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05.17 07:28 | 수정 : 2022.05.17 07:37
[땅집고] “헐, 세금을 20억원이나 들여 건물 꼭대기에 뜬금 없는 ‘왕냄비’까지 달아놓았는데 결국 폐업이라니…. 완전 혈세 낭비네요.”
대전광역시 전통시장 청년몰인 ‘청년구단’이 2017년 개점한 지 4년만에 문을 닫았다. 이 사업에는 세금 20억원 정도를 투입하고, 건물 꼭대기에 9200만원짜리 ‘왕냄비 조형물’까지 설치해 세금 낭비 지적이 끊이지 않았는데 결국 좌초된 것이다.
청년구단은 대전 동구 원동 전통시장인 ‘중앙 메가프라자’ 내 20개 점포를 20~30대 청년에게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료로 빌려주는 프로젝트였다. 청년구단 조성에 국비 7억5000만원과 대전시 예산 등을 합해 총 20억원 정도 들었으며, 대전 상인회도 1억5000만원을 부담했다. 청년구단에 젊은 감각을 가진 자영업자가 입점하면 침체한 지역 상권이 활성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청년구단은 마케팅 홍보를 위해 건물 꼭대기에 ‘왕냄비’를 달아 유명세를 노렸다. 뚜껑 달린 초대형 냄비가 가스레인지 위에 얹혀 있는 모습이다. 가로 3.82m, 세로 2.54m 크기로 제작비만 9200만원이 들었다. 워낙 독특한 조형물이어서 멀리서도 눈에 잘 들어왔다.
청년구단에는 파스타·스테이크밥·초밥·치킨브리또·막걸리·커피 등을 판매하는 식당이 줄줄이 입점했다. 최초 1년 동안은 임대료를 면제해 주고 이후에는 월세로 16만5000원을 받기로 했다. 하지만 청년구단 사업은 출범 1년 여만에 기울어졌다. 2018년 총 8개 점포가 매출 부진으로 영업을 중단한 것. 결국 2021년 6월 말에는 모든 점포가 폐점했다.
이유가 뭘까. 청년구단이 주목받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경쟁력 없는 입지가 꼽힌다. 건물이 원도심에 있어 유동인구 자체가 많지 않고 인근에 한복점 등 식당과 성격이 다른 업종이 몰려 있어 먹자골목과 비교해 활성화하기 어려운 조건이었다는 것.
청년구단에 입점한 청년 자영업자 운영 문제도 지적한다. 스타 셰프인 백종원씨는 자영업자 대상으로 컨설팅하는 ‘골목식당’ 프로그램에서 청년구단을 점검하며 “점포당 평균 3~4개 메뉴를 취급하고 있는데, 한 가게에서 메뉴를 여럿 취급하면 다른 가게와 중복이 발생한다. 이런 청년몰은 끝난 셈이다. 반드시 2~3년 있으면 주저앉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청년구단 임대료가 저렴한데도 음식 가격을 비싸게 책정하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청년 자영업자가 떠나버린 청년구단 건물은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현재 문화예술 향유 공간인 ‘디캔센터’가 입점해 있다. 커피숍 창업 등을 돕는 가배로스터스운영본부를 비롯해 사진·영상 관련 스튜디오 운영업체, 우쿨렐레·통기타 등 악기를 파는 업체 등 10여곳이 입주했다. 하지만 디캔센터를 찾는 손님도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청년구단은 옥상에 1억원 가까운 ‘왕냄비’만 달고 있는 생뚱맞은 건물로 전락한 셈이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지금 건물에 음식 관련 업체가 하나도 없는데 냄비를 아직까지 달고 있다. 세금이 아까워 철거 못하는 것 아니겠냐”며 “결국 혈세 낭비였다”는 등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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