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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명만 반대해도 좌초…역세권 주택 공급, 파격 혜택 줘야"

    입력 : 2022.05.06 07:55

    [땅집고] 서용식 수목건축 대표는 "소규모 정비사업을 활성화하려면 도로 기준 등 구역지정 요건과 파격적인 행정 지원 등이 뒤따라야 한다"고 했다. /김혜주 기자

    [땅집고] “서울시내 역세권 토지는 가격이 워낙 비싸 과감한 혜택을 주지 않으면 정비사업을 통한 주택 공급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규모가 작을수록 땅주인 1~2명만 반대해도 사업이 좌초되기 일쑤죠. 황금 입지에 정비사업을 추진해 질 좋은 공동주택을 공급하려면 그만큼 파격적인 제도 개선이 뒤따라야 합니다.”

    최근 부동산 시장 최대 이슈 중 하나가 바로 서울 도심 주택 공급 확대다. 문재인 정부에 이어 윤석열 정부도 역세권 첫집 등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도심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가장 효율적인 정책 중 하나가 바로 소규모 정비사업이라고 본다.

    하지만 정부 기대와 달리 소규모 정비사업 추진에 아직도 장애물이 많다는 지적이다. 소규모 주택·정비사업 분야에서 30년 가까이 잔뼈가 굵은 서용식 수목건축 대표는 “정부와 서울시가 사업 추진 발판은 마련했지만 현실적 한계가 많다”며 “각종 심의·인허가 절차를 대폭 줄여 리스크와 비용을 최소화해야 빠른 시간 내 주택 공급을 늘릴 수 있다”고 밝혔다.

    서 대표는 25여년 동안 도시형생활주택, 공유주택, 역세권청년주택 등 300여개 주택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서울시 가로주택정비사업 태스크포스(TF)에 참여하고, 자율주택정비사업 국내 1호인 ‘옐로우 트레인’을 런칭한 국내 소규모 주택개발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땅집고가 서 대표를 만나 소규모 정비사업 활성화 방안 해법을 들어봤다.

    ―역세권 소규모 정비사업이란.
    “문재인 정부가 지난 2·4대책을 통해 도입했는데 낙후한 역세권과 준공업지역에서 주택 공급을 활성화하기 위해 방안이다. 구도심인데 새 건물과 낡은 건물이 섞여 있어 대규모 개발이 어려운 5000㎡ 미만 소규모 필지 대상으로 용적률을 완화해 고밀 개발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완화받은 용적률의 50%는 신혼부부·사회초년생 등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이나 영세상인 보호를 위한 공공임대상 등으로 지어야 한다.

    서울시는 2020년 ‘8·4 공급 대책’ 후속 조치로 나온 역세권 복합개발 지구단위계획 수립 기준을 마련해 기반시설이 양호하고 개발 여력을 갖춘 역세권 주거지역(제2·3종 일반주거지역)도 준주거지역으로 용도지역을 상향해 ‘역세권 복합개발’을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땅집고] 역세권 소규모 정비사업 주요 내용. /수목건축

    ―이 사업이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는.
    “소규모 재개발은 사업 취지가 좋은데 실제 주택 공급으로 이어지기엔 장벽이 만만찮다. 정부가 2·4대책에서 도입한 소규모 재개발은 지구지정 요건이 까다롭다. ▲철도역 350m 이내 ▲면적 5000㎡ 미만 ▲노후·불량 건축물의 수가 전체 건축물의 3분의 2 이상 ▲폭 4m 8m 이상 도로 접도 등 4개 요건을 모두 만족해야 한다. 역세권 5000㎡ 미만 사업 부지 중 이런 조건을 충족한 곳을 찾기는 정말 쉽지 않다. 사업 대상지 선정부터 너무 까다롭다.

    더 큰 문제는 주민 동의다. 소규모 사업지는 현실적으로 단 1명만 반대해도 사업이 무산되는 일이 다반사다. 역세권처럼 노른자 땅은 주민 동의가 큰 장벽이다. 현행 법은 해당 지역 토지등소유자 4분의 1 이상이 동의하면 사업시행예정구역으로 지정 제안할 수 있다. 이후 1년 이내에 토지등소유자 5분의4(면적기준 3분의2) 동의를 받아 사업시행구역으로 확정한다. 동의율 25%를 확보해 사업을 시작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다.

    문제는 지구지정 확정 요건인 80% 주민 동의를 받아도 잔여 부지 확보에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빠른 시간 안에 토지 수용이 가능하도록 행정 조치와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사업 시행이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규제 완화가 더 필요하다는 것인가.
    “일단 도로 기준부터 풀어야 한다. 폭 8m 이상 도로 한 면만 접하면 사업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토지주들이 사업시행예정구역 지정 제안을 하면 최대한 빨리 사업시행구역으로 확정하는 행정 절차도 필요하다. 토지등소유자에게 초기 사업비 지원 같은 과감한 금융 혜택도 줘야 한다. 일단 사업이 무산되지 않고 추진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달라는 것이다.

    심의도 지나치게 까다롭다. 금지된 규제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좋다.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예측 가능한 인허가 조건을 제시한 후 실제 심의 과정에서는 문제되는 부분만 조건부로 통과시키면 된다.”

    [땅집고]수목건축이 프로젝트 매니지먼트와 설계를 맡아 진행했던 서울 서초구 '심플리시티 오피스텔' 커뮤니티 공간. /수목건축

    ―또 다른 제안이 있다면.
    “소규모 주택정비사업으로 들어선 새 아파트는 사업 부지가 5000㎡ 미만이어서 대부분 한 동짜리 이른바 나홀로 아파트가 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공공기여 방식을 다양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단순히 임대주택, 임대상가에 국한하지 말고 일정 부분을 커뮤니티 공간이나 지역에 필요한 주민센터, 작은도서관 등으로 제공하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입주자나 인근 주민 주거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시설과 공간도 공공기여로 해석해야 한다. 좋은 입지에도 불구하고 소규모 개발에 따른 현실적 제약이 있는만큼 입주자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마련돼야 한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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