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05.05 10:00 | 수정 : 2022.05.05 22:40

[땅집고] “의정부시가 혈세 6억원 들여서 ‘빛나는 화장실’ 짓더니, 정작 관리를 안해 화장실 가까이만 가면 악취가 난다는 글이 있네요. 이거 사실인가요?”
수도권 전철 1호선 의정부역 앞 근린공원에 빛을 내뿜는 화장실이 있다. 일명 ‘발광(發光) 화장실’. 어두컴컴한 저녁이면 화장실에서 번쩍이는 조명 빛이 쏟아져 나와 멀리서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하얀 대리석으로 외벽을 마감하고 LED 조명을 채워 넣어 마치 북극에서 볼 수 있는 이글루나 우유곽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발광 화장실은 경기도 의정부시가 6억여원을 들여 지난해12월 완공했다. 총 면적은 109.35㎡로 1평(3.3㎡)당 공사비가 2000만원에 달한다. 화장실을 만들 당시 의정부시 아파트 평균 분양가격이 평당 1500만원을 밑돌았다. 의정부시가 집값보다 비싼 초호화 화장실을 짓느라 혈세를 낭비한다는 논란이 일었다.


의정부시는 왜 이런 초고가 화장실을 지었을까. 의정부역 근린공원 인근에는 택시 승강장이 있다. 그런데 인근에 화장실이 없어 택시기사들이 급한 용변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민원이 적지 않아 2억원 정도를 들여 간이화장실을 짓는 계획이 나왔다. 그런데 화장실 설계 과정에서 ‘발광’을 위한 대리석, LED 조명 비용이 추가되면서 공사비가 6억원으로 3배쯤 뛰게 된 것이다.
의정부시는 안전 문제로 발광 화장실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의정부역 근린공원이 지역 최대 번화가인 탓에 경찰도 강도·성추행 등 범죄 예방에 신경쓰고 있는 구역이라는 것. 의정부시 관계자는 “화장실에서 나오는 강한 빛이 주변을 비추면 범죄자들이 범죄를 저지르려는 나쁜 마음이 누그러지지 않겠느냐”며 “발광 화장실은 대한민국 하나 밖에 없는 조형 화장실로 의정부 랜드마크로서 시의 위상을 높인다”고 주장했다.

발광 화장실이 준공한 지 이달로 5개월째다. 그런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발광 화장실이 랜드마크는커녕 악취가 솔솔 풍기는 애물단지가 됐다’는 비판이 확산하고 있다. 의정부시가 합류식 하수관을 설치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땅집고 취재 결과,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의정부시 관계자는 “현장 조사 결과, 발광 화장실에서 악취가 나지 않았고 관련 민원도 지난 5개월 동안 전혀 없었다”며 “시가 미리 합류식 하수관에 악취 발생을 억제하는 장치를 설치했다”고 했다.

화장실 하수관은 합류식과 분류식으로 나뉜다. 합류식은 분뇨 등으로 오염된 물이 지나는 오수관과 빗물 통로인 하수관을 통합한 구조다. 지하에 매설한 정화조에 배설물 등 찌꺼기가 넘치지 않도록 일정 주기마다 청소해야 한다. 통상 구도심에선 합류식 하수관을 적용한 화장실이 대부분이다. 분류식은 오수관과 하수관이 나뉘어 있고, 오수는 하수종말처리시설로 바로 보내기 때문에 정화조가 필요 없다. 신도시 등 계획도시에선 분류식 화장실을 도입한다.
일각에선 의정부시가 발광 화장실 하수관을 분류식이 아닌 합류식으로 설치한 데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의정부시 관계자는 “현재 하수도 구조상 구도심인 의정부역 근처에선 합류식 화장실을 설치할 수 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합류식 정화조는 1년에 한 번 정도 청소한다. 하지만 의정부시는 발광 화장실에서 악취가 나지 않도록 6개월에 한 번 비우기로 했다. 1회당 비용은 40만원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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