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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 OB베어 살려내라!"…42년 노포도 못 피한 임대 갈등

    입력 : 2022.05.16 11:22

    [땅집고] 서울 중구 을지로3가역 인근 속칭 노가리골목. /장귀용 기자

    [땅집고] 지난 10일 오후 서울 중구 지하철 을지로3가역 노가리 골목 일대. 일명 ‘힙지로’라는 이름처럼 매일 밤 손님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주점 골목 한복판에서 시위가 벌어지고 있었다. 백발 노인부터 20대 청년까지, 공통점이 별로 없어보이는 이들이 모여든 이유는 최근 강제집행으로 철거된 42년 노포(老圃) ‘을지 오비(OB)베어’의 영업재개를 위해서다.

    을지로 노가리 골목 원조 격인 ‘을지 OB베어’는 건물주인 만선호프와 임대료 문제로 갈등한 끝에 지난 4월21일 오전 건물이 강제 철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을지OB베어 주인 최수영씨 부부와 을지OB상생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현재 건물 입구에 철제 가림막을 설치하고 무기한 농성 중이다.

    [땅집고] 서울 중구 을지로3가역 노가리골목에 위치한 42년 노포 '을지 OB베어'는 지난 4월 21일 강제 철거됐다. /장귀용 기자

    을지 OB베어는 1980년 OB맥주 전신인 동양맥주가 모집한 프랜차이즈 1호점으로 국내 최초 생맥주 가게로도 알려져 있다. 창업주의 딸 강호신씨와 사위 최수영씨 부부가 2대째 운영하고 있다. 을지로 노가리 골목이란 이름도 을지 OB베어 때문에 생겼다. 당시 값싼 안주였던 노가리와 맥주를 을지로 주변 철물점과 공장 종사자에게 판매한 이후 주변에 뮌헨호프, 만선호프 등이 줄줄이 들어서면서 노가리 골목이 됐다.

    서울시도 2015년 을지 OB베어와 만선호프, 뮌헨호프 등이 자리잡은 노가리 골목을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할 만큼 유명세를 탔다. 2018년에는 을지 OB베어를 ‘백년가게’로 선정했다. 백년가게는 서울시가 업력 30년 이상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발굴해 100년 이상 지속 가능하도록 육성하겠다는 취지로 도입했다.

    공대위에 따르면 을지 OB베어는 2018년부터 건물주와 임대료‧보증금 인상 문제로 갈등을 빚었다. 을지 OB베어는 2018년 기준 월세 200여만원을 내고 있었는데, 을지로 노가리 골목이 유명해지면서 주변 상가 임대료가 많이 올랐다. 현재 인근 비슷한 규모의 상가 임대료는 월 1500만~1600만원이다.

    [땅집고] 서울 중구 을지로3가역 노가리골목 '을지 OB베어'와 시민단체가 골목에 내건 현수막. /장귀용 기자

    을지OB베어와 공대위 측은 건물주가 바로 옆 가게인 만선호프로 바뀌면서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제시했다는 입장이다. 이종건 공대위 조직국장은 “종전 건물주와 소송에서 패한 뒤 보증금과 임대료 인상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전달했지만 계약 연장 불가 통보를 받았다”면서 “이후 만선호프 측이 작년 1월 건물 지분 62%를 인수한 후 재계약을 해주겠다면서, 건물 일부를 사용하게 해달라는 요구를 해왔고, 이후 대화하자고 하더니 기습적으로 강제 철거를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건물주인 만선호프 측은 재계약을 제안했는데 을지 OB베어 측이 거부했다고 주장한다. 방종식 만선호프 대표는 “최근 을지로 노가리 골목 주변이 재개발되면서 손님용 화장실이 턱없이 부족해졌다. 그래서 건물을 인수한 뒤 을지OB베어가 쓰는 공간 중 폭 1.5m공간을 화장실로 개조해 같이 쓰는 조건으로 재계약을 제안했는데 을지OB베어 측이 전혀 양보하지 않았다”면서 “을지 OB베어는 이미 만선호프에서 건물 인수하기 전인 2018년 종전 건물주와 명도소송에서 패소했다. 그럼에도 고락을 같이 했던 이웃 입장에서 배려를 하려고 했던 것인데 악의적인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땅집고] 2018년 서울 중구 을지로3가역 노가리골목 내 '을지 OB베어'의 명도이전 관련 법원 판결문. /장귀용 기자

    유정훈 법무법인 산우 변호사는 “법률적으로 보면 이미 이전 건물주와 명도소송에서 패해 계약이 종료된 것이기 때문에 새 건물주가 재계약할 의무는 없다”면서 “건물주가 재계약하면서 상가 계약 면적과 조건을 바꾸자고 하는 것은 정당한 권리로 보인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서울시 중재가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시가 백년가게를 육성하겠다고 점포를 선정한 뒤 별다른 관리를 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난 것 아니냐”면서 “서울시가 상생방안을 마련하던지, 자리를 옮겨서라도 가게가 유지될 수 있도록 주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장귀용 땅집고 기자 jim33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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