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당선 역 여기 생긴대!"…예타 통과도 전에 들썩들썩

[땅집고] 정부가 용산~삼송을 잇는 전철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노선에 신설할 11개 역사(驛舍) 위치를 처음으로 공개하면서 해당 지역 부동산 시장에는 기대감과 함께 논란이 커지고 있다. 현재 이 노선은 예비타당성조사 진행 중으로 향후 바뀔 가능성이 높지만 신분당선은 황금노선으로 불리며 주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6일 신분당산 강남~신사구간 개통 보도자료를 발표하면서 용산~삼송 구간(19.38㎞) 노선도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보도자료 맨 뒷쪽에 첨부한 노선도에는 신설할 정거장 11개 위치를 표시했다. 용산역을 시작으로 효창공원역과 서울역, 시청역, 경복궁역, 상명대역(세검정), 독바위역, 은평1역, 은평2역, 삼송역, 신원역이다. 이 가운데 용산역과 서울역, 시청역, 경복궁역, 독바위역, 삼송역 등 6개 역에선 다른 지하철 노선과 환승이 가능하다.

노선도가 공개되자, 신설 역사 위치가 정확하게 어디인지가 지역 주민과 부동산 시장에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업계에서는 은평뉴타운 내 두 개 역사가 들어설 곳으로 기자촌과 진관중·고등학교 일대를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은평뉴타운에서는 3호선 기준 동쪽으로 멀리 떨어진 아파트는 전철 이용이 불편했다. 집값도 3호선 역에서 멀수록 낮은 편이다.

반면 신분당선 신설 역사가 들어서면 그동안 전철 교통이 불편했던 단지가 직접적인 수혜를 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은평구 진관동 상림마을 롯데캐슬 1·2·12단지, 아이파크 11단지 등이 대표적 수혜단지로 꼽힌다. 역세권이 될 것으로 보이는 아파트 주민들은 집값이 크게 오를 것이라며 벌써부터 기대감에 들뜬 모습이다. 은평구 L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은평뉴타운은 서울 도심 출퇴근 직장인이 많아 지하철 접근성에 따라 단지별로 가격 차가 크게 난다”며 “신분당선이 들어오면 3호선 중심으로 짜였던 은평뉴타운 부동산 지형도가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은평뉴타운 입주민 이모씨는 “국토부 자료를 보면 신설 역사 위치가 다소 애매해 주민들 사이에선 논란이 있다”며 “사업 시작도 안 됐는데 주민 갈등만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고 했다.

도심권에서는 효창공원역이 눈길을 끈다.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으로 용산구 일대 집값이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국제업무지구 개발 등을 추진하면 상대적으로 낙후했던 효창공원 일대가 교통·주거 중심지로 거듭날 수 있어서다. 다만 신설 역사 위치에 대해서는 지하철 6호선·경의중앙선이 지나는 효창공원역앞 또는 용산리첸시아 아파트 앞 등을 거론하며 혼선을 빚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 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 문턱도 넘지 못한 불확실한 노선이라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 이 노선은 2012년 처음 제안했고 2018년 예타에서는 경제성이 낮아 무산 위기를 맞았다가 지난해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다시 들어가면서 재추진하는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 3단계 노선도 이행하겠다고 공약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신분당선 서북부 노선이 지나는 주변 지역 정치인들도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주민 입장에서는 역이 어디에 들어서느냐에 따라 집값이 크게 좌우돼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지만 지금은 말 그대로 사업 초기 단계일 뿐”이라며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안은 10년 넘게 표류했던 만큼 일단 사업을 제대로 추진하는 것이 우선이고, 최소 기본계획이 나올 때 정확한 역사 위치가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기홍 땅집고 기자 hong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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