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05.15 09:30
[역대 정부 부동산 정책에서 배운다] ⑦사상 초유의 집값 폭등 부른 문재인 정부…규제 일변도 정책이 빚은 참사
[땅집고] 2017년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본격적인 규제 위주의 부동산 정책 기조를 채택하고, 투기 세력 척결을 앞세웠다. 부동산 규제 신설과 강화를 통해 이른바 ‘노무현 정부 시즌2’에 들어갔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은 다주택자 등 투기 수요의 농간으로 부동산 시장이 비정상적으로 과열되고 있다는 관점에서 출발했다. 초반에는 수요 억제 중심 대책이 쏟아졌다. 공급은 공공임대주택 확충 등 주거복지와 도시재생 정도에 그쳤다. 규제 강도는 갈수록 세지고 부동산 시장 질서를 잡는다는 미명 아래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과세가 거침없이 단행됐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 수급 균형에는 균열이 가고 있었다. 결국 정권 말기 대대적인 공급 대책도 발표했지만 한참 뒤늦게 발표된 것이 문제였다. 서울·수도권과 지방에 이르기까지 주택가격과 전세금 모두 장기간 급등 행진을 거듭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 25회 부동산 대책 쏟아냈지만…집값은 역대급 상승
문재인 정부는 출범 당시부터 규제 의존도가 심했다. 부동산 시장 교란과 과열 주범으로 처음에는 서울 강남 재건축 투자자를 지목했다가 다시 다주택자로 옮겨갔다. 나아가 부동산 시장 투기 세력을 응징하기 위해 징벌적 성격의 규제도 시행하는 강수를 뒀다. 25회의 부동산 대책이 나오면서 주택 시장에서는 규제 피로감만 커졌다.
2017년 6·19대책과 8·2대책을 통해 규제 지역을 확대하고 대출 규제도 강화했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상한을 규제지역에선 50%까지 낮추고 투기지역은 40%까지 낮췄다. 2019년엔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LTV 강화책이 나왔고 집값이 15억원이 넘으면 주택담보대출을 아예 금지했다.
조합설립인가 이후에는 재건축 사업지의 조합원 지위양도가 불가능해졌고,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도 강화했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부활하기도 했다.
정권 초반에는 임대주택 등록을 활성화하면서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를 완화하는 정책을 폈는데 후반부에는 이 같은 혜택을 사실상 없애면서 정부가 주택시장 혼란을 주도했다.
전월세 시장 안정화를 위해 이른바 ‘임대차 3법’을 도입해 계약갱신청구권, 임대료 5% 상승 제한 등의 정책을 시행했다.
그러다가 정권 후반기에 공급 문제에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2018년 12월 수도권 주택공급계획 일환으로 남양주 왕숙, 고양 창릉, 하남 교산, 인천 계양, 과천 등지에 3기 신도시를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이 지역에 대한 사전 청약을 실시해 조기 공급에 나섰다. 2·4대책 등을 통해 공공주도 방식의 정비사업을 시행하면서 본격적으로 도심 주택 공급 확대에도 나섰다.
하지만 이 같은 공급대책에도 수도권 집값은 좀처럼 안정세로 접어들지 못했고, 역대 정권 중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르는 결과를 초래했다. 지난 5년간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면서 시중 자금이 부동산에 계속 집중된 영향도 일부 있다. 그러나 업계에선 외부 요인에 앞서 주택시장 수요자가 원하는 주택 공급이 더뎠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지목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부동산 정책 정치적 이용 말아야”
역대 정부 중 부동산 정책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경우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아마도 정책 목표와 수단을 적절하게 수립하더라도 다양한 대내외적 변수가 정부 예상을 벗어나거나 정책 담당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또 부동산 정책은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해 모든 국민이 만족하기도 어렵다.
새 정부가 들어선 지금도 부동산 정책에는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한다. 부동산 시장이 불안정할수록 다양한 시각을 고려한 정확한 시장 진단이 필요하다.
어떤 정책을 펴든 새 정부가 보다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부동산 정책을 펼 때 정치적 이해관계를 최대한 배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국민의 주거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 방향과 수단을 선택하는 일이란 점, 제도의 작은 오류조차도 국민들에겐 자칫 ‘내 집 마련’ 꿈을 앗아가는 커다란 좌절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먼저 기억해야 한다.
/글=두성규 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정리=김리영 땅집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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