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06.02 07:02 | 수정 : 2022.06.02 07:14
[땅집고] 서울 강북에선 이른바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집값이 가장 높다. 이달 KB부동산 시세 기준으로 용산구 3.3㎡(1평)당 아파트 시세는 5243만원. 25평이 13억1000만원, 34평이 17억8000만원 수준이다. 강남 집값만큼은 아니지만 중산층이 ‘풀 대출’을 끼더라도 매수하기엔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구로 집무실을 옮기면서 집값이 더 들썩이는 분위기다. 아직 용산구에 시세 반값 수준에 살 수 있는 아파트가 있을까. 땅집고가 용산구 집값 상위 3곳인 서빙고동, 이촌동, 신계동에서 각각 ‘반값 아파트’를 찾아봤다.
■서빙고동
용산구에서 집값이 가장 비싼 동네는 서빙고동이다. 평당 아파트 가격이 6474만원으로, 25평이 평균 16억1000만원, 34평이 평균 22억원 정도 되는 셈이다. 서빙고동에는 지하철역이 하나 밖에 없다. 경의중앙선 서빙고역이다. 남쪽으로 한강을 끼고 있어 조망권은 좋다.
그런데 서빙고동에는 한강변이면서 재건축을 추진 중인 ‘신동아아파트’를 비롯해 ‘서빙고금호베스트빌’, ‘대원서빙고’ 등 세 곳 외에는 큰 아파트 단지가 없다. 대부분이 낡은 단독주택과 빌라여서 반값 아파트를 찾기가 어렵다.
그나마 시세보다 저렴한 단지로는 ‘서빙고그린파크’가 있다. 2000년 입주한 총 123가구 아파트다. 서빙고역까지 걸어서 10분 정도 걸린다. 서쪽으로 용산공원과 맞닿아 있다. 서빙고초등학교와 한강중학교까지 도보 5분 내외로 통학할 수 있다. 지난해 6월 이 아파트 25평이 12억5000만원에 팔렸다. 집값이 서빙고동 시세(16억1000만원)의 77% 수준이다. 전세 시세도 저렴한 편이다. 올해 4월 보증금 3억7800만원, 올 2월 4억1800만원에 각각 전세 거래 신고됐다.
■이촌동
남쪽으로 한강을, 북쪽으로 용산공원을 끼고 있어 서울 전통 부촌(富村)으로 꼽히는 이촌동. 이달 기준 평당 아파트 시세가 5943만원이다. 25평이 평균 14억8000만원, 34평이 평균 20억2000만원쯤 된다. 이촌동 대표 아파트로는 재건축을 앞둔 ‘이촌한강맨션’과 가수 아이유가 산다고 알려진 초고층 주상복합 ‘래미안첼리투스’ 등이 있다.
현재 이촌동 아파트는 대부분 재건축을 추진 중이거나 이미 재건축을 마쳐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른 상태다. 반값 아파트는 없다. 대신 지하철 1·4호선 용산역을 끼고 있어 대중교통이 편리한 한강로3가에선 시세보다 저렴한 단지가 아직 여럿 있다.
용산역까지 걸어서 5분 걸리는 ‘전자타운’ 30평이 지난해 8월 7억7500만원에 거래됐다. 1993년 입주한 64가구짜리 나홀로 아파트다. 입주한지 30년 정도로 낡았지만, 지난해 12월 단지 전체 배관 공사를 마쳐 녹물 문제를 말끔히 해결했다는 거주자 후기가 있다. 2004년 입주한 110가구 규모 주상복합 ‘한강로대우아이빌’도 있다. 가장 큰 주택형이 거실과 침실 1개로 구성하는 전용 34㎡인데, 지난해 9월 4억3000만원에 팔렸다.
오피스텔은 2012년 준공한 ‘아스테리움용산’이 눈에 띈다. 이 단지 37평이 올해 3월 9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다만 오피스텔이어서 아파트보다 전용률이 40%로 낮은 것이 흠이다. 계약면적은 124㎡인데 전용면적은 49㎡에 그친다. 하지만 일반적인 원룸 오피스텔과 달리 거실·침실·화장실을 비롯해 파우더룸 공간까지 갖춰 살기는 편리하다는 평가다.
■신계동
용산구에서 이른바 ‘트리플 역세권’인 신계동. 서북쪽으로 경의중앙선과 6호선이 지나는 효창공원역, 남동쪽으로 1·4호선 용산역, 동쪽으로 4·6호선 삼각지역을 끼고 있다. 각 역까지 걸어서 10~15분이면 도착한다. 이달 기준 신계동 아파트 평당 시세는 5689만원이다. 25평이 평균 14억2000만원, 34평이 평균 19억3000만원 정도 된다.
그런데 신계동에 있는 아파트는 2011년 입주한 총 867가구 규모 ‘용산e편한세상’ 밖에 없다. 34평이 올해 4월 21억원을 찍었다. 신계동과 맞붙은 문배동, 용문동, 효창동에서 ‘반값 아파트’를 찾아봤다.
먼저 용문동에선 ‘대호드림빌’ 28평이 올 3월 8억8300만원, ‘삼성하이츠’ 38평이 지난해 6월 8억5000만원에 각각 팔렸다. 신계동 시세의 절반 수준이다. 두 단지 모두 20가구 안팎 소규모 단지다. 효창동에선 ‘효창맨션’ 30평이 지난해 9월 5억5000만원에 팔렸고, 문배동에선 ‘지오베르크’ 32평이 지난해 8월 12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용문동 ‘삼성하이츠’에 거주했던 수요자들은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 “나홀로 아파트라 단지 규모는 작지만, 효창공원역과 공덕역이 가까워서 좋다. 다만 공덕역에 가려면 경사가 가파른 언덕을 넘어야 한다”며 “동네가 조용하고 인근에 공원도 여럿 있어 살기는 좋다”는 거주 후기를 남겼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