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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싼 게 혹시…" 사건사고 일어난 집 알려주는 희한한 사이트

    입력 : 2022.04.28 12:27 | 수정 : 2022.04.28 14:56

    [땅집고] 서울의 한 다세대주택 공사장 흙막이가 무너져 건물이 위태롭게 서있다. 사진은 본문 내용과 관계 없음. /연합뉴스

    [땅집고] “이 집 너무 싸게 나와서 의심되는데…. 혹시 집에서 무슨 사고라도 벌어졌던 것 아닐까?”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던 부동산을 정리한 온라인 사이트가 화제다. 일본 도쿄대 경제학부 출신 부동산 중개업자 오오시마 테루가 본인의 이름을 따서 2005년 개설한 ‘오오시마 랜드’다. 살인, 자살, 화재 등 사건 사고로 사망자가 발생한 건물을 ‘사고 건물’이라고 지정하고, 지도상에 불꽃 모양으로 표시해서 보여주는 웹사이트다.

    [땅집고] 불미스런 사건이 발생한 부동산을 지도상으로 표시하는 사이트 '오오시마 랜드'가 네티즌 사이에서 화제다. /오오시마 랜드 캡쳐

    오오시마 테루는 본인이 매입하고 싶은 부동산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면서 발품을 팔았던 것이 ‘오오시마 랜드’를 만든 이유가 됐다고 밝혔다. 부동산 상품, 특히 주택에서 사람이 죽는 등 사건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매매가격이나 임대료가 시세 대비 저렴하다. 하지만 추후 집값 상승에 제한이 있거나 매수인·임차인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건물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사전에 반드시 파악해야 했다는 것. 오오시마 테루는 이 같은 정보를 신문기사나 인근 주민 혹은 공인중개사를 통해 얻어 정리한 뒤 ‘오오시마 랜드’ 사이트에 공개했다.

    지도를 기반으로 한 ‘오오시마 랜드’ 사이트에는 사고가 발생한 부동산마다 불꽃이 표시돼있다. 각 불꽃을 클릭하면 정확한 주소와 함께 사건사고 경위가 기재돼있다. 방 호수와 해당 건물에서 피해자가 사망한 원인까지 적혀 있는 곳도 수두룩하다. 사이트 개설 초기에는 일본 내 부동산만 표시돼있었지만, 현재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 건물에 대한 사건사고 정보가 등록돼있다. 네티즌이 사고를 겪은 부동산을 사이트에 직접 제보하거나, 잘못된 정보를 정정할 수 있는 구조다.

    [땅집고] 삼풍백화점 붕괴 당시 현장. 현재는 주상복합 '아크로비스타'가 들어섰다. /조선DB

    우리나라 부동산 중에선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주상복합 아파트인 ‘아크로비스타’에 불꽃 표시가 돼있다. 이 단지가 1995년 최고 5층으로 지은 ‘삼풍백화점’이 무너진 터에 지은 아파트라 사고 부동산으로 표시돼있는 것. 당시 삼풍백화점이 붕괴하면서 종업원과 고객 502명이 사망하고, 6명이 실종됐으며, 937명이 부상당했다. ‘아크로비스타’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자택이기도 하다.

    [땅집고] 연쇄살인범 유영철이 거주했던 서울 마포구의 한 원룸 건물에서 경찰이 감식을 하고 있다. /조선DB

    강북권에선 마포구 노고산동의 ‘유영철 원룸’이 눈에 띈다. 사이트에는 ‘20명을 연속으로 살해한 연쇄살인범 유영철이 거주했던 원룸. 유영철은 4개월 동안 이 집 화장실에 11명을 유인해, 망치로 살해하고 시체를 토막내 은폐했다’는 설명이 적혀 있다. 이 원룸 건물은 결국 2012년 철거하고 다음해 신축했다고 전해진다.

    주거용 건물만 사고 물건으로 등록된 건 아니다. 서울 종로구 연건동 대학로 옛 코이카(KOICA·한국국제협력단) 본관을 철거하는 도중 신원을 알 수 없는 28명의 백골 사체가 건물 지하에서 발견된 사건도 찾아볼 수 있다. 건물이 일제강점기 때 경성제국대 의학부 외곽에 입지인 점을 감안하면, 일제의 우생학 실험 대상이 된 사람들이 제대로 매장되지 않고 유기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설명이 기재됐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백골 사체는 유아부터 50대 성인까지 연령대가 다양했으며, 두개골이 예리한 도구로 절단된 흔적 등이 남아있었다.

    [땅집고] 사람이 죽은 방이지만 월세가 저렴해 선택했다는 한 일본인. 귀신이 나올까 무서워 좋아하는 캐릭터로 온 집안을 장식했다고 전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현재 일본에서 ‘오오시마 랜드’는 현지인 뿐 아니라 유학생들이 집을 구하기 전 필수로 확인하는 사이트라고 알려졌다. 예비 매수자나 임차인 입장에선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부동산 사건사고 정보가 유용할 수 있다. 월세를 아끼기 위해 일부러 시세보다 저렴한 ‘불미스러운 집’을 찾는 세입자들도 적지 않다고 전해진다.

    반면 집주인 등 부동산 소유주 입장에선 이 사이트가 눈엣가시다. 건물이 ‘흉가’, ‘자살한 집’ 등으로 낙인 찍혀 매도·임대가 잘 안 돼 재산 손실이 발생한다는 것. 또 네티즌이 사건사고 정보를 사이트에 기재하는 데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 행여나 잘못된 정보가 등록될 경우 억울한 피해 입은 부동산 소유주가 생길 수도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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