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04.28 07:22 | 수정 : 2022.04.28 07:47
[땅집고] 서울 동대문구 이문3구역에서 공사비 계약이 불법 체결된 정황이 포착돼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총회에서 확정했던 계약서와 다른 내용으로 조합 측이 시공사와 마감재 품목 계약을 맺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것. 조합과 시공단은 계약서 내용이 바뀐 경위에 대해 즉답을 피한 채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이문3구역은 3-1구역과 3-2구역을 합쳐 총 4321가구를 새로 짓는다. 이문휘경뉴타운에서 가장 크다. 이 중 1641 가구를 일반 분양할 계획이다. 문화재보호구역에 속한 3-2구역은 지상 4층 7개동 전용 59~99㎡ 152가구로 저층 개발하며, 3-1구역은 지상 41층에 전용 20~139㎡ 4169가구(오피스텔 594실 별도)로 짓는다. 시공은 HDC현대산업개발과 GS건설이 맡았다.
땅집고가 28일 입수한 이문3구역 총회 자료와 공사비 계약서 등을 분석한 결과, 이문3구역은 지난해 8월 공사비 변경 계약을 체결하면서 그 근거가 되는 2021년 6월 27일 총회 안건과 다른 마감재 목록으로 계약을 맺은 사실이 드러났다. 시공사 제출 형태로 마감재 품질과 품목을 별도로 추가해 공사비 계약을 체결했는데, 품질은 더 낮추면서 공사비는 총회에서 의결한 금액 그대로 체결한 것이다.
뒤늦게 이 사실을 확인한 일부 조합원은 사문서 위조 혐의 등으로 조합 집행부와 시공단을 경찰에 고발했다. 이문3구역 조합원 A씨는 “총회 때 상정한 내용이 아닌 마감재 품목으로 계약을 체결했다는 것이 어처구니 없다”면서 “총회 안건과 달라진 사유에 대해 조합 집행부 측에 내용증명을 발송하고 서울경찰청에 조합장에 대한 수사도 요청했다”고 했다.
업계에서도 계약서 세부 내용이 조합 대의원회나 총회 의결 절차 없이 갑자기 바뀐 사실에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통상 건설사와 조합 간 마감재 품목과 공사비에 대한 1차 협의 후 총회 상정해 의결하고 정식 계약을 체결한다”면서 “총회 의결 후 갑자기 내용이 바뀔 수는 없고 그게 사실이라면 계약을 체결한 조합 임원과 시공사 관계자에겐 법적 책임도 따를 수 있다”고 했다.
지난해 조합과 시공단이 체결한 계약에는 당초 총회 안건에는 없던 독소 조항마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작성된 계약서에는 지난해 6월 조합 총회를 통과한 마감재 품목을 별도사항으로 기재하고, 조합이 해당 품목으로 품질 상향을 요청하면 공사비를 증액하도록 하는 특약이 추가된 것. 이문3구역은 이 계약에 발목이 잡혀 예상치 못한 추가 공사비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 조합은 마감재 품목 변경과 이에 따른 공사비 증액 안건을 오는 30일 총회에 올렸다.
일부 조합원은 오는 30일 열릴 총회 안건 상정 과정도 석연치 않다고 지적한다. 총회 안건 상정을 결정한 대의원회 안건 자료가 처음에는 총회 안건 자료와 다른 내용으로 배포돼 서면결의서를 받았다가, 현장투표 당일에서야 총회에 상정된 자료로 바뀌었다는 것. 한 조합원은 “우편으로 발송한 대의원회 최초 자료에는 공사비가 340억원 가량 증가한다고 돼 있는데 총회 책자에는 ‘신재생에너지’ 공사비 환급으로 320억원 가량을 절감해 42억원 가량만 증액된다고 돼있다”면서 “만약 신재생에너지 공사비 환급 단서로 달아놓은 ‘사업시행변경 협의’가 안되면 고스란히 비용 폭탄을 맞는 구조”라고 했다.
시공단은 자신들과 무관하게 이뤄진 일이라고 주장했다. 시공단 관계자는 “계약 과정에서 마감재 목록이 바뀌었다는 것은 전혀 들어보지 못했다”면서 “마감재를 교체했다면 총회를 거쳐 의결했을 것으로 안다”고 했다. 조합 관계자는 “관련 내용을 파악 중”이라면서 “진상과 진위 여부부터 파악해야 한다”고 했다.
부동산 전문 변호사들은 계약 내용이 총회 이후 고의로 바꿔치기됐다면 관련자 처벌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했다. A 변호사는 “만약 계약 내용이 정당한 절차 없이 바뀌었고 이로 인해 분담금 증가 등 피해가 발생했다면 ‘사문서 위조·변조죄’와 ‘배임죄’ 등이 적용될 수 있다”면서 “지난해 8월 계약서를 보면 계약 대상 마감재 목록을 시공사가 6월8일 공문으로 제출했다고 돼 있는데 어떤 과정에서 총회에는 누락된 것인지 진상 파악이 필요하다”고 했다. /장귀용 땅집고 기자 jim332@chosun.com, 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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