버파크 129㎡ 64억 찍어

송파구와 달리 강남구와 서초구 아파트 가격은 각종 규제에도 불구하고 신고가를 기록하면서 작년보다 수십억원씩 급등했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129㎡는 올해 신고가를 두 번이나 경신했다. 지난 1월 61억원(36층)에 거래돼 직전 거래 60억2000만원보다 약 8000만원 상승했고, 4월엔 64억원으로 최고가를 다시한번 갈아치웠다.

반포동 반포자이 165㎡는 지난달 57억원에 매매했다. 넉 달 전인 지난해 12월 대비 5억원 뛰었다. 서초동 삼풍아파트 165㎡ 역시 올 4월 42억원(3층)에 신고가를 경신했다. 1년 전 34억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8억원 상승했다.

강남구에선 도곡동 타워팰리스2차 111㎡(18층)가 28억4500만원에 거래돼 2년 전보다 9억9500만원 상승했다. 도곡렉슬 176㎡도 2020년 6월 43억원보다 15억원 높은 58억원에 팔렸다. 대치동 래미안 대치팰리스 114㎡는 48억8000만원에 손바뀜해 지난해 6월 직전 거래가보다 4억8000만원 올랐다. 압구정동에서는 올 4월 한 달에 신고가를 두 번 경신하는 단지가 나왔다. 압구정동 미성2차 140㎡는 4월6일 44억7000만원에 이어 4월30일 47억원에 팔렸다.

박인수 압구정큰부자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압구정동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이어서 매수자와 매도자 모두 거래 조건이 까다로운데도 불구하고 매물이 나오는 대로 신고가에 팔려나가는 분위기”라며 “주택을 팔려는 집주인이 많지 않아 거래량도 적은 편이지만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다”고 했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은 “강남권에서도 강남구와 서초구는 송파구와 비교할 때 실수요자가 탄탄한 지역이고 상대적으로 공급도 적었다”며 “최근 똘똘한 한 채 중에서도 더 가치있는 주택을 고르려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강남권 주택 사이에도 가격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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