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05.23 11:55
[땅집고] “매물이 발에 차이는데… 사겠다는 사람을 통 찾을 수가 없어요.”(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A공인중개사)
“급매물 나오면 연락달라는 문의 전화는 많은데, 아무래도 지금은 제값 주고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요. 집주인들도 ‘좀 더 지켜보겠다’면서 버티기에 들어간 상황입니다.”(서울 마포구 아현동 B공인중개사)
서울 아파트 매매 시장에서 거래 공백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10일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1년 유예 조치를 시행하면서 이른바 ‘절세 매물’이 시장에 풀리고 있지만 매수세가 붙지 않고 있어서다. 매수자와 매도자 간 줄다리기로 당분간 거래가 끊기고 매물만 쌓이는 조정 국면이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3일 부동산정보회사 아실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6만47건으로 6만건을 넘었다. 2020년8월 이후 20개월 만에 최다치다. 경기도는 11만6104건으로 2020년7월 이후 19개월 만에 물량이 가장 많고, 인천 역시 2만6181건으로 2020년 8월 이후 가장 많다. 수도권 전체적으로 20만 건이 넘는 물량이 시장에 나온 셈이다.
다만 거래는 부진하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5월 현재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 건수는 19일 기준 374건(계약일 기준)이다. 작년 5월(4901건)과 비교하면 반의 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아직 5월이 끝나지 않았고 신고기한도 한 달 넘게 남아 있지만 거래량이 늘긴 힘든 상황이다. 올해 월별 거래량을 보면 ▲1월 1087건 ▲2월 809건 ▲3월 1432건 ▲4월 1538건 등 평균 1000건 안팎이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 거래량(▲1월 5770건 ▲2월 3841건 ▲3월 3762건 ▲4월 3655건)과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거래가 끊기면서 가격 하락 움직임도 나온다. 서울에서는 최고가 대비 2억원 이상 하락한 아파트도 있다. 송파구 ‘헬리오시티’ 전용 84㎡는 올 1월 23억7000만원(25층)에 거래했지만 지난달 초 20억9500만원(28층)에 팔리면서 약 2억7500만원 빠졌다. 1기 신도시인 평촌에서는 ‘인덕원대우’ 전용84㎡가 올 초 9억4500만원에 팔렸지만 지난 4일에는 8억3700만원으로 약 1억원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똘똘한 한 채’를 남기려는 다주택자들이 수도권 외곽지역의 속칭 ‘못난이’ 매물부터 내놓고 있는 반면 금리 인상 부담 등이 매수심리를 짓누르고 있어 실수요자들이 선뜻 거래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연구원은 “수요자는 여전히 집값이 높다고 생각한다”며 “대출 규제에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까지 커진 상황이어서 섣불리 거래에 나서지 않고 관망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실수요자는 유망 지역이거나 입지가 괜찮은 곳이 아니라면 급매물이 나와도 잘 달려들지 않는다”면서 “다주택자는 우량 매물은 손에 쥐고 외곽이나 비인기 매물 위주로 내놓고 있어 거래 소강 상태가 해소되지 않는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강남·용산 등 서울 핵심지역의 경우 매물 자체가 적고 거래가격도 신고가를 갱신하면서 지역별 집값 격차가 더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정부가 양도세 중과 유예 카드를 꺼냈지만 대출 등 다른 규제 고삐는 여전히 꽉 쥐고 있어서 정책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따라 거래 공백 사태가 계속되면서 집값도 지루한 보합 내지 조정 국면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놔도 대출 규제 등으로 수요자가 받아줄 수 없는 상황이어서 매물이 그대로 쌓이는 것으로 보인다”며 “추가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커진다면 보합이나 약보합세인 현 시장 상황이 하반기에 드라마틱하게 상승 전환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손희문 땅집고 기자 shm9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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