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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1년 미루긴 했는데…전월세신고제가 가져올 후폭풍은

    입력 : 2022.05.27 07:28

    [땅집고] 정부가 전월세 신고제의 계도 기간을 1년 연장하기로 했다. 이로써 내년 6월 1일부터 신고 의무를 어기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사진은 서울 한 빌라촌의 모습./연합뉴스

    [땅집고] 정부가 2020년 7월 도입한 ‘임대차 3법’ 중 하나인 ‘전월세 신고제’ 계도 기간을 1년 더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결정은 당장 과태료를 매기는 제도를 시행하면 국민 반발을 부르는 것은 물론 코앞에 닥친 지방선거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을 골자로 하는 ‘임대차 2법’ 시행 후 전세가격이 폭등한 것도 감안했다.

    시장에서는 전월세 신고제를 시행하면 임대차 시장 투명성이 높아져 세입자에게 유리해지는 순기능이 있다고 본다. 반면 임대소득 노출을 우려한 집주인들의 비용 전가 가능성도 우려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임대차3법 손질을 공약으로 내걸었기 때문에 일단 1년 연기로 급한 불은 껐지만 전월세 신고제 전면 시행 여부를 두고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월세 신고제 계도기간 1년 연기…국민 반발 고려한 결정

    국토교통부는 지난 26일 전월세 신고제 제도 정착을 위한 홍보와 지방자치단체 행정 여건 등을 감안해 전월세 신고제의 계도기간을 내년 5월 31일까지로 1년 연장한다고 밝혔다.

    전월세 신고제는 임대차 시장의 실거래 정보를 공개해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취지로 작년 6월1일 시행했다. 주택 임대차 보증금 6000만원 또는 월 임대료 30만원을 초과하는 임대차 계약에 대해 계약 체결일로부터 30일 이내 ▲임대료·계약기간, ▲임대목적물 정보, ▲계약당사자의 인적사항 등을 담아 신고하도록 하는 제도다.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전역과 광역시, 세종시가 대상이다. 계약 내용에 대해 거짓 정보로 신고하거나 미신고시 최대 100만원 과태료를 부과한다.

    당초 1년 계도기간을 정해 올 6월부터 과태료 부과를 시작할 예정이었다.

    [땅집고]2021년 7월 7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동 주민센터에서 전월세신고제를 알리는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장련성 기자

    시장에서는 계도기간 연장 발표에 정무적 판단이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임대차 3법’ 손질을 핵심 부동산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당장 과태료 부과하는 제도를 시행하면 국민 반발을 살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지자체 단속인원이 부족하다는 현실적 문제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국토부는 신고제 시행 이후 전월세 신고 건수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여전히 신고 누락분이 많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지자체가 누락한 계약을 찾아내 과태료를 부과하기엔 행정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생계 유지 목적으로 다가구주택 등을 임대하는 노년층의 경우 아파트보다 단기 임대계약이 많은데 신고 방법이 어렵거나 불편해 누락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통상 임대차 계약 기간이 2년인 점을 고려하면 아직 대다수 국민이 홍보부족, 계약시기 미도래 등으로 신고제를 경험해보지 못해 제도 정착에 시간이 더 필요한 것으로 보여 계도기간을 연장하게 됐다”고 말했다.

    ■시장 투명성 높아지겠지만…집주인 반발·비용 전가 우려

    전월세 신고제를 시행하면 임대차 시장 투명성이 높아질 수 있다. 아파트는 매매와 임대 모두 시세가 명확하지만 빌라·다가구는 상대적으로 시세가 불투명하다. 서울·수도권이 아닌 지방으로 갈수록 매물마다 상태가 다르고, 거래건수마저 적은 곳에서는 해당 지역의 임대거래 기록이 있으면 도움이 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수도권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시세 파악이 어려운 지역들이 있다. 전월세 신고제는 이 같은 임대차 시장 거래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해 집을 구하려는 임차인에게는 좋은 참고자료가 될 것”이라고 했다.

    [땅집고]2020년 8월 3일, 전월세신고제·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 등을 핵심으로 하는 '임대차3법'아 시행된 뒤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아파트 인근 부동산에 매뮬 안내문이 붙어 있다./ 주완중 기자

    그러나 2년 전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시행 후 전세가격이 폭등한 전례가 있어 윤석열 정부로서는 후폭풍을 우려해 당장 시행하기에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업계에서는 전월세 계약 데이터가 과세 자료로 쓰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임대인들이 임대차 신고를 꺼리고 있다고 해석한다. 정부는 신고 자료를 과세에 활용할 계획이 없다고 누차 강조했지만 임대인들은 “정부가 언제 방침을 바꿀지 알 수 없다”며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 이은형 연구위원은 “전월세 신고제를 통해 확보한 자료를 과세 자료로 활용한다면 당초 내세운 ‘임대차 시장 투명화’라는 선한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임대소득 노출로 인해 소득세 부담이 생기고 내지 않던 건강보험료까지 납부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임대인들이 세입자한테 부담을 떠넘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악의 경우 세를 주지 않고 집을 비워두는 상황도 나올 수 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세무사)은 "2019년부터 주택 임대소득을 과세하고 있지만 현재 자진신고에서 의무사항이 된다면 임대인 반발이 예상된다”며 “단기적으로는 임대인이 임대주택에 대한 하자보수 등 비용 지출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어 갈등이 생기고 신규 임대차 계약을 진행하는 4년 주기로 비용을 전가하려는 경향이 더욱 뚜렷해질 수 있다"고 했다. /손희문 땅집고 기자 shm9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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