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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개랑 맘 편히 살 집 없나"…이제 이런 '펫 주택'까지

    입력 : 2022.05.28 08:05 | 수정 : 2022.05.29 15:56

    [땅집고] 서울 중랑구 망우동 펫(Pet) 빌라에 3년째 거주 중인 추나영 씨 부부. 추씨 부부는 펫 빌라 입주 전까지 네차례나 이사가야 했다. 반려견 ‘딩고’와 ‘뚜비’가 내는 소음 때문에 매번 재계약에 실패했다. 추씨 부부는 입주 전부터 개들이 자주 짖는다고 알리고, 월세도 더 많이 냈지만 늘 죄인일 수밖에 없었다. 추씨는 “반려견과 함께 살기 위해 서울에서 경기도 남양주까지 이사하기도 했지만 반려동물 전용주택에 입주하니 몸도, 마음도 편해졌다”고 말했다.

    개인 사업가인 이민우 씨는 현재 펫 프렌들리 오피스텔에 살고 있다. 한 살이지만, 몸무게가 30kg이 넘는 반려견 토리와 함께 살기 위해서다. 토리의 견종은 순하기로 유명한 래브라도 리트리버다. 성격은 온순하지만 덩치가 커 번번이 입주를 거절당했다. 이씨는 “토리와 공생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서 오게 됐다. 반려견과 함께 살 수 있고 공용공간을 쓸 수 있어 좋다”고 했다.

    [땅집고] 지난달 10일 서울 강남구 세텍(SETEC)에서 열린 '케이펫페어 서울 2022'에서 관람객들이 반려동물과 함께 용품을 구경하고 있다. /박상훈 기자

    [땅집고] 반려동물 연관산업 시장 규모. /반려견주택연구소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지만 소음 등으로 마땅한 집을 찾지 못하는 이른바 주거 난민이 늘어나고 있다. 이 같은 ‘펫팸족’을 겨냥해 건설업계에서는 최근 편의시설, 평면설계 등에서 펫 친화적인 주택을 대거 내놓고 있다.

    펫팸족은 반려동물과 가족(family) 합성어로,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사람이다. 반려동물은 이제 단순히 키우는 동물이 아닌 ‘가족’이라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자리잡으면서 주거 트렌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반려동물 인구 1500만 시대…다양한 펫주택 속속 등장

    우리나라 반려동물 산업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반려견주택연구소에 따르면 반려동물 산업은 연 평균 10.8%씩 성장 중이다. 산업 규모는 2018년 2조6000억원에서 2021년 3조7000억원, 2022년 4조1000억원으로 커졌다. 오는 2027년에는 산업 규모가 6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9년 전국에서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가구는 591만 가구로, 전년보다 80만 가구 늘었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 가운데 반려동물 가구 비중은 26%다. 네 집 중 한 집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는 얘기다. 인구로 1500만 명을 넘는다.

    /그림=이철원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이른바 층견 소음 등 갈등도 커지고 있다. 층견 소음은 층간 소음에 ‘개 견(犬)’ 자를 붙인 말로, 강아지로 인한 소음을 뜻하는 신조어다. 우리나라는 아파트 주거 비율이 80%에 육박할 정도로 공동주택에 사는 사람이 많아 소음에 예민한 편이다.

    반려동물 특화 주거 공간을 앞세운 펫 주택이 점차 늘고 있다. 2016년 반려견주택연구소가 경기 용인시에 공급한 반려견 전원주택 단지가 국내 첫 펫 주택으로 알려져 있다. 19가구 규모 전원주택단지다.

    [땅집고]지난해 10월 오픈한 반려동물 특화 오피스텔 '에피소드 서초 393'./SK디앤디

    최근에는 빌라·오피스텔 등 다양한 펫 공용주택이 생기고 있다. 2017년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펫 빌라, 2018년 경기 남양주시 에르고 펫과 노원구 공릉동 퍼즐주택, 작년 반려견 친화형 청년 공공임대주택 ‘견우일가’ 등이 생겨났다. 특히 견우일가는 공공임대주택 중 처음으로 펫 특화시설을 적용했다.

    펫 친화적인 오피스텔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펫앤스테이, 수아주위드펫, 에피소드 등이 대표적. 반려동물이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운동장이나 도그 짐, 산책 후 이용할 수 있는 세족 시설 등이 들어선다. 펫 주택 주변에는 펫 동반 카페, 펫 호텔 등도 들어선다. 주거 공간 내부에는 반려동물 전용 샤워기, 미끄럼 방지 바닥재, 환기시설, 차음 중문 등 특화 설계를 적용한다.

    ■해외엔 펫문화 자리잡아…국내 제도·법규도 손질해야

    해외에는 이미 펫 문화가 자리잡은 나라가 많다. 일본은 약 30년 전부터 펫 주택이 등장했다. 일본 정부는 1997년 펫주택 법규를 제정하고, 이듬해에 반려동물 주택을 처음 분양했다.

    현재 반려동물과 같이 사는 아파트 비중은 50%가 넘고, 임대주택은 20% 정도 된다. 반려동물 주택은 일반 주택보다 임대료가 10~20% 정도 비싼 편이다.

    [땅집고]미국 펫 프렌들리 주택에 거주하기 위해 작성해야 하는 서류. 조사 항목만 40여 개에 달한다. /반려견주택연구소

    미국은 아시아권과 달리 반려동물에 대한 기준이 매우 까다롭고 공생 문화가 정착돼 있다. 2015년 기준으로 미국의 임대주택 시장에서 펫 프렌들리 주택은 51%에 달한다. 44%는 제한적인 허용, 9%는 전면적인 허용이다. 임대주택별로 허용할 수 있는 반려동물 종류와 숫자를 제한하고 임차인도 40여 가지 항목을 작성해야 하는 등 기준이 까다롭다. 임대료는 일반 임대주택보다 20~30% 높지만, 일반 임대주택보다 임대기간이 2.6배 정도 더 길다. 공실률도 펫 프랜들리 주택이 더 낮은 편이다.

    [땅집고]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에 있는 펫 오피스텔. 출입문에 거주 중인 반려동물의 사진과 이름을 붙여서 입주민 간의 아이스브레이킹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한다. /반려견주택연구소

    우리나라도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빠르게 변하면서 펫 주택이나 펫테리어 (pet과 interior 합성어)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펫 주택 관련 제도와 법규도 정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 반려동물 인구가 늘어나면서 반려동물 소음·배설물·목줄 등과 관련한 트러블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박준영 반려견주택연구소 소장은 “층견 소음과 개물림 사고 등을 미연에 방지하려면 정부가 펫 주택 기준을 만들고 반려동물 관리 기준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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