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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촌주공 시공단 "조합이 우리 기망한 것…이 조건 지켜야 협상"

    입력 : 2022.05.09 07:20 | 수정 : 2022.05.09 09:53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이 지난 15일 공사 중단 이후 2주일 흘렀지만 조합과 시공단 갈등이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양측은 2020년 6월 공사비를 5600억원 증액해 3조2000억원으로 올린 변경 계약 유효성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땅집고는 조합과 시공단을 잇따라 만나 그 속내를 들어봤다.

    [땅집고]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은 기존 5930가구를 철거하고 85개 동, 총 1만2032가구 새 아파트 ‘올림픽파크 포레온’을 짓는 사업이다. 일반분양 가구 수만 4700가구로 서울 재건축 사업 중 최대어로 꼽힌다. 시공은 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 컨소시엄이 맡았다.

    땅집고와 가진 인터뷰에서 시공사업단(이하 시공단) 측은 “조합이 요구하는 도급제 변경 문제는 이미 지난해 협의가 끝난 사안”이라고 일축했다. 2020년 6월 25일 도급(변경)계약으로 공사금액을 확정하면서 표면성 변동지분제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도급제가 됐다는 것.

    [땅집고] 김재돈 둔촌주공 재건축사업 현장소장은 "조합이 공사비 증액을 인정한다면서도 2020년 공사비 변경계약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고 했다. /장귀용 기자

    김재돈 둔촌주공 시공단 현장소장은 “조합은 공사비 증액을 인정한다면서도 상가와 가구수 증가, 물가상승을 반영한 2020년 6월 계약은 부정하고 있다”면서 “설계 변경, 고급화 공사, 공사비 재검증 결과 반영 등을 주장하지만 조합원 총회 등 의사결정 과정은 건너뛰고 공사부터 먼저하고 나중에 정산하자며 시공단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를 하고 있다”고 했다.

    땅집고는 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 마련한 견본주택에서 시공단 4개사 담당 중역과 현장소장 입회 아래 김재돈 둔촌주공 시공단 현장소장을 만나 시공단 공식 입장을 들었다. 시공단은 “조합 측이 제기한 소송을 취하하고 총회에서 의결한 공사비변경계약 취소 안건을 다시 취소해야 협상에 나설 수 있다”고 했다.

    ☞[관련기사] 둔촌주공 조합 "공사비 5600억 증액 인정…단 조건 있다"

    Q. 조합은 시공단이 임의로 무상지분율을 낮추려고 한다고 하는데.
    “2019년 12월 7일 임시총회에서 통과한 ‘공사계약 변경의 건’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공사비는 적법한 총회를 거쳐서 2020년 6월 약 3조2000억원으로 확정됐다. 무상지분율(현재 조합원이 보유한 대지 지분 대비 무상으로 제공받을 수 있는 주택면적)이 더 이상 의미가 없게 된 것이다. 실제로 계약서 제30조 (대물변제면적의 조정) 제4항에 따르면 수입이나 지출이 바뀌면 ‘갑’(조합)이 부담하도록 돼 있다. 분양가가 높든, 낮든 그에 따른 추가 수익과 손실은 조합이 부담하는 사실상 도급제 계약이다. 정부 정책 때문에 일반 분양가를 낮게 받을 수밖에 없어 무상지분율이 바뀌는 것인데 조합은 시공사가 무상지분율을 부풀렸다는 식으로 기망하고 있다.

    조합은 일반분양가를 가지고 계약의 유효성을 따진다. 현재 예상되는 일반분양가가 당시 총회에서 통과된 분양가라면 계약이 유효하고, 총회에서 통과된 분양가보다 높으면 계약이 무효라는 말과 같다. 조합은 조합원에게 공사비 상승에 대한 상세한 안내 없이 설계변경, 고급화, 마감자재 변경 등을 추진하는데 이런 것들이 오히려 무상지분율을 낮추는 행위다.”

    Q. 2020년 6월 공사비 증액 계약의 절차를 지적하는데.
    “현 조합에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거나, 조합원을 기망하고 있는 것이다. 공사비 증액 계약이 내용과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조합 측 주장은 이미 서울시 중재 코디네이터 법률 자문단도 법률적으로 문제 없다고 판단했다.

    조합은 전 조합장이 해임 발의된 후 무단으로 계약을 맺었다고 하는데, 조합장 해임안이 접수됐다고 해서 조합장의 모든 업무진행이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조합장은 총회와 대의원회에서 결정된 사항에 대한 집행만 할 뿐이다.”

    Q. 한국부동산원의 공사비 검증이 총회 이후 이루어졌는데.
    “2019년 10월 법 개정에서 공사비 검증 제도가 처음 생겼고, 둔촌주공 재건축이 1호 대상지가 됐다. 조합은 법 개정에 따라 2019년 11월 공사비 검증을 신청했고, 총회에서는 공사비 검증결과를 나중에 반영하기로 결정했다. 조합은 이듬해 한국부동산원에서 검증보고서를 받아 소식지를 통해 결과를 안내하고 이사회와 대의원회를 거쳐 6월 25일 최종 계약서를 체결했다. 서울시 코디네이터도 공사비 검증은 계약 체결을 전제로 한 후속 행위에 불과하다고 인정했다. 조합 주장대로 검증보고서를 총회에 공개하고 이후 변경계약을 체결했다면 6개월 이상 사업이 지연됐을 것이다.”

