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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 머리 다 있네…'거북이 발' 달린 SK서린빌딩의 비밀

    입력 : 2022.05.20 07:01

    [땅집고]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서린빌딩. /조선DB

    [땅집고] “거북이가 건물을 업고 있는 형상으로 지어서 너무 강성한 화기(火氣)를 제어하려고 했습니다.”

    서울 종로 일대 대로변에는 대형 빌딩들이 줄지어 서있다. 대기업이 들어선 건물들답게 외관부터 내부까지 독특하다. 이 중 청계천이 발원하는 무교동 사거리에 위치한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서린빌딩은 독특한 사연을 갖고 있어 눈길을 끈다.

    1999년 준공한 SK서린빌딩은 SK본사를 비롯한 다양한 계열사가 입주해 있다. 서울의 명물로 꼽히는 밀레니엄힐튼 호텔을 설계한 김종성 건축가가 디자인했다. 김종성 건축가는 우리나라 현대 건축의 원류로 꼽히는 건축가로 미국의 유명 건축가인 루드윙 미스 반데어로에(Ludwig Mies van der Rohe)에게 수학했다.

    SK서린빌딩이 품고 있는 흥미로운 사실은 건물 입지부터 마감재까지 풍수지리학적인 요소를 고려해 지어졌다는 것이다.

    서린동은 풍수지리학적으로 화기(火氣)가 강하다고 알려졌다. 북악산과 관악산의 화기가 만나서 모이는 장소라는 것. 이 때문에 재물이 마르지 않고, 기운이 솟아 잔병치레가 없다. 실제로 조선시대에는 한양을 구성하는 8방(防) 중 시전(市廛)이 가장 성행했던 곳이다. 당시 감옥인 ‘전옥서’(典獄署)도 이곳에 지어서 죄수가 병사(病死)하는 것을 방지했다고 알려졌다.

    [땅집고] SK서린빌딩은 건물 모서리마다 거북이 발을 형상화한 타일을 설치했다. 거북이의 수기(水氣)로 건물터의 화기(火氣)를 억누르겠다는 풍수지리학적 구상이 담겨있다. /장귀용 기자

    한 가지 문제는 화기가 너무 강하다 보니 불이 자주 났다. 실제로 조선시대에만 전옥서가 여러 차례 불에 타서 전소했다. 현대에 들어서도 지하 음식점에 불이 나거나 지하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SK서린빌딩을 처음 기획했던 고(故) 최종현 SK그룹 회장도 이런 풍수지리를 굳게 믿었다. SK서린빌딩 외벽은 SK이노베이션의 ‘원유’를 상징하는 흑색으로 꾸며졌다. 곡선이 없고 곧게 뻗은 건물이다. 석유가 불을 만나 활활 타오르길 기원했다.

    그런데 화기가 강한 곳에 불과 관련된 업종이다 보니 풍수지리학자 다수가 화재 우려를 전했다고 한다. 최 회장은 “화기가 강한 경복궁에 해태상을 놓아서 화기를 억눌렀다”는 고사에 착안했다. 건물에 수기(水氣)를 강화시킬 토템(totem)을 설치하기로 한 것.

    [땅집고] SK서린빌딩 청계천 방향 입구에 설치한 거북이 머리 모양 조형물. /장귀용 기자

    그래서 SK서린빌딩은 전통적으로 물의 신으로 여겨졌던 거북이가 건물을 받치는 모양으로 만들어졌다. 건물 각 모서리에 거북이발 모양의 타일을 깔았다. 그리고 대로 방향 주출입구가 아닌 청계천 쪽으로 거북이 머리모양을 형상화한 조형물을 설치했다. 대로변에는 삼각형 타일로 꼬리를 만들었다. 물의 기운이 강한 거북이가 청계천의 수기를 계속 빨아들이는 모양새다. 풍수지리학 용어로는 ‘영구음수’(靈龜飮水)다. 영구(靈龜)는 만 년 동안 산다는 신령스런 거북을 말한다. 거북이 머리에 있는 점도 주역 64괘 중 13번째 괘인 ‘천화동인’(天火同人)을 뜻한다. 용솟음 치는 하늘의 기운이 불을 잘 제어해 사람이 모여든다는 뜻이다.

    김종성 건축가는 “최종현 회장이 풍수지리에 관심이 많아 건물을 설계하고 지을 때도 풍수지리학적 관점에서도 검토를 해달라고 부탁했었다”면서 “풍수지리가 의사과학(擬似科學)으로 치부되긴 하지만 현대 건축의 원리와 비슷한 측면도 있어서 실제 설계 시에 반영한 부분이 있다”고 했다.

    인문학자들도 현대 건축에 전통적인 풍수지리나 음양오행 원리를 가미하는 것이 문화적 측면에서 긍정적인 행위라고 봤다. 철학자인 최재목 영남대 교수는 “풍수지리나 점술 같은 것이 과학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 목적이 결국 그 공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염원을 달래주는 측면이 크기 때문”이라면서 “춘추전국시대 순자(荀子)도 기우제를 지낸다고 비가 내리는 것은 아니지만 가뭄 들어서 속이 타들어가는 백성들의 마음을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현대건축물에서 그 전통을 이어간다면 이 역시 ‘한옥’(韓屋)이 되는 셈”이라고 했다. /장귀용 땅집고 기자 jim33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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