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05.12 03:53
[땅집고] “형들, 이거 (아파트) 크랙 심각한 거 맞지?”
이달 경기주택도시공사(GH) 직원 A씨가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 올린 아파트 사진이 화제다. 사진 속 아파트 외벽에는 대각선으로 쭉쭉 금이 가 있어, 마치 대리석 무늬처럼 보인다. 크랙이 너무 당당하게(?) 아파트 외벽을 차지하고 있어 ‘자세히 보지 않으면 금 간지도 모르겠다, 원래 저렇게 지은 아파트인 줄 알았다’는 등 반응이 쏟아졌다.
A씨는 “만 2년도 안 된 아파트”라며 “이거 크랙 심각한 것 맞나, 보수한다고 하면 구조검토하고 진행해야 하느냐”고 건설사 종사자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콘크리트에 금이 가는 이유는 다양하다. 하지만 A씨가 올린 사진처럼 건물 외벽 일부에 45도 대각선으로 일정하게 크랙이 생겼다면 해당 건물이 ‘부등침하’ 현상을 겪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분석한다.
부등침하란 건물이 들어선 지반 일부분이 약해지면서 건물이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을 말한다. 부등침하가 일어나면 지반이 내려앉으면서 건물이 밑으로 가라앉는 수직압력(↓)이 작용하는데, 이 반작용으로 건물 내부에는 반대 방향으로 저항하는 힘인 인장응력(→)이 발생한다. 쉽게 말해 아파트가 양쪽으로 찢어지는 것이다. 한 건물에서 반대방향으로 작용하는 두 힘 때문에 외벽에는 줄무늬처럼 사선으로 금이 생기게 된다.
이 글을 올린 직원이 GH공사 소속이라서 사진 속 아파트가 GH공사가 지은 공공분양아파트 혹은 임대아파트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만약 공기업인 GH공사가 공급한 단지가 무너진다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땅집고 취재 결과 사진 속 ‘크랙 아파트’는 GH공사가 공급한 아파트는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GH공사 관계자는 “사진 속 아파트는 개별난방을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요즘 GH공사는 거의 지역난방 아파트를 공급하고 있다”며 “최근 2년간 공급한 개별난방 아파트 중 사진 속 외관 디자인을 적용한 현장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글을 올린 A씨에게 따로 연락해 확인한 결과, 지인이 보내준 사례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만약 아파트가 부등침하 현상을 겪을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 업계 관계자들은 아파트 지반을 강화시키고, 추가로 파일(pile)을 박으면서 기울어진 건물을 바로세우는 작업을 거치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한다. 건물이 내려앉거나 기울어진 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사진 속 아파트 정도라면 입주자들이 공사를 위해 따로 이주할 필요도 없다고 한다.
시공경력 30년인 박정수 공학박사는 “일단 아파트 구조안전진단을 거쳐야 한다. 구조기술사가 첫 도면부터 분석해 설계가 적정하게 됐는지, 시공에 문제가 있었는지, 지반 상황이 어떤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기초지반을 강화하는 작업을 먼저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기울어진 건물을 원위치로 돌려야 하는데, 이때 건물을 무리하게 세우면 반대 방향으로 추가 크랙이 발생할 수 있어 신중하게 시공해야 한다”고 했다.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아파트 중대 구조물에 발생한 하자는 10년간 하자담보책임을 부여한다. 이에 따라 ‘크랙 아파트’를 시공한 건설사는 안전진단을 거쳐 지반을 보강하고 건물을 다시 세우는데 드는 비용을 전액 지불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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