    [땅집고] 2020년 6월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과 시공단이 맺은 공사변경 계약서. /장귀용 기자

    Q. 조합은 공사비 증액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데. 협상이 왜 안되고 있나?
    “사실과 다르다. 조합과 시공단은 이미 2020년 6월 계약이 도급제인 것을 서로 인지하고 있었다. 조합이 도급제로 변경을 요구한 것이 아니라, 시공단에서 옛 계약 영향으로 무상지분율 용어가 남아있어 혼선이 발생할 수 있으니 문구를 도급제 계약으로 명확히 하자고 제안했던 것이다. 조합은 고급화를 해주면 공사비를 더 주겠다 역제안도 했다고 주장하지만 설계를 변경하면 공사비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선심 쓰듯 말하고 있다. 시공단은 2021년 9월 조합과 확대중역회의를 가진 후 본사 설계팀을 동원해 고급화에 대한 제안도 했다. 그 결과 공사비가 너무 과도하게 증액될 우려가 있어 일반분양 수익금을 확정하고 부담금 증가도 검토해 본 이후 고급화 방향과 내용을 논의하자고 했다. 그런데 조합은 이미 2020년 공사계약과 견본주택을 근거로 시공단이 하도급 계약까지 마친 마감자재를 특정업체 자재로 변경하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Q. 조합 총회를 통과한 설계안이 아니라 다른 설계안으로 공사비 검증을 했나.
    “다른 설계안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공사비 검증 신청이 이뤄진 2019년 11월은 총회가 열리기 전이다. 시공단은 공사비 검증 신청 당시에는 최초로 제안했던 3조5000억원으로 검증을 요청했다가, 총회 이후 부동산원이 3조2000억원으로 맞추어 다시 제출하라고 요구해 새로 제출했다. 금액을 얼마로 신청했던 간에 2019년 당시 인허가 도면 기준으로 부동산원에서 검증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결과가 달라질 일은 없다. 지금이라도 조합은 조합원들에게 공사비 검증 결과를 총회를 통해 보고하면 될 일이다. 조합 내분으로 인한 총회 취소와 무산에 따른 미보고 문제를 시공단에 전가하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Q. 2년 넘게 공사를 하다가 올 4월15일 공사를 중단한 이유는.
    "시공단은 이미 상가공사를 포함해서 1만2032가구로 늘어난 설계를 기준으로 착공했고 2020년 2월 실착공 후 2년 2개월이 지난 2022년 4월까지 빠른 입주를 위해 공사비를 못 받았지만 공사를 묵묵히 수행한 것이다. 조합은 공사 지속 근거인 계약서에 대해 무효소송을 제기하고, 조합 총회를 통해 변경계약의결을 취소했다. 여기에 마감자재 승인 업무도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더 이상 공사를 수행할 수 없게 됐다. 조합 내부 문제가 생겼다면 즉시 공사중단을 지시하고 조합 내부 문제를 먼저 해결했어야 했다. 조합 내부 문제로 시공단과 계약을 부정한다면 어떻게 공사를 지속할 수 있는지 반문하고 싶다.”

    [땅집고]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은 시공단이 공사를 중단하고 유치권을 행사 중이다. /둔촌주공시공사업단

    Q. 하청업체 교체와 관련해 조합은 특정 업체를 요구하지 않았다는데.
    “조합은 공문으로 금액까지 적시해서 특정업체 지정을 요구했다. 최근 오류‧실수라면서 삭제를 요청한 공문에 나온 업체 말고도 실외기 전동루버 업체 H사, 조합 공문으로 금액까지 적시해 감액 없이 계약을 요청한 홈네트워크 업체 S사도 있다. 조합은 고급화를 명분으로 내세우는데 공사 비용과 기간을 손해보면서 추진할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다. 시공단은 조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조합원 가구에 한해 옵션을 적용하자고 다시 제안했다. 조합은 1만2032가구 전체에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Q. 조합은 품질 때문에 업체 교체를 요구했다는 입장인데.
    “근거가 없는 주장이다. 품질이 문제라면 품질을 검수해서 새로 납품받으면 된다. 무조건 업체를 바꿔야 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조합이 주장하는 ‘온타임 옵션제’(현재 시점에 맞게 옵션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도 이미 공사가 50% 이상 진행된 현 상황에는 맞지 않는다. 온타임 옵션제는 조합원 동호수 추첨한 뒤 착공 전까지 공사 진행과 입주 일정에 영향이 없는 범위에서 가능하다. 조합은 조합원 분양 업무는 전혀 진행하지 않고 있으면서 조합원이 직접 선택해야 하는 온타임 옵션을 조합이 행사하겠다고 하고 있다.”

    [땅집고]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에서 시공단에 보낸 협력업체 선정 및 교체 요구 관련 공문. /장귀용 기자

    Q. 시공단이 생각하는 협상 조건은.
    “조합이 소송을 취하하고, 2022년 4월 16일 조합 총회를 통과한 ‘2019년 12월 7일 공사계약 변경의 건 의결 취소’ 안건을 재취소해야 한다. 그 이전에는 협상을 진행할 수 없다. 조합은 대의원회를 통해 조건부 계약해지 안건을 총회에 상정하기로 했다. 시공단은 조합이 빨리 의사결정을 하길 바랄 뿐이다. 조합 의사결정에 따라 대응할 생각이다.”

    Q.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조합과 2021년 9월 확대중역회의까지는 입장 차이가 크지 않았다. 그런데 조합에 자문위원이 등장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앞에서는 협상을 말하고 뒤에서는 소송과 계약해지 대의원회 통과 등으로 시공단을 기망했다. 서울시 중재가 있었지만 결국 의사결정 책임과 권한이 없는 사람들에 의해 조합원 피해만 커졌다. 조합이 정확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전체 조합원 의사를 물어야 한다.” /장귀용 땅집고 기자 jim33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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