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05.11 10:54
[땅집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경기 김포 장릉 문화재 보호구역에 허가없이 아파트를 짓고 있는 대방건설 등 3개 건설사가 문화재청과 소송 중인데 입주를 강행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본안 소송에서 문화재청이 이길 경우 상당한 후폭풍이 우려된다.
입주민이 해당 아파트에 대한 소유권이전을 마치면 사실상 강제 퇴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조선 왕릉의 세계문화유산 자격 박탈 가능성이 큰 데다 문화재법 위반 선례를 남기게 된다는 점에서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한 김포 장릉은 조선 선조의 다섯째 아들이자 인조의 아버지인 원종(1580~1619년)과 부인 인헌왕후(1578~1626년)의 무덤으로 사적 202호다.
11일 인천시와 업계에 따르면 김포 장릉 문화재보존구역 주변 인천 검단신도시에 아파트를 짓고 있는 대광이엔씨·대방건설·제이에스글로벌 등 3개사가 입주에 필요한 사용검사를 인천 서구청에 신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광이엔씨는 오는 31일부터 9월 14일까지 아파트 입주를 진행한다고 입주 예정자들에게 안내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화재청은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사용검사를 보류해야 한다는 공문을 인천 서구청에 발송했고, 국무총리실에는 행정조정을 신청했다. 하지만 이런 절차는 법적인 강제력이 거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본안 소송 안 끝났는데 입주 강행…철거 판결 나오면?
문화재청은 작년 7월 3개 건설사가 김포 장릉 반경 500m 안에 포함된 역사문화환경 보존구역에 아파트를 지으면서 문화재청 사전심의를 받지 않아 문화재보호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하고 경찰에 건설사와 인천 서구청 관계자를 고발했다. 3개사 짓고 있는 아파트는 총 44개동, 3401가구다. 이 가운데 문화재보존지역에는 19개 동이 포함된다.
해당 건설사들은 행정 절차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하며 문화재청 공사중지 명령에 불복하고 법원에 공사중지명령 집행정지 소송을 냈다. 법원은 지난해 3개 건설사가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모두 인용했고, 아파트 공사도 재개했다. 현재 3개 단지 중 오는 6월 말 입주할 ‘예미지트리플에듀’와 오는 7월 입주할 ‘대광로제비앙’은 공정률이 각각 90%에 달한다. ‘디에트르에듀포레힐’은 공정률이 70% 정도다.
문제는 문화재청과 3개 건설사의 본안 소송이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는 것. 당초 4월에 시작할 것으로 보였던 본안 소송은 현재 기약없이 미뤄지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아파트 입주가 끝나면 본안소송 판결 자체가 무의미해질 것이라고 본다. 법원이 아파트 철거 판결을 내리더라도 입주민을 강제 퇴거시키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김예림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입주민이 소유권 이전을 완료해 아파트를 되팔거나, 전세를 놓으면 다양한 권리관계가 생기면서 선의의 피해자가 늘어난다”며 “법원이 본안소송 과정에서 이런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입주를 앞당길수록 건설사가 소송에서 유리해지는 것은 맞다”고 했다.
■“유네스코 ‘위험유산’ 분류 우려…입주민은 계속 불안할 수도”
본안 소송에서 문화재청이 승소해도 아파트 입주가 끝나 김포 장릉의 경관 훼손이 회복할 수 없게 된다면 조선 왕릉 40기 전체가 세계문화유산 자격을 박탈당할 수 있다. 조선 왕릉은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유산으로 이뤄진 연속 유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미 조선왕릉 40기 중 30%에 달하는 12기는 아파트 건설 등 각종 개발로 경관 훼손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 도심에 있는 선릉·헌릉·의릉은 유네스코 측이 세계유산 지정 당시부터 ‘완전성’ 평가 항목에서 경관 훼손을 우려했다. 유네스코는 홈페이지에도 “도시 개발이 몇몇 유적(선릉·헌릉·의릉)의 경관에 영향을 미쳤다”고 명시했다.
뿐만 아니다. 정릉과 인릉을 포함해 2018년 지정된 3기 신도시 주변 5기(창릉·익릉·경릉·홍릉·명릉), 태릉골프장 바로 앞 2기(태릉·강릉)도 경관 훼손에 직면해 있다.
1972년 세계문화 및 자연유산 보호협약이 만들어진 이후 전 세계적으로 자격을 박탈당한 사례는 3건이다. 이 가운데 영국 해양산업 도시 리버풀의 경우 난개발로 경관이 심하게 바뀌면서 지난해 7월 세계문화유산 자격을 박탈당했다.
조선왕릉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는데 기여한 이창환 상지대학교 명예교수는 “이 상태로라면 세계문화유산 박탈 수순으로 가는 위험유산으로 분류될 소지가 높다”고 했다. 그는 “위험유산으로 분류하면 유네스코측에 매년 문화재 관리 상황을 보고해야 하는데, 입주민 입장에서는 매년 불안에 떨면서 살아갈 것”이라며 “세계문화유산 박탈도 불명예스럽지만 국내 문화재보호법 위반 선례로 남는다면 앞으로 건축물 경관심의 공정성에도 중대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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